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동창생을 18년간 노예처럼 부린 40대 구속

여고동창생을 18년간 노예처럼 부린 40대 구속

2016.08.05. 오후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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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재원 / 부산가톨릭대 교수, 이종근 / 데일리안 편집국장, 양지열 / 변호사, 김복준 /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

[앵커]
이런 얘기 있잖아요.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다 이런 말이 있는데 오래될수록 뜯겼어요, 이건. 이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인터뷰]
정말 기가 막힌 일입니다, 이건. 범행 자체는 1998년부터 금년 6월까지 이어진 거예요. 집요하게 약 20여 년입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생 관계예요. 가해자가 권 씨고 피해자는 김 씨인데 아마 동창도 가까웠던 동창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동창을 통해서 소개를 받아서 관계가 형성됐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권 씨가 한 200, 300만 원 정도를 피해자 김 씨한테 빌리는 것부터 관계가 시작됐어요. 그런데 제가 보니까 지금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는데 권 씨, 가해자 권 씨가 무속인 계통의 사람 같습니다.

[앵커]
왜요?

[인터뷰]
평상시에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늘 점을 봐주고 너한테는 뭐가 안 좋아서 내가 대신 제사를 지내줘야 네가 잘 될 수 있다 이런 얘기로 그동안 갈취를 해 왔는데 결국은 김 씨가 일본으로 가족과 함께 넘어갑니다, 피해자 김 씨가. 그래서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이 사람은 게임장이라든지 이런 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 사이에도 국제전화를 통해서 계속 통화를 했어요. 그러면서 각종 명분을 들어서 제사를 안 지내면 네가 몸이 안 좋을 수 있다. 너 죽을 수도 있다 등등으로 해서 돈을 빼먹었거든요.

그런데 급기야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갈취사범들의. 가족하고도 단절을 시키는 거예요, 가족하고 같이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너 빨리 귀국해라. 귀국을 했어요, 한국으로. 그러니까 완전히 종속관계가 유지된 것 같습니다. 귀국을 시킨 다음에는 취업을 시켜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취업을 시키면서 어떤 식으로 했냐면 유흥업소에 취직을 시켰어요. 또 유흥업소에만 취직시키면 돈벌이가 안 되잖아요. 신체, 여성 중요부위에 귀신이 씌어있기 때문에 너는 성관계를 해야 된다. 그런 식으로 유도를 해서 이른바 화대죠. 그걸 지속적으로 갈취한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각종 명분으로 갈취를 하다가 아주 크게 한번 해먹으려고 네가 성매매하면서 성관계 영상이 잡혔다. 그게 지금 밖으로 유출이 됐는데 그걸 막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걸 막는 과정에서 내가 하다 보니까 사채를 쓰게 돼서 내가 지금 교도소에 있다. 그러니까 나를 빼야 된다. 내가 알려주는 사찰의 총무원장님을 만나고 그분이 필요하다고 하는 비용을 좀 줘라. 그래서 만났어요. 그런데 이 착한 친구, 피해자는 그것도 그거고, 돈은 돈이고. 자기 때문에 친구가 교도소 가 있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픈 거예요. 그래서 구치소를 세 번 정도 면회를 가고 급기야 구속된 사실이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면 내가 20여 년 동안 속아서 살았구나 그래서 즉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서 확인해 보니까 무통장입금으로 준 돈이 8억이에요. 20여 년 동안. 거의 뭐라고 할까요, 흡혈귀처럼 한 사람한테 피를 빨아먹은 거죠.

[앵커]
그러니까 1년에 평균 잡아서 4000만 원 정도 했으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20년간 8억이면 1년에 4000만 원 아닙니까.

[인터뷰]
무속인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여러 가지 면으로 이런 겁니다. 피해자가 제일 억울하게 생각하는 건 이런 것 같아요. 자신이 피해자의 액막이라는 표현을 쓰죠. 귀신도 막아주고 주변에서 너를 해코지 하려는 사람 막아주고 너 막아주려다가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협박당하고 나는 네 제사비용 마련하느라고 사채 썼으니까 그 이자라도 도와줘라. 피해자는 철석같이 사기를 친 친구를 믿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사이에 말로는 정말 잘해 줬을 건데 정말 가슴이 아팠던 게 이 사실이 드러나고 나서 피해를 입은 여성은 말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고 해요. 인생이 망가진 거 아니에요.

