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프로파일러가 본 '묻지마 범죄'

국내 1호 프로파일러가 본 '묻지마 범죄'

2016.05.24. 오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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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일용, 국내 1호 프로파일러

[앵커]
국내 최초 프로파일러이자 사실상 최고의 프로파일러입니다. 권일용 경감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
네, 감사합니다.

[앵커]
요즘 힘드시죠?

[인터뷰]
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저희가 분석이라든지 수사를 지원하는 여러 가지 역할 때문에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까 현장 검증하는 모습 봤거든요. 34살 김 모 씨, 만나보니까 어떻던가요?

[인터뷰]
지금 일단 우리가 이 범죄자의 증상에 대해서 조현병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만 사고가 완전히 와해된 타입의 조현병은 아니고요. 나름대로 자기 논리나 또는 의사전달은 잘 되고 있는 이런 타입의 사람입니다.

[앵커]
아주 특이하던가요?

[인터뷰]
사실은 특이하다라고 하는 건 저희들이 이런 일반적인 증상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범주에서 벗어나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답하고 하는 것은 다 정상적으로 진행됩니까?

[인터뷰]
정상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앵커]
조현병이라는 건 어느 것을 경계로 해서 이 환자는 조현병 환자라고 합니까?

[인터뷰]
저희가 사실 진단을 하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이 범죄자가 기존에 입원치료 경력이라든지 또는 지금까지의 치료를 받아왔던 이력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이번에 범죄의 동기로 저희가 밝힌 것들을 분석하는 내용들도 보면 상당히 비합리적인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조현병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저는 궁금했던 것이 대부분의 피의자들, 범죄자들이 진신을 얘기하려 하지 않을 테고 더더군다나 이렇게 병이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가 제정신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울 텐데 그걸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인터뷰]
범죄 행위에 있어서는 우리가 자신의 의식이 반드시 개입이 되죠. 그런데 그 동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논란의 소지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망상이라든지 편집증, 이런 조현병과 관련된 사람들의 사고 자체가 상당히 왜곡돼 있고 또 어떤 실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실체를 자기가 스스로 느끼고 있는 이런 것에 대한 반응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정상적인 사고로 볼 수는 없죠.

그래서 본인이 갖고 있는 사고의 과정을 보면 상당 부분 합리적이지는 않다, 이렇게 봅니다.

[앵커]
경감님은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해 보시면, 예컨대 저를 보시면서도 그 눈빛이나 말하는 거나 이런 거를 보면 지금 어떤 심리구나, 또는 거짓말을 어느 정도 하는구나, 이런 걸 느끼십니까?

[인터뷰]
그런 것을 다 알 수는 없고요. 다만 여러 가지 경험들, 특히 범죄자들을 많이 만나본 그러한 경험으로 알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앵커]
화면으로 시청자분들께서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눈빛이 꿰뚫는 것 같은 눈빛인 것 같아요.

[인터뷰]
인식을 하고 보셔서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잘 모르는 분들은 그런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앵커]
저도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는 게 직업이라서 제 느낌에 하여간 그랬습니다. 여성혐오 범죄였느냐가 이번에 이것이 쟁점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쨌든 결론은여성 혐오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셨지 않습니까? 그걸 좀더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인터뷰]
일단 어떤 특정 혐오 범죄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성립이 되려면 대상의 실체가 확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혐오를 갖고 있는 당사자가 그 혐오 대상자에 대한 가치관이나 편견, 이런 것들이 논리적으로 정리가 돼 있어야 하는데 사실 이 범죄자한테는 그런 것이 정리가 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특히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편집증적인 사고라고 하는 것은 누구라도 나를 무시하거나 또는 위해를 가하려고 한다든지 이런 사고의 망상에 지각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행동을 자기 스스로, 자기화시켜서 해석을 합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예를 들면 내 앞에 어떤 여성이 길을 가는데 의도적으로 내가 길을 못 가게 막고 있다라고 하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고를 자기가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런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또 편견이라든지 여성에 대한 가치관이 아예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신을 제외한 타인에게 느끼는 분노의 감정, 왜곡된 분노의 감정이죠. 이런 것들이 다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여성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여성 혐오라고 하는 유형의 범죄로 보기에는 상당 부분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설명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조금 전에 말씀하신 길을 막는 것 같은 게 왜 다 여성들이 내 길을 막는 것처럼 느꼈느냐. 그리고 실제 범행할 때 6명의 남성들이 지나쳐갔는데 그때는 안 하고 왜 그 여성을 대상으로 했느냐는 그런 부분이거든요.

