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20년 만에 대표직 상실...대한항공, 달라질까?

[취재N팩트] 20년 만에 대표직 상실...대한항공, 달라질까?

2019.03.28. 오후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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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 대표이사직을 상실했습니다.

재벌 총수가 주주들에 의해서 경영권을 제한받게 된 첫 사례인데요.

우리 경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하린 기자!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 결국 국민연금이 결정적 역할을 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해서 재벌 총수를 견제한 첫 사례입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의 11.56%를 가진 2대 주주입니다.

국민연금이 찬성이나 기권을 했다면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이 가능했을 상황이었는데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는 이틀 동안의 격론 끝에, 조 회장이 기업가치의 훼손 또는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외국인 주주 등 반대표 결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진 기업이 적지 않은데요, 앞으로 재계에 미칠 영향,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이번 대한항공의 주총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연금 행동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기업 경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기업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는, 지분 5% 이상 보유 상장사는 3백 개에 가깝고, 운용하는 기금은 644조 원에 달합니다.

재벌 총수라고 해도 일탈 행위로 인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면 언제든 경영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지만, 기업 경영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추가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오너가 대표이사직을 잃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긴 했는데, 경영권 행사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죠?

[기자]
어제 주총 결과가 나오자마자, 대한항공 측은 대표이사직을 상실한 건 맞지만, 경영권에는 지장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틀린 얘긴는 아닙니다.

조 회장은 여전히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이고,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 공동 대표로 남아 있습니다.

내일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연금이 이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을 올려놨지만, 정관 변경 안건은 출석 주주 1/3 이상이 반대해야 부결됩니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29%가량이어서 이 안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한진 그룹 전체 경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앵커]
조양호 회장은 어제 주총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금 미국에 있다고요?

[기자]
미국 LA 별장에서 쉬면서 주총 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회장은 앞으로 재판과 검찰 추가 수사도 앞두고 있는데요.

한진그룹 경영과 관련해 앞으로 얼마나 달라진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경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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