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서 숙식...강남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일

화장실서 숙식...강남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일

2017.08.24. 오전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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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김태현 / 변호사

[앵커]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들이 좁은 경비실에서 일을 하면서 재래식 화장실에서 숙식을 해결해 왔다고 합니다. 먼저 그 모습 영상으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저곳이 경비실 안의 모습이고요. 그 좁은 경비실 안에 재래식 화장실이 붙어 있습니다. 지금 화장실 변기가 보이고 있는데 저 바로 위에 밥솥이 있고요. 저기서 숙식을 해결해 왔다는 겁니다. 이어서 경비원의 이야기도 한번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냄새가 올라오는데 재래식 화장실에서 용변 보고 소변보고, 밥 해먹고, 잠자고. 이거야말로 현대판 노예죠.

[앵커]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좁은 공간인데 사실 요즘 교도소 독방보다도 더 좁은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인터뷰]
그렇죠. 교도소 내에서 수형자들의 인권이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사, 그다음에 용변 보는 장소와 세면하는 장소의 분리 그리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공간의 확보. 이것은 수형자의 기본 인권에 해당되는 것인데 그런데 지금 저 경비 사무실은 정말 교도소보다 못한 인권의 열악한 상황이 그대로 투영되었다, 이렇게밖에 볼 수 없고요.

더군다나 경비원 아저씨가 고령임을 감안한다고 하면 더 심한 심적인 또는 육체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저것을 인권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조금 바라봐야 되지 않겠는가. 물론 저 아파트의 여러 가지 상황상 경비실만을 따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이라고 하는 이런 차원에서 경비원들의 기본적인 인권은 보장을 해야 되는 이와 같은 아파트 업체의 결정이 아쉽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저게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경비실의 모습인데요. 참 경비실이 저렇게 열악한가 싶을 시청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떻게 저런 경비실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는가 싶은데 말이죠.

[인터뷰]
여기가 30년이 넘은 아파트라고 하지 않습니까? 80년대 중반에 만들어졌던 건데. 80년대 중반에 지어졌기 때문에 경비실의 변기 자체는 재래식 변기인 거죠. 그런데 80년대 중반 생각해 보시면 그때도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재래식 변기는 없습니다. 다 양변기 아니겠습니까? 아주 70년대, 60년대에 지은 건물만 저런 변기들이 있죠.

그런데 저 아파트를 지을 때, 제가 저 아파트 살아본 건 아니지만 모르기는 몰라도 집에 있는 화장실들은 그때 분양할 때 전부 다 양변기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1층에 있는 경비실에 있는 변기만 유독 양변기가 아니라 재래식 변기로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당시만 해도 저렇게 경비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인권 이런 것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죠. 어차피 입주민이 중요하지 거기 1층에 경비아저씨들이 뭘 중요해. 변기 하나 있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시공을 할 때 당시에 주택공사인가요, 주공이었죠. 주공에서 저렇게 재래식 변기 만들어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배려가 없이요.

그런데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그러니까 이제 경비원 아저씨들의 처우도 높여야 되는 것 아니야, 재래식 변기는 안 좋고 양변기로 바꿔 줘야 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들이 입주민들 사이에서 퍼졌을 것이기는 한데 문제는 저 아파트가 하도 오래돼서 재건축,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보니까 그렇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 경비실 시설을 개선하는 것들이 조금 벽에 부딪혔을 겁니다. 그래서 아마 저런 경비하시는 분들이 계속적으로 안 좋은 환경 속에서 일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경비원들을 힘들게 하는 게 환경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살펴봤더니 관리사무소 측이 국경일에 아파트에 태극기를 달라고 지시를 했는데요. 이것을 늦게 달았다는 이유로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태극기 게양, 이거 경비원들이 꼭 해야 되는 겁니까?

