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벽지 뜯으니 보물급 고지도"...도난 문화재 숨겼다 '덜미'

"식당 벽지 뜯으니 보물급 고지도"...도난 문화재 숨겼다 '덜미'

2019.05.29. 오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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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선 시대 때 만들어진 보물급 세계 지도가 도난당한 지 25년 만에 회수됐습니다.

골동품업자가 내다 팔려고 식당 벽지 뒤에 숨겨놓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유일하게 남아있던 숭례문 목판도 찾아냈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상북도 안동의 한 식당.

경찰 수사관이 벽지를 뜯어내고 빛바랜 종이를 조심스럽게 꺼내 듭니다.

25년 전에 도난돼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보물 1008호, '만국전도'입니다.

제작 시기는 17세기 중반 조선 현종 때로, 국내서 만든 세계지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겁니다.

[김성희 / 문화재청 감정위원 : 세계지도 계열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요. 민간에서 필사된,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골동품업자 A 씨는 장물로 거래되던 지도를 사들인 뒤 자신의 식당에 숨겨놨습니다.

집에서는 보물급인 조선 후기의 고서적 100여 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정재규 / 문화재청 전문위원 : 이번에 회수된 전적류를 통해 박주대 선생의 사상성에 대해 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업자 B 씨는 조선 초기 양녕대군이 직접 쓴 숭례문 목판을 남몰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숭례문이 불탄 뒤로 단 하나만 남아 있는 숭례문 목판입니다.

목판들은 이렇게 허름한 비닐하우스 창고 안, 다른 골동품 사이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다시는 못 찾을 줄 알았던 선조의 유산을 품에 안게 된 후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종빈 / 양녕대군 20대손 : 저희 종손으로서 이것이 커다란 조상의 얼인데, 이것을 찾게 된 건 말로 형용할 수 없죠.]

골동품업자들은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고 몰래 숨겨왔던 문화재를 팔려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김근준 /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2계장 : 10년만 지나고 물건을 내놓으면 처벌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론 절도범 처벌은 할 수 없습니다. 대신 문화재는 숨기고 있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구성하기 때문에….]

경찰은 다시 찾은 문화재를 원래 주인인 후손들에게 돌려줄 예정입니다.

또, 도난된 뒤 아직 회수하지 못한 국가지정문화재 12점은 문화재청과 함께 끝까지 추적한다는 방침입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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