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은 '방화' 경찰은 '그냥 불'...헛도는 공조

소방은 '방화' 경찰은 '그냥 불'...헛도는 공조

2018.10.15. 오전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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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국내의 방화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확인하고 그 이유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화재 데이터를 뒤져봤더니 미심쩍은 사건들이 추가로 여럿 발견됐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소방은 "방화다", 경찰은 "아니다", 이렇게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 겁니다.

오늘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예정입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4월, 경기도 의왕에 있는 사무실에서 불이 났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뒤였습니다.

소방관은 방화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마치 기름이 튄 것처럼 탄 모양, '스플래시' 패턴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인화성 액체가 끓으며 생기는 대표적인 방화 흔적입니다.

불이 다섯 군데에서 동시에 난 점도 의심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방화가 아니라고 결론 냈습니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도, 딱히 불이 난 원인도 못 찾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5년 전 충북 괴산에서 난 술집 화재도 이상합니다.

소방은 주인을 의심했습니다.

장사가 잘 안됐고 두 달 전에 보험에 가입한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전선이 끊어진 흔적 등에 기반에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로 끝났습니다.

전선이 녹은 게 전기적 요인 때문인지 화재의 열로 녹은 건지 알기 힘든 데도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한 셈입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닙니다.

YTN의 데이터 저널리즘 전담팀인 D&A팀이 소방과 경찰의 지난 5년간의 보고서를 분석했는데요.

앞서보신 사례를 포함해 미심쩍은 화재 사건을 줄줄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방은 하나같이 방화에 손을 들었지만, 경찰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가장 많은 이유가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증이 안 나오니까 그냥 내사종결 한 건데, 그러면 이 사건은 방화가 아니라 일반 화재로 분류됩니다.

아예 경찰 수사 기록이 없는 사건도 7건이나 됐습니다.

두 기관이 서로 힘을 합치지 못하고 엇나간다면 화재 조사는 그만큼 부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홍익표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우리 같은 경우에는 소방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특히 소방이 작성한 보고서를 수사에 반영하는 여부조차도 경찰이 판단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재 부실 수사 실태를 밝혀낸 YTN의 연속 보도 이후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은 직접 만나 공조 방안을 논의하고 정보 공유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화재 데이터가 제각각 관리되고 있어, 공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가통계의 통합 작성부터 필요한 현실입니다.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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