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가 몇 명을 날린 킬러"...육군 하사도 성추행 피해

"쟤가 몇 명을 날린 킬러"...육군 하사도 성추행 피해

2021.08.24. 오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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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군과 해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에 2차 가해까지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부대 상관들은 악소문을 퍼뜨리며 피해자를 괴롭혔고, 피해자의 가족은 국민청원을 통해 공개에 나섰습니다.

이승윤 기자가 피해자 가족을 만났습니다.

[기자]
지난해 4월 임관한 육군 A 하사.

부대 배속 직후 직속 상관인 B 중사의 교제 제의를 거절한 뒤 지속적인 스토킹과 성추행이 이어졌습니다.

[A 하사 언니 : (회식 뒤)집에 못 가겠다고 주저앉고 쉬었다 가자는 멘트도 했다고 하네요. 팔 안쪽이나 겨드랑이 안쪽을 꼬집어서 멍들 때까지 그런 장난을 친다든지….]

4개월 만에 부대에 신고했는데, 사단 법무실은 군 형법으로 다룰 사건을 일반 징계 건으로 분류했고, B 중사는 징계 해임 처분만 받고 전역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는 조사 중 신고를 막으려는 회유와 합의 종용이 있었고 적절한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양한 2차 가해가 발생해 부대 전출을 택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A 하사 언니 : 걸레다, 킬러다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고…. 쟤가 몇명을 날렸는 줄 아냐…. 그런 소문을 가지고 시작을 하다 보니까 2개월 정도 철저하게 혼자 지냈었던 것 같고….]

또 건강했던 동생은 스트레스로 기절과 구토, 하혈 등을 겪으며 1년 넘게 고통받다 수차례 극단적 선택 시도 끝에 정신병원에도 입원했다고 전했습니다

A 하사는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진행된 국방부 특별 신고 기간인 지난 6월 다시 신고에 나섰지만, 조사가 미진하자 서욱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군 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다짐한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겁니다.

[A 하사 언니 : (다리를 다쳐 제대했다가 나은 뒤에) 전방에서 자기는 쓰이다가 죽어도 상관없다 이런 마음으로 재입교를 한 거였고…. 이제는 군대에 있고 싶지 않아진 거죠.]

육군은 민간 검찰로 이송해 재판 중이라며, 2차 가해자 수사는 지역 군단에서 진행 중이나 피해자 의사를 고려해 관할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뒤늦게 육군 중앙 수사단이 당시 사건 처리의 적절성 조사에 나섰지만, 육해공군이 하나같이 피해자 보호는 등한시한 채 뒷북 대응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YTN 이승윤입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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