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정표, 응급상황에서는 '무용지물'

자전거 이정표, 응급상황에서는 '무용지물'

2014.11.18. 오전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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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러분, 요즘 자전거 많이 타시죠.

거기에 발맞추어서 자전거도로도 많이 생겼습니다.

하천변도 그렇고 도로, 인도에도 많이 생겼는데 만약에 자전거를 타다가 도움이 필요할 경우 어떻게 해야 될까요?

당연히 119에 전화를 해야겠죠.

119에 신고를 했으면 위치를 알려줘야 되는데 그 위치를 알려줄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도심에서 자전거도로에서 사고나면 괜찮지만 변두리에서는 위치를 알려줄 방법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먼저 사회부 나연수 기자의 리포트를 보고 패널들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휴일을 맞아 양평 자전거도로를 달리던 40대 부부.

갑자기 아내가 바닥에 세게 넘어지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곧장 119로 전화한 남편, 초행길이었지만 다행히 자전거도로 이정표가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뷰:119 신고 당시]
"현 위치가 양평 넘버49."
(음식점 이름입니까?)
"아닙니다. 여기 이정표."
(주변에 혹시 간판이나 전신주 있으면….)
"간판 번호가 넘버 49번인데, 000한정식이라고 보여요."
(다른 간판 같은 건 안 보이나요, 선생님?)
"그러니까 여기가 자전거도로라서요."

전화가 연결된 곳은 경기 남부지역 통합 신고를 받는 수원소방서.

전화는 다시 양평소방서로 건너갑니다.

[인터뷰:119 신고 당시]
"양평텃골이라고 돼 있습니다."
(석골이요, 석골?)
"텃골이요. 텃골. 텃밭할 때 텃골이요."
(혹시 북한강 철교 인근인가요?)
"여기요? 자전거도로인데…."

신고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온 식당 이름을 기억해내고서야 소방서는 간신히 위치를 알아냅니다.

결국 사고 지점을 알리는 데만 6분이 흘렀습니다.

[인터뷰:신고 당사자]
"저걸 못 알아 듣는 순간,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초행길이고 주변에 아는 데도 없고, 주변에 식당을 말하라는데 여기가 어디 식당이 있습니까."

보시다시피 자전거도로 주변에는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나 건물이 없습니다.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건 바로 이 자전거이정표 뿐인데, 이정표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겁니다.

국토교통부가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 5백여 미터간격으로 세운 자전거 이정표.

하지만 소방본부 위치 시스템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인터뷰:경기소방본부 관계자]
"저희가 관리하지 않는 다른 기관에서 저희한테 얘기를 안 하고 설치했으면 저희가 모를 수도 있죠."

긴급 신고 안내 문구까지 붙여놓고 정작 협조를 구해야 할 소방본부에는 이정표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은 이유가 뭘까.

지나온 거리를 알려주는 용도일 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치 좌표 역할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인터뷰:국토교통부 관계자]
"소방서라든지 주변에 종합병원에서 넘버링을 알아야 되는 부분이고요."
(알리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개념 아닙니다. 할 필요도 없고요. 왜 그렇게 예산 낭비를 합니까?"

한마디로 정부 기관끼리 손발이 안 맞은 것입니다.

지난 3년간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40여 명, 부상자는 3만 9천여 명.

자전거 시설 확보에만 열중할 게 아니라 사용자의 안전까지 염두에 둔 발상의 전환이 아쉽습니다.

YTN 나연수입니다.

[앵커]

또 안전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그런 상황인데 만들어 놓기는 잘 만들어 놨데요, 김지선 기자.

[기자]

그렇죠.

그런데 저는 저 기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 하면 이거는 안전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식의 문제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일단 우리가 인전을 하시지만 차를 운전할 때 보면 보행자가 우리가 운전할 때 하나의 기준이 돼요.

보행자를 방해물로 생각을 한다거나 왜 이렇게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거야, 이런 생각을 잘 안 하거든요.

보행자와 차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운전을 할 때 제 차의 신호등뿐만 아니라 가끔 가다 보행자 신호등도 보거든요.

