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3대 쟁점 분석: 14년 만의 부활, 친환경성, 경제성

수소경제 3대 쟁점 분석: 14년 만의 부활, 친환경성, 경제성

2019.02.01.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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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홍보 모델을 자처하고 나선 수소경제 (Hydrogen Economy) 는 사실 새로 나온 계획은 아닙니다.

지난 2005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산업자원부는 연료전지산업 및 중장기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및 육성을 위하여 '친환경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2007년 총리공관에서 가정용 연료전지를 설치, 시연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산업자원부는 화석연료의 대안인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보급 확대를 통해 기후변화협약, 고유가등 복잡해지는 에너지환경문제에 대한 국가차원의 노력을 주도적으로 진행중이었고, 특히, 연료전지는 다가올 수소경제시대를 책임질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해 세계적인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지원한다고 대대적으로 밝힌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왜 2005년 수립했던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은 어느 순간 소리없이 사라졌을까요?

수소경제 3대 쟁점 분석: 14년 만의 부활, 친환경성, 경제성


■ 2005년 vs. 2019년

2005년 당시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큰이슈로 떠오르면서 전세계가 에너지 시스템을 탄소 연료 중심에서 수소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화두가 됐습니다. 미국의 경우, 2002년 대통령 교서에서 수소 경제 강화를 선언했고, 2003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미래에너지 기술확보방안 보고서'를 통해 수소경제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소개했고, 이후 수소경제는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잡게 된 겁니다. 하지만 수소경제의 열기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1) 셰일가스 때문?

2005년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담당했던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운 박사는 이렇게 상황이 급변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 바로 셰일 가스였다고 말합니다. 셰일가스가 석탄과 석유를 대체하는 효과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까지 줄여주는 스위치 역할을 하면서 석유 가격을 잡아주는 바람에 수소경제는 더이상 탄력을 받지 못하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스쳐 지나가게 된 겁니다.

또, 당시 전세계적으로 수소경제에 투자하자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국제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노 박사는 일본이 수소경제 관련 기술에서 앞서 있어서 미국이 관련 정보를 캐내려고 노력해봤지만 정보 공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요 국가들이 모인 수소경제 포럼이 지속되긴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선 기술적으로 수소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해서 동력으로 쓸 때의 효율이 전기차보다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 사업단이 해체됐습니다.

(2) 기술 미성숙 때문?

올해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짠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는 2005년 당시 수소경제 기술이 미성숙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합니다. 2005년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던 당시 수소경제 기술이 상용화, 실용화 단계가 아니라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던 상태여서 신규 시장을 창출해야 했다는 겁니다.

(3) 에너지 전환 기조 때문?

2005년 정부가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세울 때 에너지 전환 기조가 없었던 것도 추진력을 약화시킨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전체적인 에너지 믹스는 여전히 화석 연료 중심인데 갑자기 등장한 수소경제는 뜬금없는, 맥락없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게다가 셰일가스 생산 등으로 유가가 떨어지면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더이상 진행이 어려워져 마스터플랜의 끈은 일단 끊어졌습니다. 반면, 이번 정부 들어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미세먼지 저감 에너지 생산으로 기조가 바뀌면서 수소경제는 다시 정책적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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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경제 왜 14년 만에 되살아났나?

이렇게 수소경제의 기술 성숙이 미진하면서 추가적으로 산업계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기술 개발은 계속 이뤄져 연료전지와 수소전기차 분야에선 우리나라는 상당한 기술 수준을 축적하게 됩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세계 최장 운행거리를 자랑하는 수소전기차 넥소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상용화 진입 시점이 2013년으로 연료전지와 상용차가 이제야 산업화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것입니다.

2005년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이 실패로 끝났지만 중장기적인 에너지 전환에 대한 화두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젠 기술 성숙도가 수소경제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정책 환경이 바뀐 영향도 큽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에너지 전환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며서 정부의 의지가 확실하게 실렸다는 점도 2005년과 2019년의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에 와서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게 된 것은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 협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파리 협정은 궁극적 목표로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1850~1900년) 수준과 비교해 2℃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당시 회원국들이 목표는 2℃ 이하 상승이지만, 1.5℃ 이하 상승 달성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는 정책 환경이 달라진 것을 가장 큰 수소경제 부활의 가장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현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 기조 속에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기술 성숙이란 밑바탕에서 2019년 로드맵은 2005년 마스터플랜보다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수소 활용과 발전 계획이 3차 에너지 기본 계획과 9차 전력 수급 계획에 포함될 전망인데다 당장 올해부터 정책에 반영될 예정인 만큼 실효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오는 2050년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가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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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경제, 경제성 있나?