[인터뷰]
그렇다고 볼 수는 없죠. 공무원들이 하는 게 원칙이지만 여러 가지 부가적인 관리사무소장이 만약에 지시를 하게 되면 이것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는 이와 같은 상당히 취약한 계약 관계가 있는 상황이죠. 저것으로 인한 여러 가지 갈등 상황을 우리가 많이 봐왔습니다. 택배에 관한 처리도 사실은 경비원들이 해야 되느냐. 이것으로 인해서 입주민들하고 상당 부분 갈등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무한서비스를 요구하는 반면 실제로 지불하는 비용은 상당히 열악하다. 그리고 고용 구조 자체도 사실은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이런 형태고 단기 계약이 상당히 많이 있는 형태인 거죠. 그러다 보니까 소위 말해서 태극기 게양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부과해기도 하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부과를 많이 하지만 그것을 노동권을 주장하거나 이런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계속적인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다른 업을 찾기도 한계가 있고요. 그리고 아마 이번 사례에서는 소위 말해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무엇인가 압박을 주기 위한 입장에서 관리 책임자가 그와 같은 요구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결국은 이것의 업무 처리가 늦고 등등의 이유로 또 다른 빌미가 생겼던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앵커]
태극기 달라는 지시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업무 처리가 늦었다는 점을 또 질책을 받은 것 같습니다.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고 하는데요. 경비원 이분의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모 씨 / 경비원 : 나이 먹어서 노망들었다고 모욕하고. 업무지시인데 거역하느냐고. 거기서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꼈죠.]

[앵커]
저 뒤에, 그러니까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뒤에 이것을 인권위에 진정을 했는데 그 뒤에 부당한 처사를 받게 됐다고요?

[인터뷰]
그렇죠. 아무래도 인권위에 진정을 하고 청와대에도 진정을 하는 이것 자체가 아마 관리사무소장이나 그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게 여겨지겠죠. 그래서 지금 알려진 바에 의하면 상당히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킨다, 이런 식의 이유로 저분의 근무장소 주거지에서 2시간이나 떨어진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게 됐습니다. 2시간까지 가는 데 상당 부분 어려운 상태에서 당일 조금 늦었거나 출근을 어렵게 했던 상황이 있는데 그것을 또 빌미로 해서 거의 해고 같은 이와 같은 통지 비슷한 것이 이루어졌던 거죠.

결국은 하나의 빌미가 되고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서 어려운 인사 배정을 한 거죠. 주거지에서부터 2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인사 배정을 했다라고 한다면 실제적으로 해고 통지나 다름이 없는 이와 같은 상황까지 악순환이 생겼습니다.

[앵커]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갑질 논란이 이번뿐만이 아닌데 어떻습니까? 경비원들의 근무 내용이라든지 아니면 경비실의 정확한 크기라든지 이런 게 정확하게 나와 있는 건 없는 건가요?

[인터뷰]
그렇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아파트 준공할 때 경비실 시설은 어떻게 해야 된다든지 그런 것들은 들어가지 않거든요. 예를 들면 또 분양할 때 분양조건과 경비사무실의 크기가 있는 게 아니고 그리고 최근 짓는 아파트들은 점점 경비실을 줄입니다. 무인경비시스템이라고 해서 앞에 카드 찍고 들어가고 하지, 이제 경비 아저씨들이 각동마다 있는 아파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들인데 더군다나 저런 것들 예를 들어 시설이 안 좋다. 얼마 전에도 보도가 되기는 했지만 에어컨 달아주고 이런 문제들요.

그러면 사실 그게 아파트 입주민들이 그 비용들을 관리비에 조금씩 부담이 돼야 되는 건데 그걸 입주민들이 전부 동의를 해 줘야 시설 개선을 위해서 경비아저씨들 리모델링도 해 드리고 그리고 에어컨도 설치해 드리고 그러는데 또 입주민들도 생각이 제각각이다 보니까 그게 입주자 대표 회의를 통해서 통과가 안 되면 경비아저씨들은 계속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를 위해서 고생하는 아저씨들의 고충을 조금은 이해하시고 조금 나누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아저씨들의 환경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교도소 독방보다도 못한 경비실의 모습을 보셨는데요.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시설 개선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글쎄요, 최소한의 작업환경이 될 수 있도록 고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서 숙식해결하는 경비원들 관련 반론보도문

본 방송은 지난 8월 2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경비원들이 숙식을 화장실에서 해결하고 있으며, 부당한 업무 지시에 항의하는 경비원들을 다른 아파트로 인사발령을 냈다는 취지로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도록 강요한 바는 없으며, 지하 1층의 개인공간 및 공용 휴게실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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