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한다고 법 다 만드나?"...'n번방 방지법' 졸속 이유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드나?"...'n번방 방지법' 졸속 이유

2020.03.24. 오전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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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실 정치권은 이미 지난 5일, 국회 국민청원 1호 법안으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안 돼 졸속, 부실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당시 법안 심사 회의록을 살펴보니, 사안을 잘 알지도 못하고, 심각성도 인식하지 못한 정황이 역력합니다.

최아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월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고 수사기관에 전담부서를 만들어 달라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청원은 한 달도 안 돼 10만 명이 동의하면서 국회 청원 1호 법안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갔는데,

정작 통과된 법은 청원 내용과 차이가 컸습니다.

음란물에 유명인 등의 얼굴을 합성해 퍼뜨리면 죄를 묻고 영리 목적일 경우엔 가중처벌하는 내용에만 그친 겁니다.

왜 이런 결론이 났는지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들여다봤습니다.

합성 음란물 유통에 대한 새로운 처벌 유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김도읍 의원은 청원한다고 법을 다 만들어야 하냐며 의문을 제기합니다.

게다가 처벌 요건을 퍼뜨릴 목적으로만 제한하는 게 너무 협소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자기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청소년들은 컴퓨터에 그런 짓 자주 한다"

송기헌 소위원장은 "나 혼자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느냐"

라는 말들을 합니다.

이날 안건으로 올랐던 음란행위 촬영·유포 가중처벌 법안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박인숙 / 정의당 여성안전특별위원장 : 법사위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을 경질해주십시오. 또한 문제적 발언을 일삼은 세 의원은 법사위 위원에서 사퇴하십시오. 부끄럽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김도읍 의원은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한지 따져 보고 효과적인 방안으로 처리하자는 차원의 의미였다며, 다른 청원 요구사항은 해당 상임위에 회부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제는 국회가 응답할 때라며 국회 청원 1호 법안으로 처리된 'n번 방 방지법'

하지만 대체 무엇에 응답한 것인지, 국회도 'n번 방'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YTN 최아영[c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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