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곳 없는 아이였다"...의붓딸 살인 사건의 안타까운 사연

"기댈 곳 없는 아이였다"...의붓딸 살인 사건의 안타까운 사연

2019.05.03.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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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인 의붓딸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버린 아버지.

자신이 저지른 성추행 사실을 의붓딸이 신고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범행의 현장에 친모가 함께 있었다는 것입니다.

범죄 심리 전문가는 친모가 평소 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어제) : 전 남편의 아이가 이 3인 가정을 깨기 위한 어떤 위기를 유발한 거죠. 그게 바로 성추행 신고로 보입니다. 강간 미수까지 신고를 하게 된 거죠. 아무래도 젊은 남편과 어린 아이와의 관계만을 중시 여기고 전남편에 대한 앙심 같은 게 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고요. 그러면 딸이 없어져야. 그 딸이 이제 문제 제기를 한다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 딸이 가지고 온 위기를 원천 봉쇄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아서 정신적으로 보면 남편의 배후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실제로 친모는 시신을 유기하고 온 남편에게 '수고했다'며 위로를 건넨 사실도 이런 심리를 반영됐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이런 정황은 친모의 비정상적 반응에도 드러납니다.

남편이 A양에게 성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을 알게 된 친모는 문자를 보낸 남편을 제지하는 것이 아니라 친부인 전남편에게 문자를 보내 '아이 잘 교육하라'며 오히려 딸을 문제 삼았습니다.

친모는 앞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범행을 말리지 못한 이유로 '나도 당할까 남편이 무서웠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법원은 어제 이 비정한 어머니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손정혜 / 변호사 (뉴스 940) : 어떤 방식으로 살해에 대한 공모행위가 있었는지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소극적으로 가담했는지 또는 아예 처음부터 두렵고 강요에 의해서 아주 소극적으로 그냥 방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렇게 일이 생긴 것인지 전화로 불러냈을 당시 그냥 만나서 대화하고자 불러낸 것에 불과한데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남편이 살해를 했는데 나도 해코지를 당할까 봐 두려워서 말리지 못 했다라고 한다면 살해 행위에 공모가 인정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거든요. 그 범행 경위에 대해서 조금 더 보강수사를 하라는 것이 이번에 영장 기각 사유로 해석됩니다.]

경찰 수사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은 실제로 A양이 친부, 친모에게 학대를 받은 사실은 간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친모는 아이에게 무속 신앙을 교육한다며 학교도 잘 보내지 않았고, 한겨울에 밖으로 내보내 문을 잠그기도 했다고 다른 가족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친부도 기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친부와 잠깐 지냈지만, A양은 지속적인 폭력을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장용진 / 아주경제 선임기자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친부가 그 전에 친딸, 숨진 여중생을 폭행했다는 것이죠. 폭력적인 행사를 해서 학대를 해왔다는 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접근 금지 명령까지 내려진 상태였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피해 학생이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게 아쉽지요.]

기댈 곳 없는 A양은 결국 경찰에 도움을 구했지만, 수사는 더디고 둔했습니다.

2주 만에 수사가 진행됐고, 피해자를 둘러싼 복잡한 정황을 이해하지 못한 경찰은 신고내용을 친모에게 알리는 등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A양은 신고 18일 만에 숨졌습니다.

인권위도 경찰의 대응 방식이 미흡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있어 조사에 나서기로 했는데요.

가족도 국가도 외면한 이런 외로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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