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이냐 학대냐...민법 내 '징계권 폐지' 첫 토론회

훈육이냐 학대냐...민법 내 '징계권 폐지' 첫 토론회

2019.06.05. 오후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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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는 양육과 훈육의 대상이었고 그런 만큼 가정 내 체벌에 대한 인식도 아직 관대합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내놓은 아동 정책 계획엔 가정 내 체벌 금지를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돼 사회적 합의와 기준 마련이 시급해졌습니다.

그 첫 작업으로 관련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김정회 기자입니다.

[기자]
8살 난 의붓딸을 마구 때린 뒤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끝내 숨지게 한 사건.

네 살배기를 옷도 안 입힌 채 한겨울 새벽에 화장실에 가두고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사건.

공분을 일으킨 이 사건들의 가해자는 다름 아닌 부모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훈육을 했을 뿐이란 똑같은 얘기입니다.

그러나 훈육과 학대는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성별, 세대에 따라서도 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정부가 최근 가정 내 체벌 금지 추진 방안이 담긴 새 아동정책을 발표한 뒤 첫 작업으로 여론 수렴에 나섰습니다.

[양성일 /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 사고의 전환과 함께 우리 사회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대안이 뭘지 깊이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전통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훈육과 학대에 대한 무지함, 사회적 관대함이 아동 학대를 계속 낳는 만큼 징계나 체벌도 부모의 권리처럼 생각하지 못하도록 민법상 징계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세원 /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자녀는) 보호자의 지휘와 통제하에 부모를 섬기는 존재로 여겨졌고 그 통제 수단으로 체벌이 이용돼 왔습니다.]

민법상 징계권은 친권자가 자녀에게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로 한계가 드러나는데도 1958년 민법 제정 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징계권 폐지는 찬성하지만, 체벌 금지 조항을 만들어 민법 내에 넣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강동욱 / 동국대 법과대 교수 : 판단에 있어서 어떤 의견을 취하는 건 좋지만, 우리가 친권을 행사할 때 부모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를 해야지 이렇게 하지 마라 저렇게 하지 마라 하는 규정을 넣는 건 민법 성격과도 맞지 않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부모의 친권 행사, 체벌과 훈육에 대한 올바른 교육부터 선행하게 하거나 대안 양육체제를 확대하자는 안도 제시됐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한 나라는 54개국.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를 보는 관점도 책임 쪽으로 용어나 의미가 바뀌고 있습니다.

YTN 김정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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