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핵심 증거' 의료사 감정...절차는 '깜깜이'

단독 '핵심 증거' 의료사 감정...절차는 '깜깜이'

2019.06.05. 오전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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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료 사고의 과실 여부를 따지는 의료분쟁중재원의 감정 결과는 유무죄를 따지는 핵심 증거로도 활용됩니다.

그만큼 수사와 재판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데도, 감정 절차는 '깜깜이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YTN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김태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나면 수사기관은 과실 여부를 따지기 위해 전문 감정을 의뢰합니다.

가장 권위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입니다.

[경찰 관계자 : 이런 걸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감정)받는 게 의협이나 중재원이에요. 거의 그 의견을 받아들여서 기소를 가든지 불기소로 가든지 하는 실정이거든요.]

하지만 감정 절차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눈에 띕니다.

의료사고 감정엔 중재원 소속 감정위원과 비상임 자문위원들이 참여합니다.

문제는 모두 현직 전문의라는 겁니다.

환자보단 의료진 편을 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비상임 감정위원 : 내가 감정한 결과가 해당 의사한테 소송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염두에 둬야 한단 식으로도 얘기하더라고요. 의료계에선 수탁감정을 동료 의사에 대한 평가로 생각하기도 하시더라고요.]

더구나 자문위원 선정 과정은 비공개라 학연과 지연 등을 따져 회피 신청을 할 수도 없습니다.

최종 감정서엔 누가 감정에 참여했는지조차 기재되지 않습니다.

환자 입장에선 완전 '깜깜이'인 셈입니다.

[이용환 / 의사 출신 변호사 : 감정 결과 회보서에 감정한 사람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투명하지 않잖아요. 누군지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그 사람들이 하더라도 저희는 알 수 없는 겁니다.]

이에 대해 중재원 측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료인만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소신 있는 감정을 위해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료분쟁중재원 관계자 : 요청하는 데에 대한 (답변)만 하는 거지. 최종적인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고 그 사람들(수사기관)이 하는 거예요.]

하지만 중재원의 감정절차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박호균 / 의사 출신 변호사 : (법에서 다루는) 과실이나 인과관계에 대해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아닙니다. 의료인이 감정에 대해서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 잘못이 있다, 없다는 판단까지 하고 있어서….]

외부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신 중재원의 자체 감정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기종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주로 다 자문위원 형태로 돼 있다 보니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근 감정위원들이 많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지 소신껏 감정할 수 있는 거거든요.]

지난해 중재원이 처리한 의료 사고 감정은 모두 666건인데,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감정 결과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투명성 확보와 역량 강화가 시급해 보입니다.

YTN 김태민[tm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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