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삼각대 규정' ..."바꿔야"

현실과 동떨어진 '삼각대 규정' ..."바꿔야"

2015.08.28. 오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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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낮에는 차량 뒤 100m, 밤에는 200m 뒤에 삼각대와 불꽃신호기 등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한 규정이 있는데요.

지금과는 교통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 33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과 너무 맞지 않아 이젠 바꿔야한다는 목소가 커지고 있습니다.

황보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평일 오후 중부고속도로 동서울톨게이트 부근.

취재진이 차량 뒤 100미터 지점에 삼각대를 설치하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삼각대를 꺼내 듭니다.

바로 한 발 짝 옆에서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는 차량들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설치를 마친 시간은 1분 45초

같은 시간 동안 지나간 차량은 모두 113대입니다.

어려움은 없을까?

[취재진]
"(갓길이) 생각보다 너무 좁고 큰 차 트럭 같은 경우에는 부딪칠 것 같고 무서웠어요."

야간 규정 즉 차량 뒤 100미터 지점에 삼각대, 200미터 지점에 불꽃신호기를 설치하는 실험도 해봤습니다.

취재진이 고속도로 불꽃신호기를 실제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고 위험이 높아 실험은 고속도로 본선 바로 옆 진입로를 선택했습니다.

우선 차에서 내려 삼각대와 불꽃신호기를 찾아 들고 보통 걸음으로 차 뒤쪽으로 걸어갑니다.

100미터 지점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200미터 지점에서 불꽃신호기 설치를 시도합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포장지에 적힌 사용방법을 읽어 보고 점화에 나섰습니다.

라이터가 따로 필요하진 않지만 사용방법이 서툴러 불을 붙이기가 쉽진 않아 보입니다.

몸통에 붙은 철사를 구부려 도로에 세우는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설치 완료까지 걸린 시간은 4분 20초.

실제 상황이라면 이 시간 동안 설치하는 차로나 바로 인근 차로에 다른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지나갈 개연성이 높습니다.

[취재진]
(실제상황이라면?)
"겁났습니다. 만약 실제 더 어두운 데였으면 진짜 겁나서 설치를 못 했을 것 같아요."

삼각대나 불꽃신호기 등을 설치하도록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2차사고를 막기 위한 것.

그렇다면 효과는 어떨까?

고속도로 전방에 사고가 나 있거나 물건이 떨어져 차량이 멈춰있는 상황을 설정한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습니다.

낮과 밤에 시속 100킬로미터 정도 속도로 달리다 이런 상황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 거리를 알아봤습니다.

[류준범, 도로교통공단 연구원]
"평균 100킬로미터로 주행 시에 운전자가 위험상황을 인지하고 차량을 정지시키는 데까지는 80미터 정도가 소요됩니다. 다만 야간 운전 상황에서는 인지반응 시간이 지연돼 여기에 30미터 정도가 더 증가되고요."

즉 브레이크를 밟고 나서 낮에는 80미터 밤에는 110미터 정도 앞에 멈춘다는 얘깁니다.

낮에는 100미터 뒤에 삼각대를, 밤에는 200미터 뒤에 불꽃신호기 등을 설치했을 경우 뒷 차 운전자가 이를 제대로 보고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이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100미터 또는 200미터 뒤에 설치해야만 2차사고를 막을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서는 이견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설치하는 사람의 안전이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1차사고 관련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멀리서도 잘 보일 경우 차량 가까운 쪽에 표시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
"100m 후방에서 비상경고등이 잘 보이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100km가 넘게 달리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안전삼각대를 설치하기 위해 100m까지 이동하는 것은 불필요하지 않지 않느냐."

밤에는 일본의 사례가 참고할 만해 보입니다.

뒤에 있는 운전자가 보기 쉬운 위치에, 200m 거리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도록' 삼각대나 불꽃신호기 등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즉 차량 주변에 설치해도 200m 거리에서도 보인다면 2차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한밤중 고속도로를 200미터나 거슬러 올라가 설치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송수연, 도로교통공단 연구원]
"고속도로 특성상 보행자들이 통행할 수 없는 곳인데 안전장치 없이 너무 먼 거리에 고장표시를 해야 된다는 게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밤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도 직접 걸어서 고장표시를 해야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위험요소가 많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지키지 않으면 손해배상 부담까지 질 수 있고, 지키려다가는 자칫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지킬 수도, 지키지 않을 수도 없는 이 규정에 대해 이제라도 관계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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