[인터뷰]
상당 부분이 기존의 유사한 사건에서 보면 이 범죄자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여성이라든지 아동 또는 노인 이렇게 사회적으로 취약한 요인을 갖고 있는 이런 분들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한테 범행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자기합리화를 많이 하죠. 그래서 기존에 있었던 사이코패스 성향의 범죄들도 보면 대부분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하면서 그 여성들이 어떠하다라고 하는 이런 주장들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여성 혐오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 범죄를 합리화한다든지 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하면서 그걸로 합리화하는, 이런 경우들이 있고요.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도 남성이 여러 명이 왔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공격을 했느냐 하는 경우들도 기존에 있었던 유사한 묻지마 사건의 대부분이 뭐냐하면 남성을 공격할 경우에 자기도 다시 공격을 받을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경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납니다.

[앵커]
경계가 모호하게 혼재돼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저는 그런 생각을 해 봤는데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분노 또는 열등감. 그런 것들과 약하니까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보는, 그런 것들이 섞여서 이게 어디까지인지, 여성 혐오가. 그런 측면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터뷰]
그렇죠. 그래서 아까 말씀을 드렸던 혐오라는 개념이 상당히 집단성이 있고 의지가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예를 들어서 이 범죄자가 그렇다면 아동이나 여성이 그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면 같은 형태의 공격을 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경계선을 반드시 여성에게만 둔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이야기를 해 보니까 여성에 대해서 특별하게 어떤 특정한 편견과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거죠?

[인터뷰]
예를 들면 성장기 양육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있다든지 이런 것은 없었습니다.

[앵커]
어떤 얘기를 제일 많이 하던가요?

[인터뷰]
상당히 자신이 지금 치료받은 경력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요. 그것이 비합리적이다라는 자기 변명, 이런 부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앵커]
프로파일러라는 것이 많은 분들이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원래 개념은 현장에 남아있는 아주 작은 것들까지 세밀하게 분석해서 단서를 찾아가는 그런 것이라면서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프로파일러라고 하는 용어 자체가 프로필을 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프로필, 그래서 이런 범죄 현장에서 이러한 범행 도구, 이러한 공격 행위, 또 어떤 동기를 가지고 이런 범죄를 저지르느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를 프로필하는 사람을 프로파일러라고 합니다.

그런 분석을 하는 과정을 프로파일링을 한다고 이야기를 하죠. 그래서 프로파일러는 사실은 독단적인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나타난 증거물이라든지 또는 그 증거물들의 감정결과라든지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과연 이 사람이 어떠한 이유와 동기를 가지고 특히 어떤 심리상태에서 왜 이런 대상을 선택했느냐를 분석하는 주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예컨대 지금 현장에, 대담하는 현장에 제가 마시는 이 물컵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보시면 대략 특징들이 드러납니까?

[인터뷰]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가 있죠. 왜냐하면 우리가 이렇게 사람을 보면 많은 부분들이 알죠, 경험칙상.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겠구나. 그런데 무엇을 보고 압니다, 어떤 걸 보고.

그런데 무엇을 보고 아느냐면 사람들은 그 상대방이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알죠. 말하는 어투라든지 옷의 색깔 헤어스타일 이런 것들을 보면 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겠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왜냐하면 성격은 행동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의 스타일들을 보면 아, 그 사람의 성격을 우리가 어떤 사람이겠구나,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는 데 많은 단서들이 제공이 되죠.

