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삼성전자-ARM 빅딜,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생생경제] 삼성전자-ARM 빅딜,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2022.10.05. 오후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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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삼성전자-ARM 빅딜,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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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00~16:00)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방송일 : 2022년 10월 5일 (수요일)
■ 대담 : 최진홍 기자(이코노믹리뷰 미래경제부 부국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삼성전자-ARM 빅딜,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ARM, 반도체 회사들의 '두뇌' 만들어내는 곳
-인수시 삼성 반도체 설계 역량 높아져
-중국과 관계 변수...100조 이상 투자 이익은 지켜봐야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의 회동이 관심을 모으고 있죠. 어젯밤에 회동했다고 하던데, 특히 영국 반도체설계업체인 'ARM' 빅딜 논의 때문에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최진홍 이코노믹리뷰 기자 연결됐습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 최진홍 기자(이하 최진홍)> 네, 안녕하세요.

◇ 최휘> 한 언론사가 어제 저녁 양측이 만났다고 하던데, 삼성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어제 만난 게 사실인가요?

◆ 최진홍> 일단 삼성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것은 없고요. 다만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이 회동을 할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아마 'ARM' '암'과 관련된 내용이나, 아니면 포괄적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최휘> 포괄적 협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일단 'ARM'이라고도 하고 ‘'암'’이라고도 하던데, 오늘은 ‘'암'’이라는 명칭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전자가 이 '암'을 인수하느냐를 두고 기대감이 지금 커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저는 일단 이 '암'이 영국에 있는 반도체 설계자산 기업으로만 알고 있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인가요?

◆ 최진홍> '암'은 영국 아콘 컴퓨터와 VLS의 테크놀로지, 그리고 미국 애플 컴퓨터의 조인트 회사로 탄생을 했고요. 반도체 칩의 기본 설계 도면 즉 ‘아키텍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쉽게 말해서 모든 반도체 회사들의 ‘두뇌’를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고요. 모바일 AP 설계 점유율은 90%를 넘기고 있습니다. 지금 퀄컴이나 애플 또 한국의 삼성전자 같이 반도체 칩을 만드는 회사들에게 일종의 밑그림을 제공하면서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 최휘> 제가 찾아보니까 모바일 AP 설계 점유율이 90%에 달한다고 하더라고요.

◆ 최진홍> 네 맞습니다.

◇ 최휘> 그러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 설계를 이 '암'에서 하고 있다고 보면 될까요?

◆ 최진홍> 네, 맞습니다. AP라는 것은 PC에서 봤을 때 CPU, 즉 두뇌 역할을 하는 건데 AP는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작은 기기에 들어가는 CPU라고 보시면 되고요.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기기들의 설계 도면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최휘> 굉장히 큰, 그리고 반도체 업계에 있어서 중요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이 '암'은 사실 올 초에 엔비디아(NVIDIA)가 인수를 시도했다가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왜 무산이 됐나요.

◆ 최진홍> 사실 '암'은 2016년 7월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에 234억 파운드, 즉 33조 5천억 원에 인수된 바가 있는데 당시 손 회장이 “정말 저렴하게 좋은 기업을 인수했다”면서 공개적으로 기쁨을 감추지 않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손 회장의 노림수에 변수가 생겼는데요. 원래 소프트뱅크는 '암'을 인수하면서 IOT, 즉 사물인터넷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지금 그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왜냐하면 계산대로라면 지금 IOT 시대가 왔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때가 아닌 거죠. 여기에 또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프트뱅크의 투자 실패가 이어지면서 재무 상태가 최악이 됐고요. 결국은 '암'을 인수했으니까, 매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엔비디아가 47조 원 수준으로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암'은 모든 반도체 회사들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곳이잖아요.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일종의 공공재 비슷한 인프라로 여겨지기 때문에 각국의 반독점 기관들이 일제히 엔비디아의 '암' 인수를 반대했습니다. 여기에 영국 정부도 반도체 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빅딜은 결국 무산된 상태고요. 그래서 소프트뱅크는 이 '암'을 기업 공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분 희석을 진행한 후에 뉴욕이나 런던, 혹은 둘 다 상장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요. 지분 희석을 하는 이유는 '암'의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 매각이나 투자 유치를 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 즉 소프트뱅크 75%와 비전펀드 25%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 최휘> 그러니까 엔비디아가 인수를 하려고 했지만 경쟁업체들의 반대 때문에 무산됐다고 보면 될까요?

◆ 최진홍> 경쟁업체의 반대도 있지만, 경쟁업체의 반대의 앞에서는 각국의 반독점 기관들이 이걸 용납할 수가 없었던 거죠.

◇ 최휘> 반독점 규제 때문이군요.

◆ 최진홍> 맞습니다. 그러니까 '암'을 가지는 것이 세계 반도체 기업의 두뇌를 모두 다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보기 때문에 일종의 공공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했던 거죠.

