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에 맞서는 치마 입은 남성들 나타나다

'여성혐오'에 맞서는 치마 입은 남성들 나타나다

2016.06.03. 오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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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9시 부산 동래역에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입니다.

이들이 벌인 시위는 여성혐오범죄와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여성혐오에 대응하기 위한 시위였습니다. 시위의 이름은 그림자 행진.

'여자들이 밤늦게 돌아다니니까 성폭행을 당한다.'는 말에 "달빛 아래서(밤)도 당당히 걷겠다."는 의미를 담은 행진입니다.

여성이 늦은 시간에 돌아다녔다는 이유로 살해되거나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되며, 범인이 저지른 범죄의 변명을 마치 피해를 본 원인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시위를 하는 남성들은 치마를 입고 피켓을 들었습니다.
피켓에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라고 쓰여 있습니다.


해당 피켓은 1994년 9월 17일 자 MBC 뉴스데스크의 'X세대 신 패션'을 다룬 방송에서 인터뷰한 여성의 발언에서 따온 것입니다.



배꼽이 드러난 옷을 입은 여성에게 기자가 "남의 시선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뇨,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라고 대답합니다.

여성이 성추행을 당하면 '짧은 치마를 입어서 성추행을 당했을 것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이유는 어차피 남 보여주려고 입은 것 아니냐'는 편견을 깨는 '쿨한' 대답은 20년이 지난 지금 세대에게도 유효한 대답으로 여겨지며 피켓 시위의 문구로 재등장한 겁니다.

▲ 5월 27일에 열렸던 집회 현장 사진

시위에서 남성이 치마를 입은 사례는 지난 2월, 터키에서 피살당한 여대생을 외즈게잔을 추모하며 미니스커트를 입은 시위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해당 시위는 터키에서는 이례적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성들이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고 밤거리를 걷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시위가 남성들의 참여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MBC, 강남역 10번 출구 in 부산 페이스북 페이지]

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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