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치료받던 환자 “선생님, 저도 살인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조현병 치료받던 환자 “선생님, 저도 살인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2019.06.13. 오전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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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치료받던 환자 “선생님, 저도 살인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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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6월 13일 (목요일)
□ 출연자 : 백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경희의대 교수), 염형국 변호사

-조현병, 10대 후반~20대 초반 발병
-조기에 적극적 치료하면 일상적 생활 가능
-조현병 환자, 강제입원 트라우마로 입원 거부 심해
-환자가 자발적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 조성돼야
-중증정신질환, 그동안 ‘가족책임제’였다고 봐도 과언 아냐
-산업화·핵가족화로 감당안돼...정신건강 국가가 책임져야
-힘든 시기엔 ‘인력이 인권’...낙후된 의료·복지환경 바뀌어야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 확충하고 위기관리시스템 마련 필요
-오픈 다이얼로그, 동료상담 등 약물중심치료 벗어나야
-故임세원 의사자 지정이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의 계기되길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요즘 우리 사회가 많이 우울합니다. 왜냐면 우울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울하다는 것과 최근에 많이 사건사고에서 언급되고 하는 조현병이라는 것, 차이가 분명히 있어요. 예를 들자면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런 것들, 이 사건들의 피의자에게서 ‘조현병력’이 밝혀졌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조현병에 대한 걱정과 우려, 또는 한편에선 과도한 경계와 의심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저희는 조현병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오래전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 한 번 집중적인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두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백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하 백종우): 안녕하십니까.

◇ 김호성: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염형국 변호사(이하 염형국): 안녕하세요.

◇ 김호성: 백 교수님, 먼저요. 우울증이라는 것과 조현병이라는 걸 청취자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백종우: 네, 중증정신질환이라고 저희가 흔히 얘기하면 조현병 조울증 그리고 심한 우울증을 이야기합니다. 이 경우가 망상이나 환청 같은 판단력의 저하가 있을 수 있는 게 특징인데, 조현병 같은 경우는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때문에 증상이 계속 변할 수 있고, 그래서 꼭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고. 우울증은 어떤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특정한 시기에 우울했다가 또 그 기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이런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고. 우울증은 기분장애고, 조현병은 이런 사고의 장애라는 게 차이점입니다.

◇ 김호성: 그래서 우울증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증상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어떤 조현병이라고 연계시켜서 좀 과도한 해석을 하는 것은 우리가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설명을 부탁드렸고요. 약 치료를 하면 문제없이 완치될 수 있는 것인지요?

◆ 백종우: 대개 조현병 환자분들이 굉장히 선량하고 사회활동을 하기가 어려워하기 때문에 고립돼 있는 게 문제인데요. 해외에도 여러 연구를 종합했을 때 치료받지 않는 경우에는 700명 중의 한 명 꼴로 강력범죄가 발생했는데, 치료 이후에는 이게 1만 명에 한 명 이하로 줄더라. 그래서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가 되면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 이렇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 김호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 변호사님,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때문일까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나빠지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염형국: 예, 백 교수님 말씀대로 지역사회에서 매우 고립되어 있는 상태이고, 지역사회 복지체제가 전혀 거의 마련이 안 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더해서 강제입원에 대한 트라우마도 굉장히 심해가지고 입원에 대한 거부감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강하신 것 같고요. 그런 것들이 악순환이 되다 보니까 범죄로, 자기 스스로를 해하거나 남을 해하거나 하는 그런 위험이 현실화되는 그런 경향이 있고, 그로 인해서 국민들이 더 두려움에 빠지고 혐오를 하고 또 통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연속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호성: 그 같은 분위기에서 환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려고 할 거 아니에요. 그럼 숨기려 하면 문제의 해결이 더욱더 어려워지지 않겠어요?

