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 전복 13명 사상...밭일로 일당 벌러 가다 '참변'

승합차 전복 13명 사상...밭일로 일당 벌러 가다 '참변'

2019.07.23. 오전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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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승민 앵커
■ 출연 :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박성배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강원도 삼척 고갯길에서 노동자들이 탄 승합차가 뒤집혀서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죠. 사고 당시의 상황을 생존자들의 목소리로 먼저 들어보고 오겠습니다.

[부상자 : 위험하겠더라고요. 막 내려가는 상황이야. 그러더니 (제동 장치가) 말을 안 듣는다고 그러자마자 삽시간에 일이 벌어진 거예요.]

[부상자 : 나 좀 꺼내줘, 꺼내줘 했죠. 간신히 죽을 힘을 써서. 외국 애가 (나를) 들어다가 가드레일 밑에다 내려놨어요.]

[앵커]
승합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위험할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렇게 인명피해가 컸던 원인은 어떻게 봐야 될까요?

[이수정]
결국에는 두 가지의 원인을 한번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일단은 지금 조금전에 피해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결국은 내리막길이었고 약간 굽은 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문제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거 아니냐. 또 기사분이 제동장치가 잘 작동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던 것을 누군가가 들었다.

이렇게 증인 진술이 있어서 아마 그 부분이 한 가지 중대한 이유가 될 것이고요. 또 한 가지는 가드레일입니다.

가드레일이 그러면 지금 아마도 부딪혀서 튕겨나간 것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가드레일이 튕겨나갈 때 아주 강도가 세면 사실은 저렇게까지 구르거나 하지 않아서 사상자가 좀 줄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가드레일이 비교적 굉장히 좀 약한 것이 아니었나 이런 추정이 가능하죠.

[앵커]
지금 교수님께서 두 가지 원인을 분석해 주셨는데 일단 브레이크 이상 부분을 놓고는 좀 얘기가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증언도 있습니다마는 이게 도로에 스키드 마크라고 하죠. 그런 자국들, 제동을 한 자국이 없어서 혹시 과속이 아니냐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박성배]
운전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조기에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렇지만 차차 수사를 통해서 그 사고원인을 밝혀나가야 되는데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는 점은 원래 빠른 속도로 진행하다가 급제동을 하면 스키드 마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자국이 없었다는 것은 제동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고 과속을 했기 때문에 제동을 제대로 못하고 그대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 앞서서 가드레일 부분도 얘기를 했는데 가드레일 등급이 있나 봐요.

[박성배]
그렇습니다. 내리막 굽은 도로입니다. 이 정도면 가드레일을 4등급 내지 5등급이 방호울타리를 설치해야 되는데 이 가드레일은 무등급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1997년부터 방호울타리지침이 만들어졌고 설치등급기준이 강화되어가는 추세였는데 왜 이렇게 무등급으로 방치해 뒀을까.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의 진술은 평소 이 지역이 교통량이 많지 않고 예산 부족 문제 때문에 방치해 둘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게 지금 사고 원인이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거기다가 이게 지금 원래는 3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였는데 운전자가 길을 잘못 들어서 6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니까 운전자가 조금 마음이 급해서 더 속력을 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수정]
지금 이 사건에서 제일 크게 의문을 갖는 부분이 운전자 요인입니다. 지금 이 운전자가 사실은 이 지역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게 아닌가. 왜냐하면 이게 또 밤늦은 시간대고 새벽시간대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길을 잃고 거의 한 3시간 걸릴 길을 2배를 헤매고 돌아다니면서 상당 부분 피로감 같은 게 틀림없이 있었을 걸로 보이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 운전자가 10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를 냈던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제대로 승합차를 정비할 줄 모르는 사람 아니냐.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게 10년 전의 사고가 사실은 승합차를 몰다가 굴착기와 추돌을 해서 5명이 숨진 사고입니다.

그런데 그때 그 당시에 불구속입건만 되고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았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아마 경계심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여전히 그와 같은 상태로 계속 승합차를 시골 지역에서 이리저리 몰고 다니면서 지금 또 과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인원이 15인승이에요. 그런데 지금 16명이 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승합차 같은 경우에는 무게중심이 상당 부분 일반차보다는 위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과적이면 사실 사람들이 더 많이 타게 되면 그러면 그런 것들이 아마 균형을 잃는 데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운전자의 부주의와 과실 이 부분을 사실은 배제하기는 무지하게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15인승 승합차인데 1명이 더 탔다는 말이죠. 이런 부분도 영향을 미칩니까?

