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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출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조사비. 지난 10년간은 각 가구에서 지출한 경조사비를 대부분 회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돌려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손혜림·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학연구' 최신호에 실은 '재정패널을 이용한 우리나라 가구의 경조사비 지출과 경조사 수입 간의 관계 분석' 논문을 통해 이런 분석을 내놨다.
이 논문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2008년부터 조사해온 가구·개인 단위 연간 경조사비 지출과 수입 자료를 토대로 했다.
지난 10년간 누적 경조사 수입과 지출이 모두 있는 가구의 경우, 누적 경조사 수입액의 평균은 1,523만 원이고 누적 경조사 지출액의 평균은 955만 원이었다. 수입과 지출이 모두 있는 가구는 전체 조사 가구 중 37.3%에 해당했다.
반면 전체 가구 중 61.3%에 달한 가구는 지난 10년간 경조사비 수입이 전혀 없었지만, 734만 원을 누적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구는 조사된 전체 가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중 경조사 수입이 있던 가구만을 한정해 경조사 지출액과 수입액 추이를 관찰한 결과, 지난 10년간 경조사 지출액이 1만 원 늘어나면 수입도 9,880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경조사 문화가 가구에서 발생한 경조사 비용을 거의 모두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라고 설명했다.
즉, 각 가구가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 비교적 큰 지출을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경조사 부조금 문화가 이런 지출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완전 보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논문은 점차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비혼 인구가 느는 추세인 데다, 평균 수명도 증가해 앞으로는 경조사비 회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일부 개인은 경조사비를 지출한 시점과 회수하는 시점 사이에 많은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비혼 인구가 늘어나고 공동체 소속감도 희미해지면서 지출한 경조사비를 아예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조사비 문화가 유지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경조사비의 보험으로서의 기능은 점점 줄어들고 전통이라는 이유로 부담을 주는 문화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진은 "향후 정책적으로 가구의 경조사비 지출 부담을 줄여줄 필요성이 있는지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사진 출처=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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