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왕이었다"...선수들은 눈치만

"감독님은 왕이었다"...선수들은 눈치만

2019.02.01. 오전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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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이 어제(31일) 보도한 고교 여자축구부 폭언·갑질 의혹과 관련해 학생들은 "감독님은 왕이었다"고 말합니다.

폐쇄적인 합숙소 문화와 여자 축구의 열악한 인프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고교 여자 축구부원들이 머물렀던 합숙소입니다.

굳게 잠긴 문틈으로 '사감실' 세 글자가 뚜렷합니다.

선수 기용은 물론 훈련과 생활 지도까지 전권을 쥔 감독은 '왕'과 같았습니다.

[前 B 고교 축구부원 : 숙소에서 감독님은 거의 왕이어서, 왕처럼 다 대해서…. 감독님이 옆에 있으면 그냥 눈치 보게 되고, 무엇을 하든 눈치 보고 욕먹기 싫어서…]

열악한 인프라도 갑질을 부추겼습니다.

지난 2017년 말 기준으로 고교 여자 축구부는 겨우 17곳에 불과합니다.

축구를 그만둘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감독에게 항명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급기야 한 학생은 정신과 진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정소희 / 前 B 고교 축구부원 : 6명 정도 그냥 축구 그만두자고 이것만 했어요. 못 덤비니까…. 애들 다 나가서 뛰게 하기 전에 대답 빨리하라고 계속 협박을 하는 거예요.]

A 감독은 지난해 8월 갑자기 팀을 떠났습니다.

전국 대회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B 고교 교장 : 제발 이 대회까지만 운영해 달라, (대회를) 뛰지 않으면 아이들한테도 타격이 커요. 그래서 제발 그렇게만 해달라고 했는데 본인이 사표를 냈고요. 2019년부터는 지원금이 전혀 없고 이러다 보니까….]

1, 2학년은 전학을 선택했고, 감독 눈 밖에 난 3학년생들은 9명으로 겨우 팀을 꾸려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前 B 고교 축구부원 : 실수하면 뭐라고 하고 욕하니까 제대로 하지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대회라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실력 발휘해보고 끝내고 싶었어요.]

결국, 축구부는 해체됐고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감독은 YTN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일부 갑질과 가혹 행위를 인정했습니다.

[A 씨 / 前 B 고교 축구부 감독 : 그 당시에 저는 몰랐잖아요. 애들이 그렇게 느끼는지 몰랐고 저는 애들한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가르쳤다고 생각했고 부모님 못지않게…. 근데 내 방식이 그게 잘못됐다는 것 기자 통해서 알게 된 거잖아요.]

폭행과 공갈, 학대 혐의로 A 감독을 경찰에 고소한 선수 측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도 신고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경찰 수사와 별도로 A 감독의 제재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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