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와이] 日 경제 보복이 우리 탓?...어디까지 사실일까

[팩트와이] 日 경제 보복이 우리 탓?...어디까지 사실일까

2019.07.20. 오전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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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말을 바꾸고 사법부는 외교를 무시한 판결을 내려서 일본의 경제 보복을 불러왔다는 논리가 이른바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최근 청와대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일본어판 기사들을 비판한 배경이기도 한데요.

65년 한일 협정과 대법원 강제 동원 배상 판결 등을 통해 어디까지 사실인지 짚어봤습니다.

팩트와이, 고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 '한일 협정' 위반?

1945년 패망한 일본은 6년 뒤 연합국들과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맺고 전쟁 피해를 배상하기로 약속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승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 배상 대상국에서 제외됐습니다.

특별 협정을 체결하면 일제 강점기 우리 국민이 뺏긴 재산을 일본에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만이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에서 3억 달러를 받은 65년 '한일 협정'은 그 조항에 근거해 이뤄졌습니다.

따라서 한일 협정은 재산상 채권 채무 문제를 해결한 것이지, 전쟁 범죄에 대한 배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 우리 정부가 말 바꿨다?

한일 협정으로 일본이 준 돈에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금이 포함돼 있습니다.

2005년 참여정부 민관 공동위원회가 그렇게 결론 내렸고, 그 위로금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도 판단해 추가 보상했습니다.

당시 공동위원장이었던 양삼승 변호사는 YTN과의 통화에서 "강제 동원과 관련한 문제는 그 때 마무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공동위원회 백서를 보면, 위로금 성격의 '보상'과 강제 동원 당시 이뤄진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을 구분합니다.

한일 협정을 맺었으니 외교적 신의칙상 국가 대 국가로 보상을 요구할 수는 없어도, 개인이 배상을 청구할 길은 열어 둔 겁니다.

▲ 사법부가 혼란 자초?

실제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은 전범 기업을 상대로 밀린 임금 지급과 피해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법원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식민지 지배는 합법이었고, 강제 동원자도 일본 국민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배상 의무가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2012년과 지난해 우리 대법원은 일본의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불법으로 본다.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해 전범 기업이 배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일 협정으로 개인의 권리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 판결 때문에 경제 보복에 나섰다면 일본은 '전쟁 범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선언한 셈입니다.

YTN 고한석[hsgo@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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