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러 다니면서... 체불임금 일삼는 사장님.

골프치러 다니면서... 체불임금 일삼는 사장님.

2016.11.06.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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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대의 꽃 다운 나이에 겪기엔 너무도 삭막했던 사회.

이 청년들의 노동의 대가는 틀어져 버린 미래였습니다.

박조은 기자기 취재합니다.

[피해자 부모 : 그때는 쌍둥이가 많지도 않았고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지만 예쁘게 꾸며서 데리고 다니잖아요. 어릴 때는 아빠랑 같이 살고 아기 때는 괜찮았어요. 집이. 그래서 나름 남부럽지 않게 생각하고 그런데도 부족한 마음이 느껴지는데, 크면서 그 환경이 바뀌면서 더 힘들어졌죠. 저 딴에는 최선을 다 한다고 하는데, 부족한 게 너무 많죠. 등록금 부분이 저는 가장 부담되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런 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사실은 안 시키고 싶죠. 위험하고 그러니까. 그런데 자기들이 벌어서 하려는 것도 있고, 사회 경험도 되고.]

[기사]
사상 최대의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 여름, 대학생이던 21살 쌍둥이 형제는 이 공사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다가오는 2학기, 수백만 원 등록금의 압박.

형은 그 등록금을 벌기 위해, 동생은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태려고 형제가 나란히 공사장 일을 택한 겁니다.

[피해자 : 새벽 5시에 일어나거든요? 일을 하다보면 10시, 11시 되면 해가 떠가지고 엄청 더워요. 그때 이제 벗을 시간이 없으니까. (생략) 더워가지고 일을 하다가도 힘이 안나가지고 너무 더우니까 퍼져가지고 조금 쉴 때는 누워서 쉬고 힘들어 가지고 일을 못 할 정도 였 거든요.」

타는 듯한 더위에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생전 처음 해보는 고된 일이었지만, 돈을 벌겠다는 생각 하나로 꾹 참고 석 달여 흙먼지를 마셨습니다.

[피해자 : 여기만큼 돈을 많이 주는 알바도 없으니까 30일 중에 20일 이상은 일했죠.]

하지만 그 여름은 씻을 수 없는 악몽이 됐습니다.

[기자 : 다시 와 보니까 어때요?]

[피해자 : 아, 보기도 싫어요. 여기서 그때 엄청 일을 했는데 <돈 못 받은 거 (삐-: 묵음 처리) > 생각하면 너무 짜증나가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10월.

국민신문고를 두드린 것은, 두 쌍둥이의 어머니, 최 씨였습니다.

[피해자 부모 : 기가 막히는 거예요. 올 여름 얼마나 더웠어요? 근데도 좋다고 가서 둘이 일을 하는 거야.]

[피해자 : -옆에서- 아. 왜 울어~]

[피해자 부모 : 아 너무 기가 막히는 거예요.]

아버지 없이 혼자 쌍둥이 형제를 키우면서도 늘 씩씩했던 최 씨가 오늘은 서러움을 참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피해자 부모 : 노동부에서 확인서 때어 준 것에는, 얘는 350 얼마로 되어있었고요. 큰 애는 530 얼만가 해가지고 둘이 800거의 90만원? 870몇 만 원 인가 그렇게 됐어요.]

두 아들이 여름 내내 공사장에서 번 돈 870만 원을 고스란히 떼였다는 겁니다.

[피해자 부모 : 어느 날 애가, ‘엄마 큰일 났어.’‘왜?’ 이랬더니 ‘다른 사람은 다 줬는데 우리만 안 준거야.’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장님한테 문자도 하고 문자도 계속 했어요. 연락이 전혀 안되더라고요.]

업체 사장은 원청에서 대금을 못 받은 것이라 둘러댔지만,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습니다.

10여 명 직원 가운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중간에 직장을 그만 둔 근로자들, 그러니까 사장 입장에서는 더 이상 볼 일 없게 된 직원 4명만 임금을 안 준 겁니다.

특히, 이 가운데 3명은 21살 어린 청년들었습니다.

[피해자 부모 : 그냥 안 준거예요. 이유도 없어요. 그냥 (업체에서) 나가서 안주는 것 같아요. 나가서 안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화 낼 여유도 없이, 세 가족에겐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다가왔습니다.

당장 등록금을 마련 못한 큰 아들이 속수무책이 됐는데요.