◇ 최휘> 그러면 삼성전자가 '암'을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앞에서 해주신 말씀에 따르면, 일단 이게 9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거의 공공재일 정도로 반도체 시장에서 굉장히 큰 기업이기 때문에 인수를 하려는 것 같은데,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 그리고 인수를 하게 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 최진홍> 가정이지만 삼성전자가 일단 '암'을 직접 인수를 하거나, 아니면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혹은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나온 바가 있고요. 그런데 지금으로서 삼성전자가 '암'과 밀착하면서 거둘 수 있는 가장 높은 성과는 역시 '암' 생태계에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암'이 이제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 역량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것도 상당히 매력이 되어 줄 수 있고요. 향후에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분야에서 '암'을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의 로드맵이 더 빨라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 최휘> 지금 인수 시나리오가 여러 가지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 최진홍> 사실 단독 인수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물론 100%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삼성전자의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5조 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 자금이 움직인다면 인수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의 빅딜은 삼성전자가 가질 수 있는 매력에 비해서는 낮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고요. 또 무엇보다 인수를 추진한다고 해도 당연히 각국 규제 기관이 규제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처음 말씀하신 대로 지금 회동은 했지만 이 '암' 인수에 대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포괄적 협력에 대한 이야기인지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금으로서는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최휘> 단독 인수 가능성은 낮다고 보시는 거죠.

◆ 최진홍>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낮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금은 충분히 있지만 '암'을 인수함으로써 삼성전자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상당히 제한적이거든요.

◇ 최휘> 그런가요.

◆ 최진홍>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은 컨소시엄보다는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릴 수 있고요. 또 컨소시엄에 참여를 한다고 해도 내부에는 상당한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 최휘> ‘포괄적 협력’을 말씀해 주셨는데,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 최진홍> 지금 나오고 있는 언론 보도도 그렇고요. 지금 이재용 회장과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이 회동한 결과에 대해서 기자들이 많이 취재를 하고 있는데, 사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암' 인수는 한 발 물러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고요. 또 여러 가지 시나리오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그러니까 완전히 통째로 인수를 해오는 것보다는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시나리오 중 하나로 나오고 있는 거죠?

◆ 최진홍> 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컨소시엄을 보면요. 일단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중국의 압박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요. 그렇다면 만약에 이번 회동이 '암'과 관련된 게 아니라 포괄적 협력에 머무른다고 해도, 이건 판을 크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지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을 해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어제 이미 만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앞으로 삼성전자가 '암'을 인수할 것이느냐를 두고 지금 모든 언론과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삼성이 만약에 정말 '암'을 인수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을지, 어떤 베네핏이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지금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지금 손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이 비전펀드가 손실을 내면서 ‘손정의 회장이 인수에 더 급한 입장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더라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 최진홍> 만약에 '암' 인수와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왔다면, 아무래도 이재용 부회장보다는 손정의 회장의 마음이 더 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비전펀드 직원 30%를 감원하는 등 소프트뱅크와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현금 확보가 상당히 절실한 상황인데,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단은 메모리가 주력인 데다가 '암'이 모바일 AP의 강자라고는 하지만 ‘미래 먹거리가 무엇이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있기 때문이고요. 아직 상용화는 먼 이야기지만 또 리스크 파이브 같은 미래의 라이벌들. 또 인수 가격이 최대 100조 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인수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상당히 큰 상황입니다. 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어쨌든 파운드리와 패닉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암'을 인수하게 되면 토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보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판을 지나치게 키우는 것 아니냐. 이런 반론이 더 큰 것도 사실입니다.

◇ 최휘> “판을 지나치게 키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 최진홍> ‘토털 생태계’라는 말이 상당히 무서운 말인데요. 삼성전자는 어쨌든 지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등을 하고 있고요. 패닉스에서는 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파운드리에서 상당히 강력한 투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암'을 단독 인수했을 때, 혹은 컨소시엄으로 들어왔을 때. 여러 가지 반도체 생태계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다 장악하게 되는데,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렇게 모든 것을 장악했을 때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시너지나 베네핏이 ‘과연 100조원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지금 500만 삼성전자 소액 주주 분들은 과연 이 인수가 삼전을 구할 호재인가. 누구보다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실 것 같은데, 근데 '암'을 막상 인수했을 때 그다지 기대해볼 만한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지금 전망을 하고 계신 거죠.

◆ 최진홍> 네, 그렇습니다.

◇ 최휘> 근데 삼성이 지금 다른 기업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이미 인텔과 퀄컴과 공동 인수 의사를 발표하기도 했죠.

