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기업이 히든챔피언? 사각지대에 수천억 '줄줄'

'짬짜미' 기업이 히든챔피언? 사각지대에 수천억 '줄줄'

2025.10.25. 오전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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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수출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몰아주는, 수출입은행의 '히든 챔피언' 제도 들어보셨나요.

선정된 기업에는 금리 인하나 대출 한도 확대 같은 지원이 이뤄지는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받은 기업들까지 버젓이 혜택을 누려온 거로 파악됐습니다.

약 2년 동안 지원된 금액만 해도 3조 원이 넘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강선 가격을 6년에 걸쳐 담합한 제강사 10곳에 과징금 548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짬짜미'에 침대스프링 가격은 최대 120%까지 급등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정창욱 /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지난 2023년) : 강선 시장에 관행처럼 장기간 지속하여 온 담합을 근절하는 한편….]

그런데 YTN 취재 결과 이 사건으로 고발당했던 A 제강사가 한국수출입은행의 '히든 챔피언' 명단에 수년째 포함된 거로 파악됐습니다.

히든 챔피언은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수출을 지원하는 제도로,

금리 인하와 대출 한도 확대 등의 혜택이 제공됩니다.

A 사는 지난해에도 추가 제재를 받았지만, 선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재 사실이 수출입은행 측에 통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이렇게 3년 동안 3천억 원 넘는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기업은 모두 286개.

이 가운데 56개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이력이 있는 이른바 '불공정 기업'입니다.

전체 지원실적 14조 7천억여 원 가운데 '불공정 기업'에 제공된 액수만 해도 3조 3천억 원이 넘습니다.

수출입은행은 공정위로부터 1년 주기로 제재 내역을 넘겨받다 보니 반영까지 시차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공정위의 '경고' 조치는 아예 문제 삼지 않는 등 인식 자체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인선 / 국민의힘 의원 : 수출입은행은 히든챔피언 기업이 공정위 제재를 받을 경우 즉시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고, 경고 조치 수준이라도 지원 여부를 재검토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책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공공기관입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성실하게 거래 질서를 지켜온 기업이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입법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옵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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