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기억해야 비극은 반복되지 않는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 기억해야 비극은 반복되지 않는다!

2015.06.29. 오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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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인터뷰]<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년,"우리는 과연 바뀌었는가?">기억해야 비극은 반복되지 않는다!-삼풍백화점 소재 연극'유월의 소리' 오세혁 연출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6/29 (월) 오후 6시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사람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사라지고 아픔과 슬픔도 점점 잊기 마련인데요. 그런데요.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아픔과 슬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반성은 결코 잊지 말아야겠죠. 우리 사회가 과거의 비극을 덮어버린다면 비슷한 비극이 계속 반복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삼풍백화점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유월의 소리’ 오세혁 연출가 연결해서 관련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합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오세혁 연출가(이하 오세혁): 예. 안녕하십니까.

◇최영일: 감독님께서 직접 대본을 쓰셨다고 들었는데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당시 몇 살이셨습니까?

◆오세혁: 그 때 저는 14살이었습니다.

◇최영일: 청소년이셨는데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으세요?

◆오세혁: 아무래도 온 가족이 너무 놀랐었고.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저희 어머니, 아버지, 가족들이 계속 밤새 뉴스를 보면서 생존자 분들 나오는 모습도 보고. 구조대 분들이 구하는 모습도 보고. 계속 가족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계속 시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영일: 맞습니다. 그랬는데 14살이었던 소년이 지금 감독님이 되셨는데요. 올해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주기인데요. 20주기라는 숫자의 무게도 있지만 삼풍백화점을 주제로 극을 만드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뭔가요?

◆오세혁: 일단 서울문화재단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지금 ‘메모리 인 서울 프로젝트’라고 서울 곳곳에서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 그 역사를 살아오신 분들을 직접 만나서 그 분들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를 운영하신 사장님이라든가,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다 모으고 있는데. 올해가 삼풍백화점 재난이 일어난 지 20주기라서 그 때 분들에 관한 이야기도 다 수집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거의 100여 분을 서울문화재단에 있는 지역수집가분들이 다 만나셨어요. 그래서 그런 취지에서 이것을 이야기로만 기록하지 말고 이 이야기를 판소리를 통한 작품으로 만들어서 계속 오래오래 기억시키자. 그런 취지를 가지고 만들게 됐죠.

◇최영일: 지금 말씀주신 것처럼 제가 좀 특이하게 느낀 대목이 일반 연극과 다르게 판소리로 진행이 된다. 이렇게 들었는데요. 특히 굉장히 유명하신 분인데. 안숙선 명창과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이 극은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되어있나요?

◆오세혁: 일단 안숙선 선생님이 우리나라 최고의 명창이신데. 이걸 판소리로 창작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가슴 아픈 기억이기 때문에. 이걸 실제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연극하고 이런 것보다는 소리꾼이 등장해서 때로는 이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그 인물이 돼서 그 인물의 입장을 나타내기도 하고. 무언가 보는 사람들한테 편하게 소리꾼이 시점을 이렇게도 가고 저렇게도 갔다가 하면서 편하게 들려주는 장르가 판소리라고 생각을 해서 판소리로 만들게 됐습니다.

◇최영일: 아직 관련자 분이 계신 마당에 이것을 어찌 보면 재연하는 형태로 무대에 올리기에는 많이 부담이 있으셨을 것도 같습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 사고와 관련된 분도 만나보셨나요?

◆오세혁: 아까 말씀드린 지역수집가라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 분들이 여기 나오는 100여 분을 직접 다 만나서 그 이야기를 기록하셨고. 사실 그 분들이 가장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분들이 수집한 이야기들을 제가 다 받아서 접하고. 그 분들이 적은 것을 제가 판소리로 쓴 거죠. 그 분들이 가장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최영일: 그렇군요. 그 당시의 아픔을 극으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극을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셨습니까?

◆오세혁: 제가 가장 뭉클했던 부분은 그 당시 백화점에 가서 생존자들을 구하러 갔던 민간 구조대 분들이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셨는데. 깜깜하고 아무 것도 앞에 보이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계속 들고 있던 연장들로 소리를 내면서 가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 거기 갇힌 생존자 분들도 마찬가지로 눈앞이 깜깜하고, 언제 사람들이 올지 모르니까 필사적으로 계속 소리를 냅니다. 벽을 부딪쳐서. 그래서 양쪽에서 서로를 찾는 소리들이 오가면서 구조하는 대목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당시에 있었던 온갖 소리를, 구조대원들이 소리를 내면 찾는 소리들, 생존자들이 자기 여기 있다고 내는 소리들, 바깥에서는 구급차 소리, 앰뷸런스 소리, 기자들 헬기 소리. 이런 식의 온갖 소리들로 이야기를 꾸며 봤습니다.

◇최영일: 보지 않았는데도 지금 설명해 주시는 말씀으로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사람들이 연극을 보고 무엇을 얻어가길 바라세요?

◆오세혁: 정말 가슴 아픈 게 20년이 지났는데 사실은 그게 천재지변이 아니라, 명확하게 말하면 어떤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거든요. 3층짜리 건물 위에다가 억지로 2층을 얹어서. 지하에 있어야 하는 무거운 것들이 옥상 위에 올라가게 되면서. 어찌 보면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는데 사실을 미리 짐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영업을 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대피하지 못하고 계속 있었던 게 있어요.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작년 같은 경우는 세월호가 있었고. 정말 20년이 지나도 계속 변하지 않는 욕심 때문에 사람들이 피해를 집고 목숨을 잃는 것이 가슴이 아프고. 정말 계속 저희들이 기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영일: 예. 오 감독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오세혁: 예. 감사합니다.

◇최영일: 지금까지 삼풍백화점을 소재로 한 연극 ‘유월의 소리’의 오세혁 연출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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