[앵커]
지금 저하고 5분 넘게 얘기하셨는데.

[인터뷰]
어려운 질문을 하실 것 같습니다.

[앵커]
안 나옵니까, 아직은? 특징이? 나쁜 겁니까?

[인터뷰]
범죄자들을 너무 오래봐서 그런지 그렇지 않은 분들을 보면 잘 분석이 안 됩니다.

[앵커]
범죄자 유형은 아니군요, 제가.

[인터뷰]
네.

[앵커]
다행입니다. 여성 혐오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가 더 있어서 묻겠습니다. 이 경우가 여성 혐오 범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감님이 최근에 접해보신 많은 범죄 중에 여성 혐오가 늘고 있는 추세인지, 어떤 패턴, 특징이 있는지.

[인터뷰]
글쎄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런 여성뿐만 아니고 특정 혐오 범죄가 그렇게 많이 나오고 있는 편은 아닙니다. 거의 없다고 봐야 됩니다. 왜냐하면 유형으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고요. 법률상으로도 분류되지 않고 그러는데요.

향후에는 미국이라든지, 미국 같은 경우에는 증오범죄, 소위 헤이트 크라임이라고 해서 어떤 집단이나 종교, 인종 대상에게 공격행위를 하는 것을 증오범죄, 혐오범죄라고 표현을 하고요. 영국에서는 이런 유형의 범죄를 편견에 의한 범행이다, 이렇게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마찬가지로 성적인 이성 그다음에 인종, 종교, 이런 대상들을 정의하고 있고요. 어떤 개인이라든지 또는 자기가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상대방에 대한 불쾌감을 가지고 혐오의 범죄다라고 정의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혐오범죄라는 용어는 아직까지는 일반화돼 있지는 않습니다.

[앵커]
그러나 어떤 조짐들, 우리가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몇 가지 분화의 조짐들 있잖아요. 사회적인 분화, 다문화라든가 남녀도 그렇고. 어떤 것을 우리가 제일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까?

[인터뷰]
글쎄요. 그 부분은 사실은 저희가 한2, 3년 전부터 저희 프로파일러들이 앞으로 향후 일어날 그러한 유형의 범죄들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우리 사회가 심각한 범죄와 관련돼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앵커]

어떻게 해서 프로파일러가 되시기로 마음을 먹으셨습니까?

[인터뷰]
앵커님도 같은 질문을 받으시면 그렇지 않습니까? 우연한 기회에...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제 프로파일러가 되기 이전에 소위 CSI로 7년간 근무를 했습니다. 현장에서의 증거물을 수집하고 또는 감정하는 그런 역할들을 하면서 범죄 현장에 나타난 것들이 물리적인 증거물 이외에도 인간의 행동이라고 하는 또 다른 것이 있겠구나라고 해서 수집해 보자는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앵커]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은폐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흔적이 많이 잡힌다.

[인터뷰]
그래서 제가 먼저 아까 말씀을 드렸던 대로 어떤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많은 성격과 성향을 대변을 하죠. 습관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은폐하려고 한다는 의미 자체가 사실은 자기가 어떤 뭔가 이 범죄를 드러내지 않고 내가 살아야 되겠다라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상태에서 드러내는 본능적인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성향을 오히려 많이 드러내죠.

[앵커]
예를 들면 어떤 게 있는지 좀.

[인터뷰]
예를 들면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닦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물을 뿌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밀가루를 뿌리는 사람도 있고 다 다르게 나타나죠.

그런 것들이 그 사람의 습관이나 직업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연관성이 있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앵커]
경감님은 김길태 사건, 강호순 사건, 하여간 우리가 기억하는 흉악범죄들에 대부분 수사에 참여하시고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보고 하셨는데 사람에 대해서 참 생각을 많이 하셨겠습니다.