◆ 최진홍> 네, 맞습니다. 지금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박종우 SK하이닉스 회장도 올해 초 정기주총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암' 인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인텔, 퀄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컨소시엄을 꾸려서 '암'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 들어오는 소식에 따르면, 일단 삼성전자가 '암' 인수는 물론 포괄적 협력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종희 부회장이 오늘 열렸던 한국전자전에서 인수합병 전략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보안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삼성전자의 '암' 인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들의 방향성이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의 포괄적 협력으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그렇군요. 그럼 만약에 포괄적 협력 관계를 가졌을 때 중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 최진홍> 중요한 부분인데요. 일단 컨소시엄이 구축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의 압박이 있을 거라고 제가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영국 기업의 '암' 인수에 중국 기업이 들어갈 가능성도 상당히 낮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이번 회동이 '암' 인수 및 투자가 아닌 포괄적 협력이라고 했을 때도 ‘중국’이라는 키워드가 상당히 중요한데요. 사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 함께 아태(아시아 태평양)지역 시장 공략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프트뱅크가 삼성전자와도 접점을 키울 가능성이 상당히 높긴 합니다. 비단 '암' 인수가 아니라 반도체를 포함해서 통신장비 모빌리티 측면의 파트너로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상당히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만약에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이번 회동이 '암'과 관련된 직접적 협력이 아니라, 두 회사의 포괄적 협력. 그리고 손 회장이 '암'에 대한 투자 유치나 이런 걸 막기 위해서 네트워크를 하는 거라면, 사실 이번에 만난 회동은 두 회사의 아태지역 시장 공략에 있어 의미하는 바가 더 크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중국이 아태지역 시장에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데요. 화웨이나 알리바바 등을 통해서 여러 가지 인프라를 설치 해주고, 각 지역에 있는 통신사들, 그 외에 많은 기업들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주 전에 제가 태국에서 열렸던 ‘화웨이 커넥트 2022’ 현장을 취재했는데요. 화웨이가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것이 바로 ‘디지털 경제’ 또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이번 회동이 '암' 인수위 투자가 아니라 포괄적 협력이라고 해도, 아태지역 시장을 두고 어떻게 보면 ‘두 진영이 경쟁하면서 충돌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저도 삼성전자를 소량 갖고 있는 소액 주주로서, 지금 '암' 이슈 때문인지 삼성전자 주가도 급등을 했거든요. 삼성의 글로벌 위치는 어떻게 판단을 하시나요?

◆ 최진홍> 팬데믹이 풀리면서 글로벌 출장을 나가거나, 예정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외국 기자들이 항상 물어보는 게 ‘방탄소년단’, ‘오징어 게임’ 그리고 ‘삼성전자’입니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위상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을 거고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주가 상승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부회장이 복권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소위 말하는 ‘글로벌 경영 드라이브가 강해졌다’는 측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이슈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고요. 다만 반도체 시장 업황 악화, 그리고 주가적 측면에서의 공매도 문제 정도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 최휘> 앞으로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까지도 짚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올해 3, 4분기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회사를 보면 역시 TSMC입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축이 시스템 반도체로 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메모리 반도체 의존이 강하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실까요.

◆ 최진홍> 사실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데요. 메모리 시장을 석권한 상태에서 시스템까지 섞어나면 정말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 사실 산업계 시장 분위기는 ‘선택과 집중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기류가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등 반도체를 중심에 두고 각국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지고 있거든요. 이럴 때 우리가 더 잘하는 것에 더 집중을 해서 시장을 이끌어 가는 것이 더 좋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시스템 반도체를 오랫동안 ‘비메모리 반도체’라고 불렸잖아요. 그만큼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메모리에 많이 치우쳐 있었고, 최근에 AI 반도체나 다른 반도체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우리도 시스템 반도체에 관심을 가질 타이밍이 오고 있지 않은가’라는 것이 산업계의 전반적인 기회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네, 알겠습니다. 삼성전자가 ‘2027년까지 반도체 위탁생산 파운드리 공정에서 1.4나노 미세공정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삼성의 어떠한 미래의 계획일까요?

◆ 최진홍>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수성하면서 파운드리에서는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되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파운드리 시장의 터줏대감인 트랜스 엠씨가 파트너들과 아주 오랫동안 협력을 했기 때문에 그 아성을 단숨에 깨기는 어렵고요. 또 아무래도 펠리스들은 공정의 특성상 오랫동안 거래한 파운드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역시 미세 공정이고요. 왜냐하면 오랫동안 거래한 TSMC의 업력을 이길 수가 없으니, 그렇다면 최첨단 기술로 승부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 6월에 GAA 트렌지스터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공정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고요. 2027년에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초격차 전략을 바탕으로 빠르게 판을 흔드는 게 살 길이다. 이렇게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11월에 퀄컴이 새로운 발표하는데요. 누가 제작을 맡을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큰데, 2위 파운드리 업체의 삼성전자는 수성과 동시에 공성에도 속도를 내는 일종의 ‘몽골 기병 전략’으로 나갈 것 같습니다.

◇ 최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진홍> 네, 고맙습니다.

◇ 최휘> 지금까지 최진홍 이코노믹 리뷰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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