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90초] 사설정보지

[개념90초] 사설정보지

2014.12.13.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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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보지 일명 '찌라시'.

찌라시(지라시ちらし)는 '뿌리다'는 일본어 '지라스'에서 변형된 말이랍니다.

원래 전단지라는 뜻을 담고 있었지만 정·재계나 연예계 소문을 담는 '사설 정보지'의 의미로 변질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최초의 '사설정보지'는 무엇일까요?

삼국유사 경문왕 설화에 나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야기를 다 아시죠?

임금님의 '비밀'을 담고 있었던 대나무숲이 최초의 사설 정보지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현대적인 의미의 사설 정보지는 70~80년대에 종합상사에서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정 계층의 개인 사이에 오가던 정보 교환 수단이었습니다.

또 군부 독재 시절에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유비통신'에 귀를 기울이며 언론 통제에 대항하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자체적으로 사설 정보지를 생산해 배포하기 시작합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메신저와 SNS로 형태도 바뀌고 일반 대중에게도 광범위하게 전파됩니다.

이 정보지의 내용은 때로는 사실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2007년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가 하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는 '실재한다'고 정보지가 떠돌았지만 결국 사실이 아니었죠.

고 최진실 씨의 사례처럼 정보지의 내용 때문에 한 사람과 일가족의 일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정보지 주인공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요, 힘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명성이 있거나, 모두 '있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죠.

이런 점을 이유로 소문은 대중들이 권력자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의 하나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로버트 크냅은 "대중은 소문을 통해 공동체의 감정적인 욕구를 표현하거나 강화한다"라고 '소문의 심리학'이라는 저서에서 설명했고 "대중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고 변호사 미하엘 셸레는 '소문, 나를 파괴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에서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소문'은 내용의 진위와는 별개로 주인공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나 선입견,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면에서 '정윤회 문건' 파문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 사건이 이렇게 파급력이 커진 건 박근혜 대통령의 불투명한 국정운영 스타일이 자초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의구심 속에 소문은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결국 '투명한' 권력 운용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는 한, 검찰 수사로도 '비선 실세' 를 둘러싼 의혹과 소문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소문을 담은 사설 정보지, 일명 '찌라시'도 영원할 겁니다.

YTN 김수진[suekim@ytn.co.kr]
YTN 이현수[lhsb5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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