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귀거북'은 안 되고 '파란귀거북'은 된다 ?

'붉은귀거북'은 안 되고 '파란귀거북'은 된다 ?

2015.09.24. 오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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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토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강과 호수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돼
수입이 금지된 붉은귀거북 기억하실텐데요.

그런데 붉은귀거북과 생태 습성이 거의 비슷한
다른 거북들은 아무 문제 없이 수입돼 유통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황보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사]

제작진은 ‘붉은귀거북’과 생태 습성이 비슷한
미국산 쿠터 거북을 시중에서 구입해
열대어와 함께 수족관에 넣어 봤습니다.

물고기와 첫 대면을 한 쿠터 거북.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낯선 이웃에 잠시 호기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돌변합니다.

살며시 뒤로 다가가
잽싸게 지느러미를 공격하고.

혼비백산한 물고기는 줄행랑을 칩니다.

물고기들을 먹잇감으로 삼은 것입니다.

공격은 더욱 집요해집니다.

쫓고 쫓기는 필사의 추격전이 펼쳐진 지 3시간.

지칠 대로 지친 물고기의 빈틈을 노려 결정타를 날립니다.

이제 남은 건 악귀 같이 달려드는 녀석들의 처절한 공격뿐입니다.

결국 거북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물고기.

토종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지만 제어할 천적이 따로 없는 수입 거북

그래서 사람이 직접 퇴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10년 넘게 환경지킴이로 활동해온 최종인 씨가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인터:최종인 안산시 공무원]
“(외래종 거북이) 살지 못하게 하는 조건도 만들어 주고
잡기도 해야 하고, 한 가지만 가지고 할 게 아니고
여러 가지 방법, 지속적인 게 필요해요.“

하루 일과를 외래종 거북 사냥으로 시작하는 최종인 씨.

갈대숲 사잇길을 한참 걸어가 도착한 습지.

물길을 헤치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갑니다.

미리 쳐놓은 그물을 끌어올리니 묵직한 녀석이 딸려 올라옵니다.

언뜻 봐도 십수 년은 자란 것으로 보이는 거북이 걸려들었습니다.

어른 주먹만 한 녀석도 함께 잡혔는데요,

귀 부근에 붉은 무늬가 선명한 걸 보아 ‘붉은귀거북’입니다.

번거롭고 힘든 거북 퇴치 작업이지만
최종인 씨는 3년 전 스스로 이 일을 선택했다는데요.

토종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붉은귀거북’을 없애는 길은
사람이 직접 잡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나름 성과도 있었습니다.

[황보연 기자]
“외래종 거북을 처음으로 잡기 시작한 2013년도에는
이곳에서 모두 150마리가 넘게 잡혔습니다.
이후 작업이 계속되면서 해마다 포획되는 개체 수는
크게 줄고 있습니다.“

최 씨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물속에서 잡는 건 한계가 있다고 보고
습지 주변에 있는 거북이 알을 찾아 나선 겁니다.

[인터뷰:최종인 안산시 공무원]
“햇빛이 좀 들어야 되고 또 습도가 너무 많으면 안 되고
습도가 전혀 없어도 안 되고 그 지역의 단단한 층을 선택하고
사람이 자주 많이 인접하지 않는 곳을 선택해서 둥지를 틉니다.“

이런 식으로 최 씨가 찾아 없앤 거북 알은 3년 동안 천 개에 육박합니다.

그물로 잡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퇴치 방법인 셈입니다.

하지만 최 씨의 노력은 전국에 퍼진 ‘붉은귀거북’의 수를 감안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붉은귀거북’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수입을 금지시키고 한때 포획작업에도 나섰습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면서 정부도 ‘붉은귀거북’ 퇴치 작업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인데요.

제대로된 개체 수 조사조차 안 돼 있습니다.

[인터뷰:환경부 관계자]
“교란 종에 대해 퇴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예산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대상 종을 정해서 지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뉴트리아 같은 것.
아무래도 거북보다는 뉴트리아가 훨씬 더 피해가...
뉴트리아가 확산이 되기 전에 방제를 시켜야 되니까요.“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인터뷰 : 정지화 서울대 산림과학부 연구원]
“붉은귀거북 속 거북 종들이 수입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대체재로 쿠터거북 종류들이 수입되고
있는데요. 그 거북 같은 경우 붉은귀거북과 서식
생태가 거의 흡사하고 / 조금 더 크게 자라고
번식할 때 알도 많이 낳기 때문에 자연 생태계에
유입됐을 때 피해가 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붉은귀거북’이라는 이름의 외래종만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생태 습성도 유사하고, 위험 또한 여전한 다른 외래종 거북은
아무 문제없이 수입돼 유통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수입된 거북이의 상당수는, 강과 호수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좁니다.

[인터뷰: 최재혁, 외래종 거북 애호가]
(주변 사람들이 거북이 많이 커서 키우기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 것 같아요?)
“보통 유기한다거나 강이나 호수에. 아니면 천에다가
보낸다거나.“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다고 해서 모두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소리 소문 없이 흘러든 외래종 거북은
우리나라 물속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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