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피하려고...산업부, 일요일 밤 '문서 444개' 몰래 삭제

감사원 피하려고...산업부, 일요일 밤 '문서 444개' 몰래 삭제

2020.10.20. 오후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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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원의 추가 자료 제출 요구를 피하기 위해 일요일 밤 몰래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4백 개가 넘는 문서를 지웠는데 이 가운데 120개는 끝내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보도에 이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산업부 모 국장은 감사가 진행 중이란 사실을 보고받고 부하 A 씨에게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지우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감사관과 면담을 하루 앞둔 일요일 밤, A 씨는 사무실에 나와 새벽까지 4백 개 넘는 문서를 삭제해 감사를 방해했습니다.

[최재형 / 감사원장 (지난 15일) : 감사 과정에서 밝혀낸 사실에 의하면 국회 감사 요구 이후에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계 자료를 거의 모두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복구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또 진술받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산업부는 직원이 자료를 지운 건 유감이라면서도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감사보고서에는 자료 삭제를 포함해 산업부 백운규 전 장관과 직원들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관여한 사실이 담겼습니다.

먼저 백 전 장관은 2018년,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 전에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함께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이 월성 원전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을 고려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또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가 나오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이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산업부는 부적정하게 관여했다는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국정과제 취지 등을 생각할 때 즉시 가동중단은 타당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라면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에너지전환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감사원 발표 뒤 결과를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면서 원전 경제성 평가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이지은[je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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