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까지...끊이지 않는 철거민 문제

극단적 선택까지...끊이지 않는 철거민 문제

2019.01.19. 오전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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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30대 남성이 재건축 지역에 살다 강제 퇴거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요.

10년 전 용산참사 이후에도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강제로 내쫓기는 철거민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차유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재건축 지역의 세입자였던 박준경 씨는 강제집행을 당한 뒤 빈집을 전전하다가 한겨울 한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렵다'

박 씨가 남긴 유서엔 오갈 데 없던 당시의 절박한 심정이 담겼습니다.

[故 박준경 씨 어머니 / 12일 영결식 : 좋은 데 가서 다음 생애는 부잣집에 태어나. 알았지? 부잣집에 태어나서 좋은 부모 밑에서 결혼해서 잘살려무나 라는 말도 했는데….]

강제로 쫓겨나는 철거민들, 달라진 건 없습니다.

경기도의 한 강제집행 현장.

주민들이 낡은 빌라를 에워싸고 용역들을 막아섭니다.

[능곡지구 철거민 : 아침에 문 따고 쳐들어와서 아기 데리고 나가라고. 지금 나가라고 하는데 아기랑 한겨울에 갈 데가 어딨어요.]

이곳은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경기도 고양시 능곡지구입니다.

이런 강추위에도 남아있는 주민들을 퇴거시키기 위한 강제 집행이 최근 두 차례나 이어졌습니다.

남아 있는 주민은 30가구 40여 명.

시세 가의 절반 정도인 보상금만으론 마땅히 이사할 곳이 없어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능곡지구 철거민 대표 : 시 공무원들한테 부당성을 백여 차례 민원 넣고 했습니다. 지구무효소송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용역을 동원해서...]

재건축·재개발·뉴타운의 이름을 달고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됐거나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전국적으로 1,720여 곳에 이릅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주민 75%만 찬성하면 가능해 반대하는 목소리는 묻히기 일쑤입니다.

[재개발 지역 주민 :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강제집행 나왔으니까 자기들은 집행해야 한다고 어쩔 수 없다고….]

시간이 돈인 조합 입장에선 강제 집행의 유혹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이러다 보니 남은 주민들을 퇴거시키려고 폭압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력 집행 금지와 합리적 보상기준 마련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철거민의 고통과 불상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YTN 차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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