"청소부는 인권 없어"...초단기 계약의 비애

"청소부는 인권 없어"...초단기 계약의 비애

2019.07.30. 오후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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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김대겸 / 사회부 사건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폭언을 듣고 참고 견디는 게 상책일까요? 관리소장의 심한 막말에 문제를 제기했던 청소 노동자 3명이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부당 해고가 의심되지만 법적으로 보호받을 길은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건지 이 내용 취재한 김대겸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선 폭언의 내용 어느 정도였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겁니까?

[기자]
우선 피해자는 69살의 청소 노동자 이상학 씨입니다. 지난달 중순츰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아파트 안에서 업무와 관련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하다 보면 불평도 많이 늘어놓잖아요. 그래서 이 과정에서 불평 같은 걸 했나 봅니다.

그런데 관리소장이 이런 얘기를 듣고 있었나 봅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는데요. 청소부가 인권이 어디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현장에 있었던 청소 노동자들의 얘기를 어제 들어봤는데요. 지금 인터뷰로 한번 보시겠습니다.

[이상학 / '해고' 청소노동자 : 나이 70 먹을 때까지 뭐 하고 있다가 와서 청소하느냐. 혈압 올라서 이 자리에서 죽으라는 등 아주 심한 얘기를 한 것에 대해서 모욕뿐만이 아니라….]
 
[동료 미화원 A 씨 : 청소하는 사람이 인격이 어딨느냐고, 당신들 인격 없어 하고, 짐승도 아마 그렇게 못 할거에요.]

[기자]
관리소장의 막말은 동료들 앞에서 30분 넘게 계속 이어졌는데요. 70살의 나이에도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이 노동자들에게는 정말 큰 상처였다고 합니다.

[앵커]
충격도 크고 상처도 컸을 것 같은데 폭언을 했던 관리소장은 이후에 어떻게 됐죠?

[기자]
우선 교체가 됐습니다. 폭언을 들은 이 씨는 관리소장을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그 이후에 업체에도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또 동료들과 함께 입주민 홈페이지에 피해 사실을 글로 정리해 올리려 했는데요. 얼마 되지 않아서 관리소장이 교체가 됐습니다.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청소 용역업체가 입주민대표회의와 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이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재계약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이 씨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용역업체 부사장이 이 씨를 찾아와서 이 문제가 입주민들에게 알려지면 재계약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이 씨와 동료들도 문제가 더 커지게 될 경우에 직장을 잃게 될까 걱정도 되고 그리고 업체와 싸운다고 해서 남는 것도 굳이 없을 것 같아서 관리소장이 교체된 이후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일에만 집중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간단하게 정리를 해 보면 관리소장은 폭언을 한 거고, 망언을 한 거고. 또 이걸 문제 제기를 했더니 용역업체 부사장이 와서 회유를 했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죠.

[앵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또 이 씨와 동료들 해고가 됐더라고요. 해고된 사유는 뭐라고 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우선 이 씨를 포함해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문제 제기를 도왔던 동료 3명 모두 다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우선 직접적인 해고 이유는 계약 만료입니다. 그런데 다른 노동자들의 경우 보통 계약을 연장하는 형태로 일을 계속하거든요.

그런데 왜 일을 잘하고 있던 이 씨랑 동료들만 과연 계약 만료가 됐을까. 이 부분을 용역업체 측에다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용역업체 측은 답변을 피했고요. 대신 관리사무소 측 관계자로부터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 아무 문제 없이 덮어두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거나 또 나중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거나 그래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고 통보를 한 거죠.)]
 
쉽게 말하면 이 씨와 동료들을 그대로 두면 나중에 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계약을 종료했다는 뜻인데요. 반대로 말하면 이 씨와 동료들이 그냥 이런 막말을 듣고도 참았으면 잘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직장 내 폭언이라든지 막말에 가장 취약한 직종이 경비나 청소 노동자들인데요.

계약 기간이 짧다 보니까 연장을 위해서는 업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성희롱이라든지 언어폭력을 당해도 그냥 얘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버리게 되는 거죠. 그래서 비슷한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있는 겁니다.

[앵커]
계약 기간이 짧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짧아도 너무 짧습니다. 2~3개월 정도의 단기 계약이다 보니까 이렇게 불만을 제기한다거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쉽게 해고 통보를 할 수 있는 이런 구조가 된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연해 있는 겁니까?

[기자]
우선 경비나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들여다봐야 되는데요. 근로기준법상 일정 근로조건 아래에서 1년 이상 일을 할 경우에는 업체가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 줘야 됩니다. 그리고 2년 이상 일을 했을 때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돼서 해고가 어려워지는데요.

아무래도 이렇게 되면 용역이나 외주업체에서는 고용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최대한 단기 계약 형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민간 영역에서 근로계약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계약이다 보니까 노동자가 근로조건에 동의를 하면 나중에 계약 기간이 만료돼서 해고가 돼도 따로 부당해고다, 이런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일해야 되는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이 아무리 짧다고 해서 이거 계약을 안 맺는다 이렇게 할 수는 없겠죠. 렇다 보니까 초단기 근로 계약이 만연하게 되는 거고요. 많은 노동자들이 보호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사실상 제가 이 취재를 하면서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얼마나 열악할까 그걸 알아보려고 했는데 사실상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얼마나 많은 성희롱이라든지 추행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지 잘 드러나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깊은 관심과 그리고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일단 이런 말씀하신 노동자들이 참는 게 상책이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환경에 변화가 있어야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김대겸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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