◆ 백종우: 맞습니다. 사실 요즘 제 환자분 몇 분이 ‘선생님, 혹시 저도 살인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이렇게 질문하시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지 않다, 지금 여태까지 누구도 해치려고 생각을 한 바도 없고. 그런데 이런 환자분들이 이렇게 두려워할 정도로 본인이 요즘 여러 사고가 있어서 참 마음이 아픈 일이 있었는데, 이때 환자분들과 보호자들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그리고 이걸 숨기게 되고, 그래서 치료를 안 받게 되면 이게 더 위험해지는데, 저희가 2017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정신건강복지법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탈수용화, 입원해서 지역사회로 가게 될 때 준비 없으면 이게 효과도 적을 텐데 또 이러다가 이제 지역사회에서 방치된 분에 의해서 사고가 발생하면 편견은 또 악화되고, 이게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했었는데 요즘에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드는 상황입니다.

◇ 김호성: 염 변호사님 보시기에 국가적인 관리 시스템 이런 것들은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고 보시는지요?

◆ 염형국: 실은 정신질환자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한데 하나는 말씀하신 대로 치료나 보건의 관점이 굉장히 중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사회에 장애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복지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역사회에 내몰면서 복지 지원은 이뤄지지 않으니까 국가적 관리 시스템이 작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이런 범죄행위나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호성: 제가 어느 한 조사를 보니까 조현병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많이 발병한다고 하는데, 교수님, 그게 맞습니까?

◆ 백종우: 맞습니다. 대개 25세쯤에 저희가 뇌 발달이 마쳐지는데 그전,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가장 많고요. 그래서 이게 흔히 조현병 환자의 두 갈래 길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때 조기에 발견돼서 적극적으로 지원과 치료를 받으면 이후에 회복하고 일하고 결혼하고 살 수 있는 비율이 훨씬 높아지는 반면, 이 시기를 놓치면 만성화돼서 장기적으로 입원하게 되고 사회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이때 쉽게 찾을 수 있는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 김호성: 그런데 청소년기에 조현병 예방을 위한 국가 관리 시스템이 직접적으로 작동한다고 했을 때, 혹시 우려되는 부작용은 없겠습니까?

◆ 염형국: 사실은 정신질환자에 대해서 많은 사회나 의료계에서는 의료, 치료의 관점으로만 접근합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라는 게 치료만 받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타 사회적인 그런 환경이나 혹은 복지 지원이나, 전 생애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칫 그런 국가관리시스템이 의료·보건의 관점으로만 작동이 되게 되면 통제를 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입원치료 안 하려고 하면 강제로 입원치료 하게 되고, 그러면 그 트라우마 때문에 더 숨기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는 됩니다.

◇ 김호성: 실제로 보니까 강제입원 지금 언급하셨는데요. OECD 평균보다 우리나라의 재원 기간이 6배나 높다고 하는 통계가 있는데 맞습니까?

◆ 염형국: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지난 2017년에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강제입원 비율이 70~80%에서 30~40%로 낮아졌고, 또 재원기간도 예전에 정신요양시설까지 합하면 2300일이 넘었는데 그것도 조금 낮아지는 추세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OECD 국가에 비해서는 많이 높은 상황이긴 합니다.

◇ 김호성: 강제입원을 통한 치료냐, 아니면 꾸준한 약물복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치료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교수님?

◆ 백종우: 저희가 그동안은 중증정신질환을 가족 책임제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족이 다 감당했는데 산업화 되고 핵가족화 되면서 이제 1인가구가 제일 많은 가구고, 감당이 안 되는 거거든요, 가족이. 그래서 이건 서구에서도 70~80년대부터 탈원화 탈수용화가 진행되면서 정신건강을 국가 책임으로 가져가게 됩니다. 염 변호사님 말씀하신 대로 복지 서비스가 지역사회에 있어야 한다는 데 100% 동의하고요. 의료 서비스도 미국 같으면 액트(ACT)라고 해가지고 찾아가는 서비스로, 매일 의료인이 집을 찾아가서 약 먹는 것도 챙기고 관리도 돕고 직업재활도 돕는 시스템이 있고. 이건 일본이나 대만도 퇴원 후에 집을 찾아가고 도와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거든요. 저희가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긴다면 우리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고. 또 입원을 결정하고 퇴원을 결정하는 것도 가족이 하다 보니까 가족과 환자 사이에 갈등이 생겨왔던 것도 사실이고요. 이 분야에 투자가 미비하면서 입원 환경이나 이런 게 너무 낙후돼 있었는데 이런 힘든 시기에는 인력이 인권이거든요. 그래서 찾아가고 싶은 의료 환경이나 복지 환경이 이분들이 찾아가고 싶은 환경으로 바뀌어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호성: 인력이 인권이라는 말씀이 참 공감이 되는데 말이죠. 일상 속에서 이 문제가 치유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이슈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사각지대에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단 얘기잖아요, 변호사님.

