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세우는 집주인 vs 세입자..."전세시장 내년까지 불안"

날 세우는 집주인 vs 세입자..."전세시장 내년까지 불안"

2020.09.30. 오전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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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세입자들의 권리가 강화됐지만, 전세 시장이 신규보다 재계약 위주로 돌아가면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새 임대차법 시행 한 달여 뒤에 내놓은 늑장 유권해석 탓에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 다툼도 늘고 있습니다.

수도권 전세시장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백종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8살 A 씨는 최근 집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세입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실거주할 매수자와 계약을 했는데, 세입자가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후 세입자가 이사비용 등을 요구해 와 200만 원을 보냈는데, 또다시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A 씨 : 의사를 번복하지 않겠다는 문자와 부동산 통해서 음성녹음 파일을 받았어요. (그런데) 또 일주일이 지나서 없던 걸로 치부하자 이야기를 해서….]

세입자가 입장을 두 차례나 바꾼 건 정부의 새 임대차법 관련 늑장 유권해석 탓입니다.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에는 집주인이 실거주한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일 정부는 집을 새로 산 주인이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받기 전에 본인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을 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린 겁니다.

이후 세입자는 퇴거 불가 통보를 한 뒤 집주인 A 씨에게 감정 섞인 내용의 문자를 백여 통이나 보냈고, 인터넷 등에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다툼이 발생했습니다.

[A 씨 : 저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고 협박문자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수 백통의 문자를 받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공인중개사들도 거래에 나서기가 불안합니다.

[공인중개사 : 전세 물건 나올 때 임차인이 나간다고 했다고 해요. 주인들 입장에서는요. 저희는 겁이 나는 거에요. 이걸 전세 봐주는 게 맞나….]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혼란을 겪는 건 집주인만이 아닙니다. 재계약 위주로 전세시장이 개편되면서 전세 매물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28살 윤범중 씨는 오피스텔 전세 계약 만기가 가까워지자, 새 전셋집 찾기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매물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윤범중 / 서울 영등포구 : 층수를 낮춘다거나 평수를 줄인다거나 준공연도를 조절한다거나 해서 눈을 낮춰 타협하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여기에 고공행진 중인 수도권 전셋값도 문제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59주 연속, 서울 전셋값은 65주째 오르며 불안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세 재계약이 많고 실거주 요건 강화로 집주인들이 직접 거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대기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전세난이 이어지는 상황!

이에 따라 민간 기관이 내놓은 서울 전셋값 전망지수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김규정 /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 반전세나 월세 전환 사례도 늘고 있어서 완전한 전세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추석 이후에도 전세 물건 부족 현상이 보이면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수도권 전세난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역시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이뤄지는 내년 7월 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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