[인터뷰]
네.

[앵커]
사람이라는 게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을까, 이렇게 됐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시나요?

[인터뷰]
많이 하죠. 그러나 어쨌든 사람은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많은 것들이 이뤄지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을 대체적으로 우리가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소위 수단이 있고요. 뭔가를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있을 경우에는 이게 어긋났을 경우에 사람들은 굉장한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이제 아노미적 현상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혼란들을 겪고 누군가 어떤 고통과 힘든 과정들을 겪을 때 이 사람이 과연 혼자 있는 사람이냐, 고립되어서. 아니면 누군가 지지가 되고 가족, 어떤 울타리가 있다든지. 이렇게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가 기쁨과 즐거움 또는 슬픔을 좀 나눌 수 있다면 이런 극단적인 범죄까지 서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경감님이 만나보신 흉악범죄들의 기저에는 대부분 고립이 깔려있는 거군요.

[인터뷰]
그래서 물리적인 거리의 고립도 있습니다마는 사람들과 어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다가서지 못하는 이런 고립된 감정들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얼마전 시신 훼손사건 있지 않았습니까? 그 사건도 사실 겉보기에는 직장에서 직장 동료들과도 어울려 다니고 그랬었는데, 그러니까 물리적인 고립. 예컨대 가족을 이루지 못 했다든가 그런 것은 어떻게 손을 써볼 그나마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도 혼자 고립돼 있는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러면?

[인터뷰]
그래서 사실은 이게 발견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들입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볼 때는 아주 자기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가서지 못하고 내가 뭔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또는 나만 굉장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겪어 나가고 있다는 이런 고독감들, 이런 것들이 아마도 자존감에 훼손을 주는 데 영향을 많이 준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경감님이 보시기에는 이런 범죄가 만들어지는 데 유전적인 요인이 더 강합니까, 아니면 환경적인 요인이 더 강합니까?

[인터뷰]
그것은 고대로부터 많은 연구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인데요. 저는 제가 만난 거의 1000여 명의 범죄자들을 인터뷰를 해 보니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그러나 대부분 환경적인 요인들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많이 우리가 잃고 결여돼 살아온 사람들이 문제를 양산할 수 있겠구나,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같은 환경이라도 유난히 그렇게 그런 방향으로 가는 그런 경우들이 있다는 거죠?

[인터뷰]
어떤 경우에는 사실 어떤 우리가 스트레스에 자극을 받으면 누구나 긍정적으로 겪어내려고 하는 노력들을 하죠. 그러나 거기에 취약한 사람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그게 누군가 옆에서 그래도 같은 감정들을 공감해 준다면 훨씬 나을 텐데. 감정을 공감하기가 어렵죠. 아까 말씀하신 그런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면서 교류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해의 개념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이해하는 거죠. 이해는 어떤 현상에 대해서 우리가 서로의 처지에 대해서 그냥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는 것이고 공감이라고 하는 개념은 아, 내가 정말 슬플 때 나도 같이 너와 같은 감정으로 슬픔의 감정이 느껴져. 너처럼 정말 외로워, 나도 하는 감정의 교류들이 있어야 되는데 이게 사실 결여되어 있거든요. 서로 이해의 정도에서만 끝나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이해 정도까지는 되더라도 공감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그것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뷰 전에 하신 것을 보니까 범죄자들 1000명이 대부분 깊은 분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공감이 안 되니까 그런 건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여러 가지 기제들이 있는데요. 사람을 분노하게 하는 것들은 불공정의식이라든지 또는 사회적 배제감. 특히 요즘에 이런 범죄자들이 느끼는 것들 중 하나가 내가 사회적으로 배제돼 있다라고 하는 감정들입니다.

이건 상대적 박탈감과는 달라가지고 뭔가 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기회들을 잃고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죠. 그래서 타인들의 어떤 성공 이런 것들에 개인적인 분노의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는 그런 경우들이 많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의 피의자도 그렇던가요?