그러니까 이렇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자전거는 아직까지 우리가 차와 보행자라는 그 시스템 내에 들어와 있지 못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가끔 운전을 하다 보면 자전거도로라든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방해물로 여겨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일단 이거는 자전거도로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 또 자전거표지판.

[앵커]

저기 보면 긴급신고 119라고 써져 있지 않습니까?

[기자]

저 처음 봤어요, 그런데 굉장히 잘 만들어 놨네요.

그런데 문제는 그러니까 서로 그걸 이해하고 있어야 되는데 사실 자전거를 잘 타지 않는 탓도 있지만 저는 처음 봤거든요.

이전에 보신 적 있으세요?

[앵커]

없어요.

[기자]

그러니까 자전거표지판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약속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그 이유가 자전거가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차나 걸어다니는 보행자들처럼 하나의 체계 안에 들어와서 인식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그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인터뷰]

요즘에 자전거 인구가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대마도까지 가서 5명이서 대마도를 121km을 일주하고 온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던데 4대강사업이 되면서 자전거길이 다 만들어 졌기 때문에 그것을 일주하는 게 하나의 자전거 마니아들한테는 하나의 소망으로 그렇게 되어서 자전거 인구가 많이 늘었는데.

그에 비해서 기본적으로 개인도 보험을 들어야 되고요.

저런 식으로 기관간, 그러니까 저기 119라고 해 놨지만 저게 사실 실질적으로는 연결이 안 된 것 아닙니까?

이게 박근혜 대통령이 늘 강조를 했던 부처간 칸막이를 허무는 것, 창조경제, 이런 것과 전혀 안 맞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런 부분들을 지금 각 부처가 자기 영역을 넘어서서 서로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안전문제를 어떻게 갈 것인가.

저게 비난 자전거 문제만이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지금 저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좀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될 것 같아요.

[앵커]

그런데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저희와 전화인터뷰를 했을 때는 예산이 왜 더 들게 낭비를 하느냐 하는데 사실은 정보만 공유하면 될 텐데.

[인터뷰]

그렇죠.

저는 저걸 어떤 자전거도로의 인식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안전인프라의 문제로 보고 싶어요.

지금 저런 데 가보면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단 말이죠.

저기에 긴급신고 119라고 했는데 막상 119로 해 보면 아까 리포트에도 나왔지만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지 못하면 소위 안전에 있어서 골든타임 5분이 상당히 중요한데요.

심장마비도 올 수 있고 긴급한 여러 가지 안전상의 이유가 있어서 전화를 한 것인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위치확인하는 것처럼 한다는 것은 요즘 최근에 논란이 됐었던 112신고, 경찰이 예를 들면 오원춘 사건 관련해서 전화를 했는데 거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처음에 시간을 많이 소비한 이런 것과 관련이 있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결국 안전의 펀더멘털 자체가 상당히 취약한 것이 아니냐.

즉 꼼꼼한 안전인프라에 관한 정보의 입력 또 그다음에 그 장소가 파악이 되면 누가 빨리 도착을 해야 되는 것인가, 이런 것들이 상당 부분 미흡한 측면으로 저 사건을 해석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터뷰]

예를 들면 제가 사고를 당했는데 GPS로 제 위치를 파악해서 빨리 해 주십시오 요청을 하면 그게 경찰, 소방청 협조가 돼서 이렇게 딱 위치파악이 안 됩니까?

[인터뷰]

그 부분이 GPS의 기지국의 입장이 5km 반경, 1km 반경에 따라서 1km 반경까지는 파악이 되는데 정확하게 어디에 있느냐가 상당히 문제고요.

저런 자전거도로를 포함해서 예를 들면 국립공원이라든가 이런 오솔길 같은 경우는 GPS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어제 펜션 화재 사건에 있어서도 사실은 펜션이라는 사각지대가 소방차가 왜 늦게 왔느냐, 이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자전거도로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안전사항에 대해서 이른바 사각지대가 노정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결국 안전사고가 났을 경우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기관 간 대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 고민은 없이 그냥 편의시설만 제공을 한다는 그런 시작점 때문에 이런 문제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되고 국토교통부도 예산을 왜 낭비하느냐, 이런 대응보다는 소방서에다 지점만 알려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지자체에서.

그런 간단한 해결법이 있으니까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 특별히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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