[피해자 부모 : 군대를 가거나 입대 영장이 없으면 휴학이 안 된데요. 그럼 그냥 자퇴를 하거나 1학년은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 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갈 수 있는 건 오로지 군대 밖에 없어요.]

결국 등록금 벌겠다고 아등바등하던 큰 아들은 지난 달, 계획에도 없던 군대에 가야 했습니다.

남은 둘째 아들도 계획이 뒤틀렸습니다.

[피해자 : 급하잖아요. (생략) 발을 잘못 디뎌가지고 얘가 원래 발 중간에다가 닿아야 되는데 조금 앞쪽으로 해가지고 꺾이면서 미끄러져가지고 떨어진 거거든요. 발 닿을 때 꺾여서 닿아가지고 그때 다리가 접질린 줄만 알았어요. 그땐. 병원 가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공사장에서 발목 근육과 인대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당장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게 됐지만, 월급도 안 주는 업체 사장은, 300만 원이나 하는 수술비도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부모 : 노동부에 신고를 해서 가니까 노동부에서 하는 말이 애들이 가니까 이 사람이 이전에도 이런 경력이 많이 있고. 아주 악질이다. 아주 안 좋은 사람이다.]

최 씨가 화나는 건, 이 업체가 어디선가 다시 성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피해자 부모 : 지금도 회사는 돌아가고 있는 거예요. 정말 회사가 어려워서 회사를 운영해 나가야되는데 정말 너희들 월급을 주면 회사 운영을 못 한다.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달라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저는 제가 어디 가서 빚을 더 내서라도 버텨낼 수 있어요. 이거는 고의에요 고의. 어려워서 안주는 게 아니에요 이걸 고의라는 걸 알면서도 나라에서도 어떤 제도적으로 제압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한 거예요.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28살 청년도 월급을 못 받았습니다.

[피해자 : 생활비는 벌어야 될 거 아니에요. 혼자 사니까 생활비를 벌려고 하다 보니까 그 업체를 만나게 된 거죠.]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일단 생계를 위해 시작한 중국어 번역 아르바이트였습니다.

6월, 7월, 8월-. 석 달 동안 떼인 돈이 110만 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적은 돈일 수 있지만, 한 장 당 5천 원인 번역료를 생각하면, 그 폭염에 무려 220장을 밤 세워 일한 소중한 대가입니다.

[피해자 : 폭염 때 집에서 진짜 덥고 힘들 때 그 때 일 했는데 못 받았어요. 월급을 넣어 달라고 했을 때 그 때 목소리가 좀 자다 깬 목소린 거예요. 평일 낮인데도, 그래서 아 뭔가 좀 찝찝하다.]

[전화녹음 /피해자 : 여보세요?]

[전화녹음 /업체 : 네]

[전화녹음 /피해자 : 혹시 입금 아직 안 해주셨는데, 언제 해주실 거예요? 이번 주 된다고 했잖아요?]

[전화녹은/업체 : 아, 이번 주 처리해드릴게요.]

미안하단 한 마디 없이 귀찮은 듯, 무성의한 답변 이후-.

[피해자 : 그래서 제가 이 회사 고객센터에 전화 해 봤는데 고객센터도 전화를 안 받고 나중에는 없는 번호로 뜨고 그러더라고요. 이번 주 안에 줄게요. 다음 주 안에 줄게요. 이러다가 저는 계속 믿었거든요. 바보같이.]

업체 대표는 회사 문을 닫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프리랜서인 김 씨가 떼인 임금을 받는 과정은 훨씬 더 힘듭니다.

계약서도 없이, 업체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안내문’만 남아 있다 보니, 일했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하기도 어렵습니다.

[피해자 : 처음에는 노동부에다가 신고를 했어요. 인터넷으로 그런데 이게 정식 계약한 게 아니고 프리랜서다 보니 (생략) 노동부에서는 아예 안 된데요. (1358) 왜냐면 정식 계약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

결국 110만 원 때문에 혼자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김 씨.

[피해자 : 왔다 갔다 서류준비하고 시간 낭비하고 차비 낭비하고 하는 것 보면 굉장히 스트레스 받거든요. 그리고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빠르면 두, 세달 안에 받을 수 있는데 거의 못 받는 데요.]

[기자 : 왜 못 받는데요?]

[피해자 : 그 기업으로 된 재산이 없으면 줄 수가 없데요.]

20살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깊게 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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