[인터뷰]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정상적인 사고라기보다는 편집증 또는 망상 이런 것들이 개입이 돼 있기 때문에 물론 그로 인해서 우리가 고립이 돼지죠. 왜냐하면 주변에 사람들이 없게 됩니다.

가족들이 떠나고 나면 그 문제로 인해서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점차 멀어지죠. 그래서 고립되어지는 고립이고. 또 이런 범죄를 사이코패스라든지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문제로 인해서 스스로 고립이 되는 사람이죠. 내가 사회와 단절을 하고 사는 사람.

[앵커]
지금 저희가 자막으로 보여드리고 있는 것이 1000명 범죄자를 만나보니까 엄청난 분노라는 게 경감님이 분노를 느끼신다는 게 아니라 그들한테 다 분노가 있었다, 그 얘기인데 경감님도 그런 흉악범죄자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분노를 느끼실 것 아닙니까?

[인터뷰]
분노를 느끼죠. 그러나 목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는 수단과 목표의 차원에서 본다면 그러한 일들을 하고 그들의 삶과 사고를 끝없이 들여다보는 것이 또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가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당연히 극복을 하죠.

[앵커]
분노를 잘 다스리고 극복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인터뷰]
사실은 저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 동료들하고 후배들과 차를 같이 마신다든지 간단한 호프 미팅을 한다든지, 이런 기회들을 많이 만듭니다. 왜냐하면 서로 너무나 힘든 일들을 하기 때문에 그냥 앉아서 이렇게 나 혼자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어떤 목표를 위해서 같이 있다라는 이런 감정을 느끼면 저도 마음이 편해지고 또 그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겠죠.

[앵커]
작은 일상들이 중요한 거군요.

[인터뷰]
작은 일상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히 중요하죠.

[앵커]
우리나라에 현업을 하고 있는 프로파일러들이 몇 분 정도 됩니까?

[인터뷰]
저를 포함해서 25명이 있습니다.

[앵커]
25명이요. 서울과 지방에 다.

[인터뷰]
네, 본청하고 각 지방청에 이렇게 몇 분씩 나눠 계십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경감님이 하신 말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피해자와의 약속이다. 경감님이 하시는 일이. 그리고 희생된 피해자들과의 공감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조금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글쎄요, 저희는 사실 범죄현장에 나가면 저희 프로파일러뿐만 아니라 현장에 나가는 과학수사요원들은 아마도 모두가 같은 심정일 겁니다. 피해를 입은 돌아가신 피해자들과 정말 감정의 교류를 하죠. 그래서 같이 눈물 흘리고 또 같이 슬퍼하면서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하게 되죠.

[앵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범죄자들을 만났을 때는 그냥 대상으로 객관화시키는,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인터뷰]
그렇습니다. 최대한 또 다른 그러한 피해자가 생기기 이전에 우리가 해결해야 되겠다는 어떤 그런 목표를 가지고 만나기 때문에 극복을 해 나가죠.

[앵커]
그러니까 거기서 분노를 절제하는 거군요, 그걸 통해서요.

[인터뷰]
네.

[앵커]
알겠습니다. 험한일, 궂은일을 해 주고 계신 건데요. 우리 사회가 모두 감사해야 할 입장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혹시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이라든지 하시고 싶었는데 못 하신 말씀 있으면 마지막으로 해 주시죠.

[인터뷰]
충분히 말씀을 드린 것 같고요. 다만 우리 경찰 수사 또는 과학수사라는 것은 어떤 정말 실체를 밝히는 역할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실 힘이라고 하는 에너지는 결국은 국민들의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단서와 방법, 이런 것들이 동원되어서 밝혀지는 실체에 대해서는 좀 지지해 주시고 이런 감정들을 공감을 해 주시면 저희들이 현장에서 지치지 않고 좀 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국내 최초 그리고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에게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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