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 병장에 황당 시술...에탄올 주사로 왼팔 마비

목디스크 병장에 황당 시술...에탄올 주사로 왼팔 마비

2016.08.16.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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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기성 / 사회부 기자

[앵커]
제대를 앞둔 육군 병장이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서 군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장비에 쓰이는 소독용 에탄올 주사를 맞아 왼팔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사건 취재한 최기성 기자와 함께 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어서 오십시오. 이 뉴스 보고 정말 깜짝놀랐는데 어쩌다가 에탄올이 몸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까?

[기자]
김 병장은 사실 지난 6월 말에 목디스크 수술을 위해서 청평병원을 찾았습니다. 신경차단술을 위해서 조영제를 주사해야 하는데 간호장교가 약품을 혼동했고 군의관도 확인을 안 한 겁니다. 그래서 의료사고를 인정했는데요. 군 관계자의 얘기를 한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군 관계자 : 군의관과 간호장교의 착오였던 거죠. 실수였던 거죠. 시스템상으로는 둘 다 한 번씩 확인하게끔 돼 있는데 그 과정을 간과한 거죠.]

[앵커]
그러면 조영제하고 소독용 에탄올이 같은 곳에 보관이 되어 있었던 건가요?

[기자]
사실은 의료장비에 쓰는 약품하고 인체에 쓰는 약품을 한곳에 보관하면 안 되는데요. 이 병원에서는 허술하게 두 가지 약품을 한 군에 보관했던 겁니다.

[앵커]
용기도 비슷했나 보죠?

[기자]
용기도 비슷한 용기에 담아 있었는데 라벨링이라고 해서 약품 이름이 분명히 다른 게 적혀 있었는데도 간호장교도 확인하지 않았고 군의관도 점검하지 않았던 겁니다.

[앵커]
황당하고도 엄청난 실수인데요. 에탄올을 몸에 맞게 된 김 병장,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기자]
김 병장은 지금 왼팔을 아예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손가락만 간신히 움직일 수가 있고요. 왼팔을 들거나 옆으로 움직이는 일도 아예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피해를 보고 있는 김 병장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 병장 / 군 의료사고 피해자 : 양손 쓰다가 한 손 쓰려고 하니까 안 되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옷 입는 것도 불편하고…. 씻을 때도 오른쪽하고 등 씻는 데도 너무 불편하고….]

에탄올을 의료용으로 쓰는 경우에는 아주 심한 암 환자일 때만 쓰고 있습니다. 이때는 특히 전문의들이 특별히 제조해서 쓸 정도로 주의를 기울여서 사용해야 되는데요.

[앵커]
그런데 최기성 기자, 궁금한 게 우리가 소독용 에탄올 하면 보통 주사 맞고 난 다음에 소독을 해 주지 않습니까, 거즈에 묻혀서. 그런 에탄올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거와 다른 건가 보죠?

[기자]
지금 말씀하신 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소독용 에탄올인데요. 이번 경우에는 관절경 수술이라고 해서 관절 내부를 수술할 때 내시경 장비처럼 렌즈가 달려 있는 장비를 사용하는데 이 장비에 달린 렌즈를 세척하는 에탄올입니다.

[앵커]
수술 도구를 세척하는 에탄올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완벽한 비의료용 약품이고요. 그래서 이 에탄올이 장비를 세척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척액이 그대로 인체로 들어갔다면 신경손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겁니다. 게다가 한 70% 정도는 에탄올 외의 약품도 섞여 있기 때문에 더 손상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의의 얘기를 한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문지연 /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 신경 손상이 어느 정도는 관찰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신경은) 모든 감각을 받아들이는 구조물인데 주변으로 어마어마한 농도의 에탄올이 퍼졌다고 한다면…]

전문의들도 이번 사례 같은 경우는 보기 드문 의료사고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6개월에서 1년 정도 경과를 지켜 봐야 하는데 영구장애가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영구 장애가 남을 가능성도 있습니까? 이건 지켜봐야 되군요?

[기자]
6개월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1년 후에 지켜 봐야 하는데 에탄올이 워낙 다량이 인체에 들어갔기 때문에.

[앵커]
그런데 에탄올 70%, 이것도 다량인데 나머지 30%가 어떤 성분인지 모르는 거죠?

[기자]
안 그래도 국군 의무사측에 해당 약품 성분에 대해서 의뢰를 했는데 아직까지 성분이 어떤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참 답답합니다. 관련자들 징계, 그리고 김 병장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기자]
군은 9월 초에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도가 나간 이후에 군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장애 보상 2급 판정을 받은 김 병장에게 보상금 1000여 만 원과 6개월 치료비 지원이 전부입니다.

또 의병 전역을 하고 나서 추가로 보상을 받으려면 피해자가 직접 심사를 받고 서류를 가지고 보훈처에 가서 심사를 받아서 등급을 다시 판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앵커]
이것도 가족들이 다 해야 되는 일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애초에 병원 측에서 얘기했던 것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지금 상황에서는 관계자들의 말이 바뀐 만큼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실제로 피해자 어머니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군 의료사고 피해자 어머니 : 우리 아이는 한 손으로 하루하루를 불편하게 사는데 그 사람들은 아닐 거잖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저도 순간순간 너무너무 욱하거든요.]

[앵커]
김 병장 어머니만 욱 하는 게 아니라 군에 아들을 보낸 어머니들 또 보낼 어머니들 같이 욱 할 것 같은데. 지금 보상에 집중하기도 모자란 시간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군에서는 사건을 쉬쉬하려고 하는 그런 정황이 포착이 됐다면서요?

[기자]
가족들은 가장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제대로된 사과도 못 받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과도 안 했고.

[기자]
그렇습니다. 찾아와서 사과한 사람은 군의관 뿐이었고요. 이외에 국군청평병원장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가족들과 전화로만 접촉했습니다. 하지만 전화에서도 언론에 제보하면 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당한다면서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제로 병원장이 가족과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직접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국군 청평병원장(가족과의 통화) : 언론에 공개되면 많은 사람이 처벌을 받습니다. 실수한 사람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정말 황당한 인터뷰인데요.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도 있는 피해자가 있는데 지금 저렇게 반응을 한다는 거죠?

[기자]
사실상 보상보다는 사건을 무마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올린 글까지 게시 중단 요청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넷에 어머니가.

[앵커]
글도 내려달라? 이렇게 지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지금 보이고 있는 그런 상황인데 최기성 기자는 군대에 다녀왔죠?

[기자]
네, 다녀왔습니다.

[앵커]
제가 들었던 우스갯소리 가운데 감기 걸려서 군 병원에 가면 소화제를 준다, 이런 얘기도 우스갯소리로 나오곤 하는데 군에 있을 때 치료를 군병원에서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일반 병원하고 다릅니까?

[기자]
제가 이등병 때, 1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이등병 때 진지공사를 하다 돌이 머리로 떨어져서 CT을 촬영했어야 되는데 군의관이 상황이 급하니까 한 달 정도 후에 CT를 찍자는 황당한 얘기를 해서 제가 당시에 결국 휴가를 따로 내서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제가 10년 정도 지나서 비슷한 사건을 취재하면서 그 사이에 군 의료 체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앵커]
아무쪼록 김 병장, 마비 증세가 빨리 회복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해 보고요. 적절한 보상과 사과는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최기성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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