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철도·도로 착공식 완료...착공까지는 먼 길

[취재N팩트] 철도·도로 착공식 완료...착공까지는 먼 길

2018.12.27. 오전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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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이 잘 마무리되면서 철도·도로 협력이 한 걸음 진전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착공식처럼 삽을 뜨는 모습은 볼 수 없었는데요, 착공까지 가기 위해선 큰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과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선 기자!

착공식을 마쳤는데 다음 단계는 뭐죠?

[기자]
착공식이라 하면 공사 시작을 알리는 건데, 이번에는 바로 착공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대신 착공에 들어가기 전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할 예정입니다.

먼저 지난번 공동조사 결과를 분석해 추가 정밀조사를 해야 하고요, 그런 후에 기본적인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여기에 공사 전 반드시 필요한 설계까지 마치면 공사 준비는 거의 끝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몇 가지 의문이 드는데, 우선 아직 공사 준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면 왜 지금 착공식을 한 거죠? 게다가 착공이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 지금은 여건이 안 됩니다.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제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착공식은, 상황이 이렇다고 남북관계 동력마저 잃을 수는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성격이 강합니다.

연내 착공식은 지난 9월 남북 정상의 평양선언 합의 사항입니다.

당시엔 북미 협상이 연내 진전을 보고 그래서 남북 철도 도로 협력 여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런 희망을 담아 합의를 했던 건데요.

하지만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가 예상만큼 잘 풀리지 않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결국, 남북관계라도 최대한 합의사항을 지켜나가되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듯 착공식이 아닌 착수식의 성격이 강해진 겁니다.

공사가 가능할 때 대비해 언제든지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모든 작업을 사전에 준비해 놓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입니다.

[앵커]
그런데 공사는 미뤄둔다고 해도, 조사, 설계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 상당할 것 같은데요? 이건 대북제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핵심은 북한 철로를 새로 정비하는 겁니다.

당연히 이를 위한 비용 투입은 대북제재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설계를 우리 기업이 할 경우, 사실상 설계 비용은 우리 기업에 내게 되기 때문에 제재 논란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을 거친다면 조금 늦더라도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앞서 공동조사와 착공식 모두 미국과의 협의, 그리고 유엔 대북제재위의 면제 승인을 거치면서 예정보다 서너 달 지체되긴 했지만 잡음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북미 관계도 문제지만 국내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네요. 비용이 얼마가 들지도 모르는데 예산 확보도 어렵겠어요?

[기자]
올해 철도 예산 2,950여억 원을 따내는 데만 상당한 진통이 있었습니다.

북한 철도 현대화의 정확한 비용을 공개하라며 야당이 강하게 반발한 건데요.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지지율을 위한 기약 없는 행사라며 착공식에도 불참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얼마나 소요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습니다.

북측과 공사의 방식과 노선, 현대화 수준을 정해야 산출할 수 있는데, 고속철을 놓느냐, 개보수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납니다.

경부고속철도 비용이 20조 원 정도였는데 북측 경의선의 경우 10분의 1에서 절반까지 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면 최소한의 개보수만 진행한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남북철도망 연결이 가능하다는 검토 결과도 있습니다.

물론 예산은 정밀조사 후 정확히 산출한 뒤에 확보할 문제이고, 북미 간 협상이 진전을 본 뒤에 생각해도 될 문제입니다.

[앵커]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 없이는 공사가 어려운 거네요?

[기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에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자금 유입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철도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현재 개성공단도 이런 이유 등으로 재가동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철도와 같은 인프라의 경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추진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키를 쥔 미국이 반대하는 한 어렵습니다.

결국, 국제사회와의 보폭을 중시하는 우리로서는 북미 관계가 풀려야, 즉 비핵화 진전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제 착공식에서 북한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김윤혁 철도성 부상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김윤혁 / 북한 철도성 부상 : 외풍과 역풍에 흔들림 없이 곧바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북남 철도-도로 협력 사업의 성과는 우리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으며 남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려서는 어느 때에 가서도 민족의 뜨거운 통일 열망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앵커]
눈치 보지 말고 남북이 주도적으로 하자, 이런 메시지를 던졌는데 김지선 기자 얘기한 대로 이게 비핵화 협상 진전 없이 가능할지 이건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통일외교안보부 김지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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