◆ 염형국: 예, 실제로 그런 사각지대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지역사회에 지역마다 정신건강 복지센터가 말씀하신 그런 지역에서 정신장애인을 돌보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전 정신장애 영역과 전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까지 도맡아 하는 바람에 사실은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라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저의 개인적인 견해는 정신건강 복지센터를 조금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지금 위탁운영이 되고 있거든요, 민간에. 그래서 이걸 공공체계가 담당하고. 또 지금 일상적인 관리보다는 조금 더 위기의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호성: 즉각적인 대응을 통한 사고의 미연에 방지인데, 지난해 말에 저희가 참 안타까운 소식 접했잖아요. 고 임세원 교수, 관련해서 지금 백 교수님께서 의사자 지정 활동도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진전된 상황이신지요?

◆ 백종우: 사실 고 임세원 교수가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유가족 분들은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요지를 밝힌 바가 있습니다. 사실 그런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 의료인의 안전을 먼저 살펴본 책임감을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에 저희가 의사자 심사를 통해서 지정이 돼서 이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저희가 또 추모하고, 이를 통해서 저희가 좀 더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 김호성: 변호사님, 지금 저희가 사회적인 안전망을 통해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보호, 더 나아가서 그를 둘러싼 피해의 여지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사회, 이웃, 바라봐야 하는 시각, 이런 것은 어떻게 가져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염형국: 일단 인식이 전환돼야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조금 더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 김호성: 그 환경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 염형국: 환경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지역사회에 정신재활시설이 대단히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정신재활시설을 조금 더 확충하고, 또 위기관리시스템을 지역사회에서 마련하는 걸 통해서 사실 조현병 환자들이 숨기지 않고 자신의 질병을 치료받고, 그것도 자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편견도 자연스럽게 조금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또한 우리나라 보건 체계에서는 아무래도 약물 중심으로 조금 보건이 운영되고 있는데 서구를 보면 오픈 다이얼로그라든지 일본 같은 경우도 당사자 동료상담이라든지, 이런 다양한 치료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약물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서 약물 플러스 다양한 접근방식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호성: 가장 가깝게 환자들과 만나고 계시는 백 교수님 입장에서, 우리 사회가 기울여야 할 노력, 어떤 게 있어야 할까요?

◆ 백종우: 중증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의료행위의 측면, 복지행위의 측면이 있으면서도 또 신체적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법적인 측면을 또 같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구에서도 이런 강제입원과 관련된 것은 사회가, 판사가 판단하거나 아니면 판사가 포함된 정신건강심판원에서 결정함을 통해서 본인과 또 사회의 안전, 그리고 때로는 치료와 인권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김호성: 모쪼록 사회적인 환경이 일상 속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환자 개인, 그 환자와 연관돼 있는 가족들, 이런 분들에게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 중에 청취자분들의 의견이 있었는데, 1027님께서 이렇게 의견을 주셨네요. ‘임 교수님 의사자 지정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임세원 교수님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참여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백종우: 저희가 지금 탄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 1만3000 분 정도가 참여해주셨는데,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했고요. 여러 기사 하단에 있는 안내를 통해서 클릭하고 본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시면 탄원서에 동참해주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관련된 이슈는 나중에 또 다시 한 번 준비하도록 하죠. 지금까지 백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염형국 변호사 두 분과 함께했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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