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중금속 오염수 한강 유입! [이승윤, 경제부 기자]

폐광 중금속 오염수 한강 유입! [이승윤, 경제부 기자]

2012.10.11. 오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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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전국적으로 백 개가 넘는 폐탄광에서 중금속과 발암물질로 오염된 지하수가 제대로 정화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방류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22개 폐광에서 나온 오염수는 수도권 2천만 명의 식수원인 한강 수계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현장을 취재한 이승윤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직접 본 폐탄광의 상황은 어땠습니까?

[답변]

제가 취재한 폐탄광은 모두 네 군데였습니다.

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동원탄광이었습니다.

지난 1964년 문을 연 동원탄광은 2004년 문을 닫았지만 하루에 3천 톤씩 지하수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고인 지하수를 막대로 휘저어보니 붉은 색으로 녹슨 철 성분이 나타났습니다.

이 지하수는 철분이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리터당 40.79mg, 망간이 기준치의 2배가 넘는 4.04mg에 달하는 등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가득했습니다.

[질문]

여기 말고도 정화 시설 없이 한강수계로 오염수를 배출하는 폐탄광이 22곳이나 됐다고요?

[답변]

같은 정선군에 있는 경일 탄광도 정화 시설 없이 매일 2,700톤의 오염수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탄광의 경우, 상류는 물고기가 살고 있는 생명의 하천인 반면, 오염수가 흘러들어간 하천은 철 성분이 산화돼 화성처럼 벌겋게 변해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이 됐습니다.

주로 강원도 정선과 영월에 위치한 폐탄광 22곳에서 한강수계로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가득한 오염수를 배출하고 있었습니다.

[질문]

22개 폐탄광의 오염수는 어떤 경로로 한강으로 흘러들어가게 됩니까?

[답변]

동원탄광의 경우, 오염수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지장천을 거쳐 청정 지역으로 유명한 동강을 지나게 됩니다.

이어 오염수는 남한강을 통해 한강 식수원인 팔당댐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동원탄광을 비롯해 모두 22개 폐탄광의 오염수가 정화 시설 없이 동강, 남한강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폐광당 적게는 3천 톤에서 많게는 2만 톤까지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배출되고 있는데 정화 시설은 거의 없다보니 한강 상류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질문]

폐탄광 오염수는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가득한데 어떻게 국민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까?

[답변]

폐탄광 오염수는 주로 세 가지 과정을 통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탄광에서는 원래 지하수가 나오기 때문에 채굴 작업이 이뤄질 때는 배수 펌프를 이용해 물을 정기적으로 빼내게 됩니다.

첫째, 더이상 채굴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지하수가 탄광 안에 꽉 차서 철이나 니켈, 망간 같은 중금속들 그리고 비소 같은 발암물질들에 오염됩니다.

둘째, 탄광의 경우는 중금속이 문제인데 1차적으로 탄광 안에 있던 철분이 밖으로 나오면 산소와 만나 산화 작용이 일어납니다.

철분이 산화되는 과정에서 벌겋게 변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물 속에 있는 용존 산소가 줄어들어 물고기가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물 속에서 산소를 필요로 하는 생물체들이 폐사하면서 생태계에 교란을 가져오게 됩니다.

셋째로는 철분이 산화되면서 강산성을 띠기 때문에 물을 산성화해 생태계를 다시 한번 파괴하게 되는 겁니다.

[질문]

주변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은 없었습니까?

[답변]

폐탄광에서 나오는 오염수가 지하수이다보니 주변의 지하수 오염과 토양 오염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개천의 물을 식수는 커녕 빨레를 하는 용도로도 사용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강원도 정선군 주민들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수도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지역의 상수원에서 정화된 수돗물을 멀리서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분기별로 오염수 수질을 검사하고 농경지가 오염됐을 경우 휴경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취재를 갔던 한 탄광에선 오염수가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는데도 밭에선 버젓이 고랭지 배추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가 취재차 방문했던 한 정화 시설은 주민들이 민원을 적극적으로 제기해 언론에 폐탄광으로 인한 토양과 하천 오염 피해가 보도되자 설치된 곳이었습니다.

폐탄광 지역 주변에 많은 주민들이 살지 않다보니 토양이나 하천 오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고 그렇다보니 실태 파악도 명확하게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질문]

전국을 통털어 하천으로 오염수를 방출하는 폐탄광이 111개나 된다고요?

[답변]

전국적으로 오염수가 나오는 폐광은 모두 147개입니다.

이 가운데 36개 폐광에는 정화 시설이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111개는 정화 시설이 없어 기준치의 최대 84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그대로 하천에 방류되는 상황입니다.

[질문]

왜 이렇게 폐광 오염수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겁니까?

[답변]

폐광 오염수 관리 체계가 여러 곳에 분리돼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폐광 관리와 관련해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농림부의 영역이 중복되면서 여러가지 비효율이 발생한 탓이 큽니다.

지금은 주무 부처가 지식경제부로 일원화되고 농림부와 환경부는 협조를 하는 체제로 돼 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석탄을 채굴하는 탄광은 주로 지식경제부가, 금속류를 채굴하는 광산은 환경부가 맡고 있어 아직도 폐광 오염수 방지 업무가 분리돼 있는 상태입니다.

[질문]

폐탄광 오염수를 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변]

우리나라는 붉게 산화돼 산소가 부족하고 산성으로 변한데다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가득한 오염수도 식수 수준으로 정화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정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토가 넓은 미국은 큰 웅덩이를 파서 오염수를 관리하고, 바다와 면한 광산이 많은 일본은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내륙 산악 지역에 폐탄광이 많기 때문에 폐광 오염수 정화 기술이 발달하게 된 겁니다.

정부는 폐광 오염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광해관리공단을 설립해 오염수를 정화하는 작업을 펼쳐왔습니다.

전기분해, 슬러지 제거, 자연 정화 등의 과정을 거쳐 철분을 비롯한 중금속과 발암물질을 제거해 먹는 샘물 수준의 물로 정화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현재 우리의 정화 기술이 수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이렇게 폐탄광 오염수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왜 111개나 되는 폐탄광의 오염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겁니까?

[답변]

하지만 수출까지 하는 정화 기술이 정작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활용되지 못 하고 있습니다.

폐광으로 인한 피해를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광해관리공단은 예산 부족을 호소합니다.

폐광 한 곳당 정화 시설을 짓는 비용은 100억 원 정도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5년 동안 5,400억 원이 확보돼야 했지만 3,900억 원 밖에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또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1,1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도 불과 800억 원 정도밖에는 확보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질문]

앞으로 어떻게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까?

[답변]

폐광산 오염수를 충분히 정화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도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오염수는 고스란히 천만 서울 시민의 젖줄인 한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폐광 오염수 피해는 우리 국민 건강과 국토 환경에 직결돼 있는 문제입니다.

정부가 보다 심각성을 갖고 반드시 예산 확보를 해나가고, 아직도 일부 업무 중복을 보이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정리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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