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간첩조작 피해자' 유우성 씨의 끝나지 않은 고통

[중점] '간첩조작 피해자' 유우성 씨의 끝나지 않은 고통

2018.11.11. 오전 05:4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지난 2013년,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국정원의 증거 조작으로 밝혀졌습니다.

피해자 유우성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국정원 실무자 일부만 처벌됐을 뿐이어서 최근 검찰 과거사위에서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피해자 유우성 씨를 강희경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2013년 1월, 한 서울시 공무원에게 '간첩'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2004년 탈북한 화교 출신 유우성 씨, 영문도 모른 채 국정원에 체포됐고,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유우성 /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 왜 간첩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정말 당황해서 몰랐는데 (조사) 첫날부터 느꼈어요. 내가 조작된 사건에 가담돼 있구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말도 안 되는 사실이 지금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국정원이 이전의 재일동포나 어부에 이어 탈북자를 간첩으로 만들어 내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누명을 벗기까지는 천 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유우성 /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대법원 무죄 확정 당시) : 정말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말씀드렸는데도 3년 가까이 재판을 이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당시 증거 조작으로 국정원 직원 등 4명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공수사팀 김 모 과장에게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국정원의 '꼬리 자르기'였습니다.

증거 조작도 모자라 위장 사무실로 검찰 수사를 속인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몰랐다며 처벌을 피했습니다.

[김용민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지난 2014년 10월) : 국가 사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대한민국을 공문서를 위조하는 나라로 만들어버린 이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허술한 증거를 방관한 수사 검사들 역시 경징계만 받았을 뿐 여전히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무리한 간첩 만들기는 존립 기반을 흔들어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뒤늦게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검찰도 최근 이 모 대공수사국장 등 국장급 2명만 재판에 넘겼을 뿐입니다.

우성 씨는 어느새 두 아이를 둔 가장이 됐습니다.

노동 현장을 오가다 작은 여행사에서 어렵게 일자리도 구했습니다.

남은 재판을 직접 확인하면서도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재조사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유우성 /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 제가 받고 싶은 건 그 사람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거든요. 그거면 돼요, 저는. 마지막 기회로 진상이 밝혀져서 앞으로 이런 유사한 사건이 있을 때 좋은 하나의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진실을 밝히기 위한 우성 씨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