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의대생 증원, 주먹구구...윤 한마디에 2배씩 늘어"

[앵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대생 증원이 당시 대통령실 의중에 따라, 논리적 검토 없이 강행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연간 5백 명 증원을 계획했지만, 대통령이 거듭 반려해 2천 명 일괄 증원이 결정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보건복지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의대 증원안을 처음 보고한 건 재작년 6월입니다.

연간 4백 명 증원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 때보다 백 명 많게, 5년간 5백 명씩 늘리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윤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천 명 이상'이란 숫자를 제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뚜렷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윤석열 / 전 대통령 (2023년 10월) : 필수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입니다.]

넉 달 뒤 복지부는 연간 천 명에서 시작해 2028년 2천 명을 증원하는 수정안을 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더 늘리라고 반려했습니다.

복지부는 그제야 부족한 의사 수를 추계하기 시작했고, 국책기관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2035년까지 만 명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의 이관섭 정책실장은 이를 단순히 5년으로 나눠, 연간 2천 명 일괄 증원이 좋겠단 의견을 복지부에 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35년이 아니라, 현재 부족한 의사 수도 따로 뽑으라고 요구해 결과적으론 만5천 명이 부족하다고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홍정상 /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제1과장 : 복지부가 증원 규모 결정의 근거로 활용한 부족 의사 수 추계의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했고….]

복지부는 의료계 반발을 우려해 마지막까지 단계적 증원을 건의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할 거면 한 번에 해야 한다며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감사원은 결론을 정해두고 증원을 밀어붙인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고, 대학별 정원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의대 교수를 배제한 것도 문제라며, 앞으로 계획을 짤 땐 유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촬영기자 : 심원보
영상편집 : 최연호
디자인 : 정은옥


YTN 나혜인 (nahi8@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