[앵커]
그런데 저는 어떻게 20년 동안 의심 한번 안 했는지 저는 그건 궁금해요. 저는 어떻게 생각을 했느냐 하면 김 박사님, 둘이 고등학교 때 별로 친하지 않았다고 해서 놀랐어요. 왜 그러냐 하면 고등학교 때 잘 아는 관계인데 그때 예를 들면 관계가 상당히 억압적인 관계였다면 나이 들어서도 기가 눌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닌 관계에서 이렇게 됐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인터뷰]
눌렸다면 안 만났겠죠. 안 만날 수 있으니까. 이건 아니고 이 사람이 무속인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무속인 흉내 정도는 낸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길거리에서 아직도 많이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나가다 보면 마가 끼었습니다. 도를 아십니까? 한마디만 딱 해놓고.

[앵커]
제가 동대문 의류 매장 앞에 앉아 있었는데, 더워서. 그런데 와서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그 다음에 어떻게 되냐면 이야기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기울이면.

[앵커]
마가 꼈으면 저는 좋아요 그랬어요.

[인터뷰]
교수님이야 그렇게 반응하셨겠지만 거기에 한 100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바로 이 스토리와 똑같은 스토리가 됩니다. 지금 보니까 조상이 어떻게 되고 내지는 가족이 어떻게 되고 그러면서 제사를 지내는 데 300만 원. 그런데 한 번 해서 끝나지 않거든요. 그다음에 보니까 이게 또 어떻게 됐다 그러고 또 몇 천만원. 그래서 10년을 끈 사람도 많아요. 그러니 그렇게 길거리에 지나가다가 이렇게 해서 된 사람도 있는데 동창이라는데 얼마나 쉽게 걸리겠습니까.

[인터뷰]
2700여 차례에 걸쳐서 빼먹었으니까 200, 300도 있고 상당히 많은 거죠. 괘씸한 건 경찰이 덮치니까 자기는 호화 아파트에 살고 있고요. 현금도 한 7000만 원 정도 소지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수시로 해외여행 나가고 명품 백 쓰고. 사람이 아니죠.

[앵커]
피해자는 그런데 완전히...

[인터뷰]
피폐하게 성매매를 하면서 돌아다니고.

[앵커]
그런데 이 사람이 초범이라면서요?

[인터뷰]
초범일 수밖에 없는 게 생각해 보십시오. 아까 뭐라고 했어요. 흡혈귀라고 표현하셨잖아요. 이게 먹을 거리를 계속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는데 사기를 더 칠 필요가 있습니까?

[앵커]
그런데 이 정도 되면 한 사람한테만 이런 피해를 줬을까요?

[인터뷰]
그런데 제가 보면 이런 비슷한 사례들이 있는데 어떤 신앙관계 이런 걸 이용해서 한 사람, 먹잇감이 있으면 다른 데로 돌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 사람을 충분히 이용하고 완전히 몸종이자 돈 벌어다주는 사람이자. 심지어 이런 거죠. 자기가 밤에 배고프면 제사 지내야 되니까 치킨 사와라라고 하고 제사 지내야 되니까 피자 가져오라고 배달까지 시켰던 겁니다.

[앵커]
저는 피자로 제사 지내나 이런 의문은 가질 수 있잖아요.

[인터뷰]
그게 한번 사람이 사람을 믿어버리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 사이에 둘만의 관계에 있었을 때는 굉장히 잘해 주고 대신 이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고립을 시킵니다. 아까 제일 처음에 나온 게 너 다른 사람들 만나고 그러면 그 사람들 죽는다. 나만 따라 다녀야 된다. 내가 방패막이가 돼 줄게. 이렇게 해서 나와의 관계만 맺어놓고 철저하게 나에게만 복종하게 만들어놓은 거죠.

[앵커]
어쨌든 지금이라도 저는 잡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더 피해가 오래 지속되지 않은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피해 여성, 앞으로는 좀 더 자신만을 위해서 사는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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