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내일부터 유류세 인하...주유소 손에 달린 기름값

[취재N팩트] 내일부터 유류세 인하...주유소 손에 달린 기름값

2018.11.05.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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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인하하기로 한 유류세가 내일(6일)부터 적용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기름값이 내렸다고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이정미 기자!

기름값을 내리는 주유소도 있고 안 내리는 주유소도 있을 거란 얘기죠.

일단 당장 기름값을 내리는 주유소는 어떤 주유소입니까?

[기자]
정유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입니다.

내일 새벽 0시부터 당장 기름값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문병익 / 직영주유소 대표 :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해서 6일 0시부로 세율 인하분만큼 그대로 반영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정유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런 직영 주유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획이슈팀이 정유사 4곳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료를 요청해 받아봤는데요.

직영 주유소는 전국 주유소의 8% 수준이었고요.

개인이 운영하는 주유소가 70%를 넘었습니다.

[앵커]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자영 주유소들이 기름값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군요.

그런데 바로 기름값을 못 내리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자영 주유소들도 기름값을 내리기는 내릴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즉각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인데요.

주유소의 입장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유류세는 정유사가 기름을 출고할 때 붙게 되는데요. 내일 0시부터 유류세를 인하해서 팝니다.

하지만 화면에서 보듯, 주유소에서 현재 팔고 있는 기름은 1~2주 전에 산 기름이라는 거죠.

당시에는 유류세가 인하되기 전의 비싼 금액을 주고 산 것이니 이걸 싸게 팔면 손해를 본다는 주장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박동위 / 한국주유소협회 차장 : 재고 물량 같은 경우에는 유류세가 인상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바로 인하하려면 주유소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바로 옆에 있는 직영 주유소가 싸게 팔고 있는데 계속 버티면 손님이 떨어지겠죠.

이 때문에 자영 주유소들도 오늘까지 최대한 기존 재고를 밀어내고, 내일부터는 바로 가격을 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유소끼리 경쟁을 하니 기름값은 내려갈 거란 얘기군요.

하지만 얼마나 내릴지는 또 지켜봐야 한다면서요?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면 그만큼 기름값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논리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기름값의 구조입니다. 유류세가 40%를 차지하죠.

이 유류세는 고정비용입니다. 딱 금액을 정해놓았다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이 고정 금액 가운데 휘발유는 123원, 경유는 87원을 내리기로 했으니 논리적으로는 그만큼이 그대로 내려가야 합니다.

하지만 옆에 변동 비용이 있죠. 제조와 유통비용입니다.

정유사나 주유소가 일부만 내리고 이익을 더 가져가더라도 제재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서혜 / E컨슈머 연구실장(경영학 박사) : 만약에 주유소나 정유사가 이익으로 챙겨가게 되면 제재할 방법도 없고 그런 일이 만일 발생한다면 소비자의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과거에도 유류세를 내린 적이 있을 텐데 그땐 어땠습니까?

[기자]
10년 전인 2008년에 유류세를 내린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에 정부가 기대한 기름값 인하 효과는 휘발유 82원, 경유 58원 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실제로 기름값을 봤더니 휘발유는 40원, 경유는 30원밖에 안 내렸습니다. 절반밖에 안 내린 거죠.

정유사나 주유소가 이익을 더 가져갔을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국제유가가 계속 올랐습니다.

실제로 원유값이 더 들었다는 거죠.

하지만 지금은 국제유가가 오르는 추세가 아니기 때문에 기름값이 제대로 안 내리면 정유사나 주유소가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기획이슈팀 이정미[smiling3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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