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진압하는데 소방서 한 달 치 물 써야 꺼진다

전기차 화재 진압하는데 소방서 한 달 치 물 써야 꺼진다

2021.06.23. 오후 2: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전기차 화재 진압하는데 소방서 한 달 치 물 써야 꺼진다
AD
미국 연방 규제 당국이 소방관들에게 전기차 화재 진압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당국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고 완전히 연소될 때까지 쉽게 재점화된다는 사실을 지적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이 없어 현장 소방관들의 애를 먹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NBC 뉴스는 지난달 17일 휴스턴 교외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사고 당시 불이 붙은 테슬라 차량이 세 번이나 재점화됐다는 내용을 전하며 소방관 8명이 7시간 동안 소방수를 들이부어 불을 꺼야 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를 완전히 진압하는데 들어간 물은 2만 8천 갤런으로 소방서 한 곳에서 보통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양이고 미국 가정집에 2년 동안 공급되는 용수와 맞먹는다. 반면 내연기관 차 화재는 소방차 한 대 분량 정도인 300갤런으로 빠르게 진압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X에 들어가는 대형 배터리는 가정에 이틀 치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대형 배터리가 내장된 전기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다 불이 붙으면 온도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 매우 위험하다.

미국에서는 전기차의 인기가 나날이 올라가고 있지만, 정작 소방대원들에게 전기차 화재와 사고 대응에 대한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업계 분석기관 IHS 인사이트는 미국 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체 자동차의 1.8%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 말까지 3.5%로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IHS는 2025년까지 10대 중 1대가 전기자동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소방관들은 비공식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은 전기차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소방관 대부분은 가스 화재와 전기 자동차 화재의 주요 차이점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전기 자동차를 물이 가득 찬 컨테이너에 통째로 집어넣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슬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방법은 권장되지 않으며 그저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해 불을 진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미교통안전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화재 초기 대응 매뉴얼이 부실하다”며 “차량 충돌로 전류 차단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때 화재를 진압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기차 차량 화재 진압 경험이 있는 프리몬트 소방 대장 윌슨은 “일반적인 자동차 화재는 1시간 내로 진압되고, 견인 회사가 차량을 이동시키는 데 전기차는 배터리 온도가 계속 올라가지 않는지 살펴보기 위해 보통 45분에서 1시간 동안 현장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소방관들은 전기차 크기가 커질수록 배터리도 켜지기 때문에 화재 진압도 힘들어져 소규모 소방서에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