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내일 방한...이인영 "어떤 경우에도 대화"

비건, 내일 방한...이인영 "어떤 경우에도 대화"

2020.07.06. 오후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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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 국무부 부장관, 내일 2박 3일 일정 방한
비건, 군용기 이용해 오산 공군기지로 올 듯
美 대표단, 외교부·청와대 방문해 논의 예상
비건 방한, 지난해 12월 이후 7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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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 방한하는 걸로 알려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난달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에 대한 답방 형식이지만, 최근 새롭게 개편된 우리의 외교·안보 라인과도 두루 만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건의 '북핵 과외교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와 각별하고, 북한 문제에도 정통한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지난 2000년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을 만들어 낸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

그리고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로 추진력과 협상력을 인정받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미국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의지를 반영한 인사로 평가되고 있죠.

이런 시점에 이뤄진 비건의 방한이라,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언급한 '10월 깜짝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건의 협상 상대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낸 담화를 통해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북미 대화를 자신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기 위한 도구쯤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 건데요.

그러니까 북핵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적당히 상황 관리만 하려는 태도를 꼬집은 겁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이 하노이 회담 때부터 줄기차게 요구해 온 '새로운 셈법'

2016년 이후 '유엔의 5가지 민생 제재'를 풀면 협상 테이블에 앉아 볼 용의가 있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마침 국회 청문회 준비를 위해 오늘 처음 출근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도 비슷한 언급을 했습니다.

[이인영 / 통일부 장관 후보자 :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것도 하나의 길이라면 길이고 그것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것은 한반도 평화의 문제고… 그래서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한 겁니다.]

내일 우리나라에 오는 비건 부장관, 지난달 이도훈 본부장과 논의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제된 답변을 들고 올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에 창의적인 해법이 들어 있을까요?

취재기자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장아영 기자!

비건 부장관, 내일 한국을 방문하죠?

[기자]
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우리 시간으로 내일 오후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군용기를 이용해 오산 공군기지로 도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카운터파트인 조세영 외교부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고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서훈 외교안보실장 등, 새로 진용을 갖추는 외교안보라인과도 인사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건 부장관의 이번 일정은 지난해 12월 방한 이후 7달 만으로, 지난번 때처럼 북한을 향해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로는 미국과 국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맞교환하는 안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2차 하노이 북미회담 당시에는 스몰딜로 치부돼서 외면받았었는데, 양측이 합의를 파기하면 원상 복구하는 '스냅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얘기되고 있습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취소나 축소, 연기 가능성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논의도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판문점에서의 북미 접촉은 북한의 담화 등 반응으로 볼 때,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오늘 첫 출근길에서 대화를 강조했군요?

[기자]
이 후보자는 오늘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했습니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우에도 남북, 북미 간 대화가 끊이지 않고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남과 북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에 노둣돌 하나 착실히 놓겠다면서, 지금 시점의 첫 번째 노둣돌은 다시 냉랭해진 관계가 대화 복원으로 들어가는 것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인도적 교류와 협력을 지체 없이 할 수 있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 남북이 약속하고 합의한 것을 실천하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북한이 계속 불만을 나타낸 한미워킹그룹에 대해서는 워킹그룹을 통해 할 수 있는 것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인영 / 통일부 장관 후보자 :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을 일으킬 수 있는 행동 이런 것들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간의 대화, 북미 간의 대화 이런 것들이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하지만 앞서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던 그제 담화를 냈는데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의 기억에서마저도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조미수뇌회담이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화제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어 문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의 생각은 의식하지 않고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며 비판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기존의 정상회담합의는 안중에 없고, 판을 새롭게 짤 용단도 없다면서,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제1부상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점, 담화 곳곳에서 '새 판'을 강조하며 행사성 정상회담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대화 여지를 열어두면서 사실상 대화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최선희 제1 부상의 담화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목표로 북미대화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통일외교안보부에서 YTN 장아영[j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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