[박성배]
15인 승합차 1명 더 타도 됩니다.

그 자체가 도로교통법 위반은 아닌데 15인승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이 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탑승객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때 대처를 못 합니다.

[앵커]
안전벨트를 또 안 멜 수도 있잖아요.

[박성배]
그렇죠. 즉각적인 반사 반응이 더뎌지기 때문에 사고가 더 크게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앞서서 운전자의 행태가 좀 의심스럽다고 말씀하셨는데 사고를 10년 전에도 이렇게 비슷한 사고, 인명사고를 크게 냈다면 그 이후에 왠지 트라우마 때문에 운전대를 잡기가 겁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똑같이 이렇게 운행을 해 왔다는 것도 좀 의문이 들어요.

[이수정]
그래서 보통 보면 이런 종류의 인명피해를 낸 사고의 운전자 같은 경우에는 말씀하신 대로 그런 심리적인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런 식으로 증상들이 많이 경험이 됩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제대로 된 치료기관에서 극복을 하지, 회복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많은 경우에 그 스트레스를 자체적으로 어떻게든 견뎌보겠다고 술을 마시거나 이런 식으로 생활패턴을 변경해서 대응을 하는 그런 측면들이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물론 이분이 돌아가셨으니까 지금은 알 길이 없지만 만약에 그와 같은 사고 이후에 사실 구속이 안 되고 그러면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와서 일상을 영위하면서 예를 들자면 음주를 섭취하는 패턴이나 이런 것들이 알코올 의존증같이 진행이 됐다거나 하면 그 끝에 일어난 사건이라면 그렇다면 이 사건은 아마도 운전자의 부적격이 제일 큰 이유가 아마 됐을 것이다. 그렇게도 추정해 볼 수 있겠죠.

[앵커]
이런 사고를 냈지만 그래도 또 생활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운행을 해야 되는 그런 상황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번 사고를 보면 전반적으로 단순 교통사고로 그칠 것이 아니라 고령화로 우리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까 이런 사고가 또 야기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박성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 인구 231만여 명 중 65세 이상이 103만여 명, 즉 44. 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젊은 일손을 찾아야 되는데 우리나라 젊은 일손들은 인건비가 높다 보니까 외국인 근로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인데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농가에서 고용해서 일을 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기는 있습니다.

고용허가제나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가 있는데 농촌에 할당된 외국인 근로자가 1만여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불법체류자들로 상당 부분 농가 일손을 분배하고 있는 현실이죠. 그 과정에서 오늘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실제로 이 차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5명이 타고 있었는데 2명은 안타깝게 숨졌고요. 그리고 3명은 구조를 하고 사라졌다고 해요.

[이수정]
지금 불법체류자 신분이 들통이 나면 결국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마 치료를 받지도 않은 채 도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이 불법체류자들이 지금 이 사건에서처럼 지역의 노동인력들을 대체를 하는 그러한 임시직들을 이리저리 표류를 하는 것 같은데 그 숫자가 도대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사실은 파악을 해서 그에 대한 대응이나 어쨌든 지금 이런 식으로 불법체류를 하는 사람들 중에 정말로 노동력이 필요한 그런 상황이라면 비자 신분을 바꿔줘서 노동을 할 수 있게 비자 신분을 바꿔줘야 그래야 좀 더 안전하고 의료적인 지원이 되는 상태에서 노동을 또 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어떻게 보면 필요가 있고 수요가 틀림없이 있다면 그것의 현재로서의 불법의 조건들을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포섭할 수 있는 이런 방식으로 대응을 하는 게 지금 이런 식으로 밤에 야간에 새벽시간대에 이렇게 남몰래 움직여야되는 필요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앵커]
이런 근로조건도 그렇고 또 지금 화면에도 나오고 있습니다마는 가드레일 등급도 그렇고 여러 가지를 들여다 봐야 되는 그런 사고가 아닌가 싶어요.

[박성배]
이 현상 자체가 새벽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생각되는데 새벽 운전 시에 적절한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만한 개인 운전자에게만 모든 것을 맡겨놓을 수 없는 것이고 도로를 정비해야 되고 가드레일에 대해서도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방치해 두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늦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같은 경우에도 이미 제도가 있는데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충당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불법체류자들이 일을 함으로써 이처럼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 이건 그 인력만큼 충분하게 인력을 확보해두고 합법적으로 일을 시킬 수 있을 만한 구조를 우리 사회가 마련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단순 교통사고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금 두 분이 말씀해 주신 이런 대책들을 조금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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