현재로선 네 가지 면에서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1) km당 연비는 전기차가 49원, 수소전기차가 83원, 휘발유차가 116원인데 수소전기차는 수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충전 시간은 3~5분 정도로 전기차보단 빠르지만, 휘발유차보다는 좀 느린 편입니다.

2) 저장과 압축을 위한 시설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수소 충전소 한 곳당 30~35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LPG 충전소를 수소 충전소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가스업계에선 적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고압 가스 안전 관리법 등에 따라 수소 충전소를 서울 시내에 설치할 수 없는 곳이 많은 것도 문제였는데 이 부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임시로 규제를 면제하는 '샌드 박스' 제도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넥소의 가격이 7천만 원 정도로 정부 보조금 없이는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점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4) 공기 중의 산소와 수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은 값비싼 백금을 촉매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큽니다.

당장은 시장에서 가격 면에선 경쟁력이 없으니 초창기엔 정부가 개입해서 보조금을 통해 수소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3,600만 원까지 보조금이 붙는 만큼 넥소 가격은 중형차 정도로 떨어지게 됩니다. 수소 충전소의 경우에도, 독일 방식처럼 초반엔 정부와 민간이 합작해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어 시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게 될 때 경제성이 생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가면 석탄보다 수소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스택에 들어가는 백금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과거와 지금의 수소경제의 경제성을 다르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처럼 수소전기차의 대량 생산이 이뤄져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시점은 2025년쯤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나오는 것에 따른 외부효과 비용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던 만큼 세계 각국에선 외부효과 처리 비용의 반영을 위해 정부가 탄소세를 부과해서 그 재원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경제에 투자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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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경제는 친환경적인가?

수소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1) 제철소나 석유화학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사용하는 겁니다. 국내에선 160~200만 톤의 부생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수소전기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소는 10만 톤 정도로 연간 50만 대의 수소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정유, 석유화학업체가 많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수소 가격이 싼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생수소는 수소전기차 보급이 늘어났을 때 같이 생산량을 늘리기 힘들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주로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에서 생기는 수소인 만큼 친환경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2) 가장 간단한 것은 물을 전기분해 (수전해) 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전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태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수전해에 이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을 하기 위해 산림이나 바다 등 자연을 파괴하는 문제, 폐기물이 발생하는 환경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3) 천연가스 등에 들어있는 메탄을 화학반응 (개질) 시켜서 수소를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많이 쓰는 방식인데 가정에서 많이 쓰는 도시가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화석연료를 써야 하고,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4) 전기와 비교했을 때 수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저장과 운반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번개가 쳤을 때 그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면 참 좋겠죠. 하지만 대용량 전기는 저장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수소의 특성을 살려 호주나 브루나이 같은 자원 부국과 협력해서 갈탄이나 LPG, LNG 등을 통해 대량으로 수소를 추출한 뒤 액화해서 들여오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기와 달리 수소는 자국 소비를 넘어 수출 상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개질을 거쳐야 하는 만큼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액화 선박, 탄소 포집 기술 개발이 더 이뤄져야 가능한 방식입니다.

5) 원자력으로 고온의 열을 발생시킨 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은 화석연료가 필요 없고, 탄소도 배출하지 않는 만큼, 우리나라처럼 부존 자원 없는 나라에선 잘 먹힐 수 있는 방법인데 아직 '차세대 초고온 가스로'는 미완성의 기술입니다.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이 개발 중인데 문제는 탈원전 기조 때문에 앞으로 적용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또,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안전 문제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해체 비용 등이 골칫거리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수소 생산 비용이 너무 비싸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합니다. 일단 미국은 4세대 원자로 중 하나인 '초고온 가스로'를 통해 수소 가격을 톤당 2달러까지 낮추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엔 일단 '초고온 가스로'는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수소경제 3대 쟁점 분석: 14년 만의 부활, 친환경성, 경제성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소전기차가 버스, 택시, 공공기관 차량으로 활약하며 곳곳을 누비고, LPG 충전소에서 수소 충전을 할 수 있게 돼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입니다. 울산에선 실제로 수소차 택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는 전기를 생산하고, 깨끗한 수증기와 산소를 배출하는 '달리는 공기청정기'인 만큼 미세먼지 저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부생수소를 기초로 하고, 중장기적으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개질 방식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소경제가 지속 가능하도록 방향을 잡아간다면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은 2005년 마스터플랜와는 다른 운명을 맞이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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