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고령화의 그림자' 노인 운전...대책 없나?

[취재N팩트] '고령화의 그림자' 노인 운전...대책 없나?

2019.02.13. 오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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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령자 운전자 사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국내외의 관련 대책을 기획취재팀 이승윤 기자와 함께 진단해 보겠습니다.

최근 들어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잦은 것 같은데 어떤 사건들이었는지 짚어볼까요?

[기자]
세계적으로 고령 운전자 안전 문제를 환기시킨 사건은 영국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의 교통사고입니다.

지난달 98살의 필립공은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해 2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당시 필립공은 햇빛에 눈이 부셔서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는데 문제는 사고를 낸 지 이틀 만에 다시 안전띠도 안 매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점입니다.

비난이 일자 필립공은 결국 운전면허를 반납했습니다.

국내에선 그제 전남 구례군에서 74살 할머니가 몰던 경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2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제는 96세 노인이 몰던 차량이 후진하다가 가속기를 강하게 밟아 30대를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관IC 부근에선 70대 운전자가 역주행을 하는 아찔한 장면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노련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잦은 이유는 뭔가요?

[기자]
아무리 운전 실력이 좋아도 나이가 들어 시력이 떨어지는 것만은 막을 수 없습니다.

노인 운전자는 움직이는 물체를 인식하는 동체시력이 감소하고, 야간에 눈부심 현상이 발생했을 때 시력 회복에 드는 시간이 일반인의 9.5배에 달합니다.

특히 고령 운전자의 돌발 상황 반응 시간은 1.4초로 일반인의 2배라서 제동 거리도 2배로 길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고령자가 일으키는 대형 사고를 보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가속 페달을 착각해서 밟는 경우가 많았고, 차로를 변경할 때도 사고가 잘 났습니다.

고령 운전자 증가는 교통사고로 인한 진료 기간을 늘려 보험료를 올리는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고령자 운전자에 의한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은 어떻게 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필립공 사례에서 보듯이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게 하는 제도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운전을 포기하는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만큼 일본의 경우엔, 98년부터 면허를 반납한 노인에게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매년 30만 건의 자진 반납이 이뤄졌고 교통사고도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부산시도 지난해 7월부터 면허를 반납하는 노인에게 교통카드 10만 원권을 지급한 결과 5천 명이 면허를 반납했고, 노인 운전자 사고도 40% 이상 줄었습니다.

서울 양천구도 본인 명의의 차가 있는 고령자가 면허증을 반납하면 교통카드 10만 원권을 지급하긴 하는데 관련 예산이 작아 추첨제로 이뤄집니다.

경기도와 서울시, 대전시 등도 관련 조례를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빨라도 내년이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대중교통 무료 이용자 증가로 인한 지자체 재정난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또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고,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재고용 수요가 커지면서 생계형 고령 운전자가 늘어나는 상황인 점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합니다.

[앵커]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면 고령 운전자가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게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을 듯 한데 다른 대책이 있습니까?

[기자]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자체를 줄이는 대책이 좀 더 실질적 방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도로 표지판 크기를 20% 정도 키웠고, 우리나라도 표지판 재조정을 현재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 정부는 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위해 도로 조명을 늘리는 정비 작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충북 옥천군에선 '어르신 운전중' 스티커를 발급해 고령 운전자 보호에 나섰는데 도로교통공단에선 이처럼 지역별로 난립하는 노인 운전자 보호 마크인 '실버 마크'를 통합해서 배포하고 있습니다.

현재 분당과 용인 등 경기도 남부권에선 병원과 대형마트에 장애인 주차 구역 부근에 실버 마크 부착 차량을 위한 '어르신 주차 구역'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선 '실버 마크'를 부착한 차량과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 운전자가 노인 운전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을 때 과실을 물리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 제도 역시 도입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승윤 기자, 여러가지 대안을 설명해주셨는데요.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승윤 기자와 함께 관련사항 정리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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