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수백 억' 학교상담실 절반 먼지

[현장24] '수백 억' 학교상담실 절반 먼지

2010.03.04. 오전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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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학교에 상담 교사를 배치해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돕기 위한 '위클래스' 사업이란 것이 있습니다.

정부가 수백 억 원을 들여 전국 초중고등학교 1,500여 곳에 상담실을 만들었는데 활용을 못하고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곳이 절반에 가깝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김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남 화순군에 있는 초등학교입니다.

교실을 개조해서 만든 '위클래스'라는 이름의 상담실이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시설비를 지원받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문이 굳게 잠겨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인턴 상담 교사 인건비를 지원해 줬지만 올해에는 끊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최영자, 모 초등학교 교감]
"미술 수업을 일반 교실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어렵게 교실을 구해서 만들었는데 상담 교사가 배치되지 않아서..."

지원을 받지 못한 다른 학교들도 상담실은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인터뷰:교사]
"(선생님이 없으면 상담실은 잠궈 놓아야 하는 상황인가요?) 그렇죠. 문 닫혀 있어야죠. '산중의 거문고'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고요."

'위클래스' 사업은 학교에 상담실을 만들고 상담 교사를 배치해서 교우 관계나 정서 문제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마다 상담실 시설비 2,000만 원과 운영비를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예산 400억 원을 들여 전국 초중고등학교 1,500여 곳에 상담실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900여 곳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40%인 600여 곳은 상담 교사가 없어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턴 상담 교사 인건비를 지원해 줬지만 올해부터는 지원을 크게 줄였기 때문입니다.

교과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
"국고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이미 끝났고요.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을 지방비로 부담을 해야 되는 거죠."

하지만 시도 교육청에서는 난색을 표합니다.

[인터뷰:김성애, 전라남도 교육청 장학사]
"교과부 예산이 작년과 달리 반으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도에서 인턴 수를 더 확보하고 싶지만 예산 편성이 이미 끝나서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궁여지책으로 일반 교과 담당 교사가 추가로 상담 업무를 맡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임희정, 광주시교육청 전문 상담교사]
"상담에 대한 기술이 부족한데다 교과 담당 선생님이 상담을 하게 되면 아이들 비밀 보장 등 면에서 굉장히 어려워 하고..."

사정이 이런데도 교과부는 '위클래스' 사업의 효과가 크다며 상담실을 지금의 3배 수준인 4,500여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상담실을 실제로 운용할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상담실을 더 늘려 봐야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YTN 김정현[peter@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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