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마이크론 노린 이유...결국 한국에 '줄 서기' 강요?

중국이 마이크론 노린 이유...결국 한국에 '줄 서기' 강요?

2023.05.23. 오후 2: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중국이 마이크론 노린 이유...결국 한국에 '줄 서기' 강요?
AD
'말 폭탄'에서 행동으로

중국이 미국에 대한 무역 보복 행동에 돌입했다. 신호탄은 '마이크론'.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재한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시기도 절묘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G7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이뤄졌다. 그동안 '말 폭탄'으로 경고만 해오다 치밀한 계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제재 이유도 명확히 밝혔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하고 국가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이러면서 인터넷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중국이 이번에 작심했다고 보는 이유는 외국계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벌인 것은 마이크론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미국을 겨냥한 게 분명하다.

몇 년 전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선조치 됐다. 지난 2019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제품 구매를 제한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이 기조를 바이든 행정부가 이어받은 건데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로 압박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제조 장비와 기술의 중국 반입을 제한하면서 일본과 한국, 네덜란드에 제재 동참을 요구했다. 사실상 '압력'에 가까웠다.

왜 마이크론일까?

중국의 대미 제재 시기도 절묘했지만 대상에도 노림수가 엿보인다. 중국이 이번에 표적으로 삼은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미국 반도체 기업 가운데 10.8%의 비중을 차지한다. 퀄컴(64%), 인텔(27%), 에이엠디(22%) 보다 후순위다. 이들은 대체 불가능한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인데 중국은 이를 피해 마이크론을 이번 제재 대상에 올렸다. 여기서 핵심은 '대체 가능한'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이다. 단순 대체도 아닌 확실한 공급을 해낼 수 있는 기업이 바로 우리나라의 삼성과 SK하이닉스다.

한국에 '줄 서기' 강요하는 美中?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로선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 아니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하다. 미국에서 대중국 반도체 제재 동참을 강하게 요구받는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는 대체자 역할을 강요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거다. 앞서 이런 기사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이뤄질 경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대신 반도체를 팔지 않게 해달라고 한국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도 즉각 나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행위는 자신의 패권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도록 협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관 국가 정부와 기업이 중국과 함께 다자무역 시스템, 글로벌 산업망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한 유관 정부와 기업에 한국과 삼성, SK하이닉스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이 기침 한번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우리로선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미국 경제의 절대적 영향력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미국의 요구를 따르면 중국의 보복이 예상되고, 반대로 중국을 따르면 미국의 '기침' 이상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 현재 한국이 놓여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고전적 표현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