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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13년째 안고 있는 슬픈 이름은 '자살 공화국'이다. 전 연령 층에서 자살률이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특히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2015년 기준 10만 명당 58.6명으로 전체 인구 자살률인 26.5의 2배다. 2011년 노인 자살률 79.7명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이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이 수치는 OECD 평균 노인 자살률의 무려 3배에 달한다.
자살을 택한 65세 노인 가운데 무려 78%가 전업주부나 무직이었다. 농림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자살 노인 비율이 11.4%로 뒤를 이었으며, 단순 노무 종사자 3% 순이었다. 노인들이 노후 대비에 실패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한, 질병이나 배우자의 사망 등도 자살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방영된 인기드라마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활용해 노인자살예방 교육 영상 '희자 씨와 친구들을 위하여'를 제작했다. 극 중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희자 씨 역을 맡은 김혜자 씨는 "드라마 속 희자의 심정이 공감이 간다"고 밝혔다.
극 중 희자 씨는 배우자가 갑자기 사망한 뒤 자살 충동에 시달리게 된다. 그녀는 건강 염려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자신의 증상이 치매라고 의심하게 되고, 결국 '자식들의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자살을 시도한다.
사실 희자 씨는 삶에 대한 애착이 남아있지만, 정신적으로 막다른 곳에 물린 상태에서 '죽음'을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자살을 결심하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씨는 "일반 인구의 자살은 충동적인 경우가 많지만, 노인은 계획 자살의 비중이 높다"고 밝혔다. 질병이나 배우자 사망 등의 이유로 죽으려 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하는 경우가 높고 실패율도 적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살을 결심하고 준비하는 기간이 길다는 사실은, 그만큼 주변에서 관련 징후를 발견하고 자살 시도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살 시도자들은 일종의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노인이 자살을 생각할 때 어떤 징후를 보일까? "죽고 싶다"고 말하고, 당부의 말을 남기거나 자녀들에게 남은 배우자를 부탁하기도 하며, 배우자에게는 혼자 굳세게 살아가라는 식의 말을 남긴다. 또는 평소와는 다른 특이한 행동을 하고, 주변 정리를 하거나 칩거를 하는 경우도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주변인이 죽었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 실직하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살 징후가 보이는 노인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까?
김병후 박사는 위험 징후가 보이면 "지금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물으라"고 말한다. 자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오히려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고, 자살시도자가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주변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연락할 주변 사람이 없는 노인이라면 희망의 전화 129로 전화해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받기를 권장한다.
김혜자 씨는 동료 김형섭 씨의 일화를 전했다. 김혜자 씨가 "언제까지 사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질문하자 김형섭 씨는 "무언가를 배울 때까지 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옳다.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죽음과 멀어진다. 결국 사회의 복지, 교육 프로그램과 주변인의 도움이 노인을 우울증과 자살에서 구할 수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자살 예방을 위해 대한노인회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인이 된다. '자살은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통념이다. 지금 우리의 조부모님, 어머니, 아버지는 과연 괜찮으실까?
YTN PLUS 정윤주 모바일 PD
(younju@ytnplus.co.kr)
사진 출처=tvN 디어마이프렌즈,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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