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재등장한 필리버스터...이번엔 뭐가 남을까?

1년 만에 재등장한 필리버스터...이번엔 뭐가 남을까?

2025.08.03. 오전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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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속에 국회는 1년 만에 필리버스터 정국이 재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으로 맞서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는 건데요.

필리버스터가 애초 취지와는 달리 통과 의례 정도로 여겨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광렬 기자가 관련 내용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6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 무려 192시간 27분 동안 38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서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공천배제를 통보받은 야당 의원에 여당 측이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 훈훈한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강기정 /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2016년 2월)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정갑윤 / 당시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소속, 2016년 2월) : 다시 여기서 만나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의회주의의 최종 방패로 꼽히는 필리버스터, 헌정사 첫 주인공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한일 협정 관련 비리를 폭로한 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원고 없이 5시간 19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 결국 무산시켰습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사례가 누적될수록 그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재적 5분의 3 이상 동의로 24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멈출 수 있고, 본회의 일정을 쪼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전술은 과반으로도 충분합니다.

필리버스터 중단 사이에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설전, 국민의 피로감만 키운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우원식 / 국회의장 (2024년 7월) : (토론 진행 중에 토론을 끊을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토론이 끝나야 토론을 종결할 거 아니에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의사 정리할 수 있어요.]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표결! 표결! 표결!"

지난 정부 거부권 정국에서의 필리버스터 일상화는 무용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야당의 법안 상정과 여당의 필리버스터 대응, 야당의 강제 중단과 법안 단독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정해진 시나리오 아래 어떤 감동과 울림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추경호 /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4년 7월) : 여야의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강행 처리 시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유정 /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2024년 7월) :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척하지만, 사실상 거부권 명분용으로 청부받은 필리버스터 아닙니까?]

텅 빈 본회의장의 모습은 무의미한 소모전에 대한 피로감을 극에 달하게 했습니다.

[우원식 / 국회의장 (2024년 7월) : 단 한 분도 안 계시는 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제기하지 마시든지….]

그러면서 남은 건 거친 발언, 그리고 몸싸움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뿐이라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진성준 / 더불어민주당 의원 : 무슨 소리야!]

[배현진 / 국민의힘 의원 : 들어가!]

[진성준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어디다 대고!]

[배현진 / 국민의힘 의원 : 뭐! 뭐! 쳐봐!]

소수의 목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필리버스터의 취지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정치 실종'이란 여의도의 민낯만 더 두드러지게 한다는 비판 속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YTN 박광렬입니다.

촬영기자;이상은 이승창
영상편집;연진영
디자인;김진호


YTN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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