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때마다 학교 안 가..." 생리대 못 사는 청소년의 비애

"생리 때마다 학교 안 가..." 생리대 못 사는 청소년의 비애

2017.10.28.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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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에는 생리대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그러나 생리가 시작되었을 때 사용할 생리대가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는다.
"생리대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게, 파우치에 항상 여분을 넣고 다니세요. 비상약처럼."이라는 조언은 생리대를 살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생리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은 생리대를 대체할 '천'을 찾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된 깔창이 아니더라도 접은 휴지나 손수건, 수건을 사용해서 생리대를 대신한다. 급할수록, 가난할수록 기상천외한 생리대 대체품이 등장한다.

최근 YTN이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소개한 13살 소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월 13일, 소현이가 생리대 대신 쓰는 '분홍색 손수건'은 보건복지위원회 국정 감사 현장에까지 등장했다.

많은 이들은 소현이가 생리대가 없어서 손수건을 쓴다는 말에 의구심을 표한다. 보건소에서 생리대를 무료로 지원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최근 복지부는 유해 물질 생리대 파동 이후,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지자체에 지원하던 생리대 공급을 중단했다는 사실은 모른다.

유해물질 생리대 파동이 나서 무작정 회수하고 후속 조치가 없다보니 발생한 '사각지대'에서 소현이와 같은 청소년들은 생리 때마다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

▲ 소현이의 아버지는 딸 대신 보건소에서 단 한 번 생리대를 받아왔다.

그나마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라면 보건실이나 친구들에게 생리대를 빌리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소현이가 다니는 학교 보건선생님은 "너는 왜 매번 생리대도 안 갖고 다니냐"며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소현이는 더 이상 학교 양호실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빌려주기도 하지만 생리대를 빌리는 건 일종의 '품앗이'개념에 가깝다. 소현이도 생리대를 빌려주어야 빌릴 때 친구들의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다.

그마저도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제도권 밖 소외된 아이들은 생리대는 생필품이 아니라 사치에 가깝다. 급한 대로 휴지로, 천 뭉치로, 그리고 화제가 되었던 '깔창'으로 새어 나오는 피를 막는다.

'생리대 사각지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깔창 생리대, 손수건 생리대가 이미 해결된 사건이 아니라는 것, 지금도 여전히 많은 청소년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생리대를 후원하는 일이다.

아래 배너에서 손수건 생리대를 쓰는 소현이와 소현이와 같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더 이상 생리대 대신 깔창을, 손수건을, 휴지를 쓰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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