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전쟁"...사고 위험 내몰린 외주노동자

"오늘도 전쟁"...사고 위험 내몰린 외주노동자

2018.09.25. 오전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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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은 저임금의 외주 업체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외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처우나 보호도 받지 못하고 매일 목숨을 거는 일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외주 노동자들의 하루를 차정윤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공구 더미를 짊어진 인터넷 설치기사가 가파른 지붕 위로 올라갑니다.

난간 하나 없는 지붕 모서리에 걸터앉아 공중 곡예를 펼치듯 바닥으로 케이블 선을 늘어뜨립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아파트와 주택 옥상을 넘나드는 인터넷 설치기사 김종덕 씨에게는 매일 겪는 일상입니다.

[김종덕 / 인터넷 설치 기사 : 작업하러 올 때마다 사실 겁이 나죠. 저도 사람인데요. 눈 오고 녹으면서 물기가 있을 때 그럴 때 사실 바닥이 되게 미끄러워요. 저희가 작업을 연기할 수도 없고요.]

20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동료들은 감전과 추락 사고로 평생 장애를 떠안았지만 외주업체라는 이유로 대책은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김종덕 / 인터넷 설치 기사 : (동료가) 감전이 심하게 돼서 정신을 잃고 떨어진 거죠. 지금도 가끔 만나는데 나이가 저랑 동갑인데 다리를 절고 다니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참 안타깝죠.]

매일 아침 맨몸으로 수십m 높이의 타워크레인 사다리를 오르는 기사들도 두려움과 싸웁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 신호수가 주는 사인에만 의지한 채 홀로 10시간 넘게 고공에서 버텨야 합니다.

[타워크레인 기사 : 타워끼리 충돌 사고도 있었고요. 내가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작업자가 안일하게 작업하다가 고정 화물이 추락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아차 하는 순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무리한 공기 단축 지시가 와도 위험 감수는 온전히 내 몫입니다.

대부분의 크레인 기사들은 건설사의 하청에 또 하청을 받는 외주업체 직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5년 안전사고로 숨진 근로자 비율은 원청업체보다 외주 업체가 투입됐을 경우가 4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손진우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고용이라는 밥줄 때문에 목숨줄을 내놓고 일하는 상황이 계속 처하게 되고 내몰리게 되는 형국이 있는 거죠. 더 취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거잖아요.]

외주업체 근로자들은 시한폭탄 같은 사고 위험을 떠안으며, 오늘도 전쟁 같은 일터로 향하고 있습니다.

YTN 차정윤[jych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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