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비아그라, 청와대 왜 필요했나?

그 많은 비아그라, 청와대 왜 필요했나?

2016.11.23.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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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청와대가 구매한 약품이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 종류의 의약품을 '31차례'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이 목록에 있는 의약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청와대는 지난 2년여 동안 무려 300개가 넘는 영양 미용 주사제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량을 살펴보면 태반주사 200개, 감초주사 100개, 마늘주사 50개, 백옥주사 60개입니다.

총 2,0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태반 주사란 임산부의 태반추출물 성분을 이용한 주사제입니다.

간 기능 개선 효능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피로해소, 항노화 등의 효과 때문에 허가범위 외 목적으로 처방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청와대가 구입한 다른 주사제들 또한 피로회복이나 피부미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문제는 해당 약품들이 의학적 효능과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상원 / 변호사 : 이런 피로회복제들은 이거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치료제가 아니고 건강 증진 또는 우리가 약효를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어떻게 보면 민속요법 비슷한 약들인데요. 그게 주사제로 된 거죠.]

청와대는 주사제 구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청와대의 모든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구매했다는 겁니다.

[여상원 / 변호사 : 그런데 대통령 의무실은 대통령을 위한 것이거든요. 직원들은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아프면, 아주 응급적인 것 외에는 밖에서 치료 받거든요. 그런데 이건 응급의약품이 아니지 않습니까?]

주사제에 이어 이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치료제가 목록에 들어있어 더 눈길을 끕니다.

바로, 오늘 하루 포털을 뜨겁게 달군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입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를 60정 구입합니다.

그리고, 같은 달 비아그라의 복제약품인 한미약품의 팔팔정 50밀리그램 304개를 추가로 구입합니다.

총 364개의 비아그라를 구입한 겁니다.

비아그라 구입에 대해 청와대는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긴 하지만 고산병 치료제도 된다", "지난 5월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대비해서 구입한 것" 이라고 말하면서 "한 번도 안 써서 그대로 남아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용화 / YTN 객원해설위원 : 한 번도 안 쓸 걸 왜 샀는지 잘 모르겠고요. 저는 이런 문제들이 나온 건 결국은 개그 코미디에 주요 소재거리를 제공했다.]

그러데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고산병 치료'에 사용했다고 해명한 가운데, 오히려 비아그라가 고산병 증세를 악화시킨다는 논문이 이미 5년 전에 나왔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해당 논문이 실려 있는 홈페이지입니다.

영국에서 실행된 이 연구는,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 구연산염'이 고산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연구 결과, 고산병 예방을 위해 실데나필의 일상적 예방적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백성문 / 변호사 : 그것까지 혈세로 사야 하는가 하는 문제 하나, 두 번째, 이게 의료법 위반이 아닌 거라는 걸 청와대가 해명을 하셔야 될 거고. 세 번째로는 이게 쓰였다면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쓰였는지를 확인하면 되겠죠.]

얼마전 '길라임'이 실시간 검색어 오른 이후에 오늘 또 '비아그라'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이후 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해명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더 이상 청와대의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들의 마음 때문인지 참 씁쓸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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