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점자카드'에 소극적..."있는 줄도 몰라"

카드사 '점자카드'에 소극적..."있는 줄도 몰라"

2023.05.25. 오전 05:3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카드 쓴 뒤 같은 자리…점자카드 존재 몰라"
금융위, 2017년 카드사에 점자카드 발급 권고
카드업계 "제작 비용에 비해 수요·수익성 낮아"
AD
[앵커]
합리적인 소비 생활의 필수품인 된 신용카드이지만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습니다.

카드사마다 점자카드 발급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정작 점자를 새긴 카드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중증 시각 장애인 정승원 씨의 지갑입니다.

신용카드 1장, 체크카드 2장을 이용하고 있는데, 카드를 쓴 뒤엔 항상 같은 자리에 꽂아둬야 합니다.

혹여나 자리가 바뀌면 필요한 카드를 바로 꺼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승원 / 중증 시각 장애인 : 색깔이나 카드 이름을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가 없어서 지갑에 두는 일정한 위치를 통해서 외우고 있습니다. 점자카드가 있는지는 딱히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7년 카드사에 점자카드 발급을 권고한 것도 시각장애인들의 이런 불편을 감안해서입니다.

화면의 왼쪽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카드고, 오른쪽이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카드인데요.

가까이서 보면 카드 이름을 비롯해 카드 번호와 보안 코드 등이 모두 이렇게 점자로 각인돼 있습니다.

하지만 YTN이 9개 카드사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 점자 인쇄가 가능한 카드는 서너 개에 불과했습니다.

모든 카드에 점자를 각인하는 회사는 단 한 곳뿐이고, 심지어 점자카드를 아예 발급하지 않는 카드사도 있습니다.

권고 후 5년이 지나도록 시각장애인들은 카드 선택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점자카드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제대로 논의도 못하고 폐기돼 지금은 각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가뜩이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데 점자 카드는 제작 비용에 비해 수요도, 수익성도 낮다며 난색입니다.

[카드사 관계자 : 카드사별로 적게는 수백 종에서 많게는 수천 종의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모든 종류에 대해서 점자 카드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대표 카드 상품 위주로 점자 카드를 준비해서….]

국내 등록된 시각 장애인들은 25만여 명.

이들이 금융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YTN 엄윤주입니다.


촬영기자;김정한
그래픽;이은선


YTN 엄윤주 (eomyj1012@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