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행복하십니까?"...영장 기각된 두 前 대법관에게

"판사님 행복하십니까?"...영장 기각된 두 前 대법관에게

2018.12.07. 오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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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직 대법관들에게 역사상 처음으로 청구된 구속 영장.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는 공모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홀로 구속된 임종헌 차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이종훈 / 시사평론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결국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게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각 사유는 피해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 관계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고요. 검찰은 즉각 반발했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다. 재판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하들이자 후배인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떠넘긴 두 전직 대법관들 지금 행복하실지 궁금하네요.]

네,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표정은 밝아 보였습니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두 전직 대법관은 짧게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심사를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던 모습과는 크게 대비가 됐는데요.

두 모습 비교해보시지요.

[박병대 / 前 대법관]
(전직 대법관으로 영장심사 받게 됐는데 심경 어떠십니까?)
"……"
(사심 없이 일했다 했는데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
(전직 대법관 신분이 결정에 영향 미쳤다고 보십니까?)
"재판부 판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외 드릴 말씀 없습니다."
(사법 농단 의혹 사건이 후배들이 알아서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고영한 / 前 대법관]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되셨는데…)
"……"
(사법행정권 남용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사법부 신뢰 회복 바란다고 하셨는데 책임 통감하시나요?)
"……"
(영장 기각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추위에 고생들 많습니다. 다음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인사 기록 삭제 정황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음 기회에…. 지금 수사 중이니까요."

그런데 새로운 의혹들은 추가되고 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의 경우 법원행정처장이던 2015년 4월 청와대에서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만났는데요.

일제 강제징용 사건 처리 논의를 위하여 청와대와 대법원이 만났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그 자리입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박 전 대법관에게 당시 청와대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총리직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최근 이병기 전 실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개입 대가로 총리직을 제의한 것 아니냐는 게 검찰의 의심입니다.

사실이라면 우리 국민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사법부를 우리는 신뢰할 수 있을까요? 재판부가 시간을 끄는 사이 동료 할어버지들이 숨지고 홀로 남은 이춘석 할아버지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변호사의 목소리로 들어보시지요.

[김세은 / 강제징용 피해자 측 변호인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10/30) : 우리 피해자들은 생애 마지막을 보내면서 목숨을 걸고 재판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재판을 법관의 외국 파견이나 편의를 제공받기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삼고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켰다니, 참 참담한 심정으로 보고 계시고요. 이춘식 할아버지께서 내가 이런 꼴을 보려고 아흔여덟해를 산 줄 아느냐. 이런 말씀하시면서 역정을 내시기도 하셨습니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고, 남은 사람은 양승태 대법관입니다.

여러 의혹이 있지만, 재판 개입에 대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박 전 대법관도 검찰 조사에서 2014년 대통령 비서실 공관에서 강제징용 소송 지연방안을 논의한 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시인했고,

김앤장에서 송무팀을 이끌던 한 모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 재판 지연 등을 논의한 정황 역시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소환 조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 기각이 수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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