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형식도 글씨체도 어색" 남북 이면 합의서 '진위' 논란

[뉴있저] "형식도 글씨체도 어색" 남북 이면 합의서 '진위' 논란

2020.07.29. 오후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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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이면 합의서라며 공개한 문건을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큰데요.

그럼 문건을 한번 살펴볼까요?

주 원내대표가 공개한 '경제 협력 합의서'입니다.

남측이 북측에 모두 30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내용에 문서 아래에는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박지원 현 국정원장과 북측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서명이 담겨 있습니다.

보통 남북 합의서는 '남북'으로 시작하는 남측 버전과 '북남'으로 시작하는 북측 버전, 두 가지로 만들어집니다.

주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건이 이처럼 '남과 북'으로 시작하는 걸 감안하면 이른바 남측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합의서 내용의 글씨체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만약 북에서 남측 버전 문건까지 함께 만들어서 우리 정부에 건넸다고 해도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맨 위의 합의서 제목과 합의서 내용의 글씨체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문서의 경우 크기는 다르더라도 제목과 내용의 글씨체가 같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표현도 어색합니다.

중간에 25억 '딸라'와 5억 '딸라'라고 적혀 있는데요.

남과 북, 정부 간 공식 문서에 달러가 아닌 '딸라'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민주당 김홍걸 의원의 지적 들어 보시죠.

[김홍걸 / 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누가 조작한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냐면 글자체가 북쪽에서 쓰는 것과 다른 부분이 있고 형식도 좀 다른 게 있어요. 북쪽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그러니까 최고 존엄에게 바치는 문건에 사소한 실수라도 있으면 안 됩니다.]

내용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투자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지만 정작 3년 뒤는 남측에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이어서 북한이 무엇을 믿고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약속을 했겠느냐, 이런 의문도 제기됩니다.

또 합의서 마지막의 서명란을 보면 '상부의 뜻을 받들어'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지도자를 이른바 '최고 존엄'으로 칭송하는 북한 사회에서 '상부의 뜻을 받들어'라는 표현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청와대가 공식 반박하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면 합의가 없었다면 다행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문건의 출처를 두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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