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아동학대로 4살 여아 숨져...막을 수 있었다

[취재N팩트] 아동학대로 4살 여아 숨져...막을 수 있었다

2019.01.04. 오후 1:09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안타까운 아동학대 소식이 또 전해졌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4살 여아가 학대 끝에 숨진 채 발견됐고, 가해자인 어머니는 어제 구속됐습니다.

이 가정은 이미 여러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던 것으로 드러나 아동 보호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태민 기자!

잊을만하면 이렇게 아동학대 범죄소식이 들려오는데, 이번엔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새해 첫날 벌어진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난 1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가정에서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숨졌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30대 어머니의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새벽에 바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아이를 화장실에 4시간 동안 가둬놓은 겁니다.

이날은 최저기온이 영하 10도에 가까웠던 엄동설한의 날씨였습니다.

부검 결과 아이 머리에 피멍이 든 흔적도 발견됐고 이로 인한 뇌출혈이 1차 사망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경찰은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어머니를 긴급체포했고 어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앵커]
가해자인 어머니는 범행을 인정하고 있나요?

[기자]
맨 처음 진술에서 가해자인 35살 이 모 씨는 아이를 폭행한 사실을 숨겼습니다.

하지만 부검결과가 나온 뒤에는 전날 저녁 아이가 잠들기 전 프라이팬을 이용해 머리를 때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다음 날 아침, 아이가 의식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도 응급실 비용이 걱정돼 신고를 미뤘다고 털어놨습니다.

숨진 4살 여아의 몸 곳곳에서는 화상 등 여러 상처가 발견됐고 또래 아이들보다 체격도 현저히 왜소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씨가 아이를 상습적으로 학대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삼 남매 중 막내였던 피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자녀에게도 학대를 일삼았는지 파악할 계획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미 주변에서는 여러 차례 이 가정의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했다고요?

[기자]
이혼한 이 씨는 홀로 삼 남매를 키워왔는데 남편과 함께 살았던 3년 전부터 이미 여러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씨는 지난 2017년 5월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내버려뒀다는 이유로 불구속 입건됐던 적이 있고, 남편 역시 같은 해 11월, 자녀를 때린 혐의로 처벌받아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지난 3년 동안 최소 4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그동안 세 자녀는 임시보호시설에 맡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기관 교육을 받은 부모의 손에 다시 맡겨졌고 끝내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동보호 기관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 부모님들이 열심히 교육을 받기는 했거든요, 부모도 정말 아이들을 데리고 오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교육을 받았음에도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됐기 때문에….]

특히, 사고 당일 며칠 전부터 지역 아동보호기관에서 여러 차례 가정 방문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아쉬운 상황인데, 뭐가 문제입니까?

[기자]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 가정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 아동보호 체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가 이뤄진 상태였다는 겁니다.

그동안 이웃의 지속적인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고 이전에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경찰 등 수사기관과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방임과 학대 정황이 확인돼 법원은 아동 임시보호 조치를 명령했고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 복귀가 이뤄진 겁니다.

결국, 이번 사건을 막지 못한 건 부실한 사후관리 체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일선에서 일했던 아동보호 담당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대 위험이 있는 가정이라도 사후에는 일선 담당자들에게 강제처분 권한이 없어 힘든 점이 많다는 겁니다.

또 방임 단계에서는 부모 상담과 교육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 아동보호 담당자는 형사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강제적인 조치를 하고 싶었던 적이 여러 번이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복적인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강화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모의 양육권'과 '아동보호'라는 두 사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김태민 [tmkim@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